뱃속의 아가를 낳아 품에 안으면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출산의 고통은 싹 잊힌단다
20시간 넘는 진통에 몸서리친 거
자궁문 몇 센티 열렸나
오며 가며 들쑤신 치욕의 순간들
소리 지르고 악쓰면 아기가 놀라니 참아라
남편의 원망스러운 말들
첫 애를 출산한지도 벌써 3년
거꾸로 누운 아이 제왕절개 수술로
무사히 품에 안았다
하반신 오줌 줄 꽂고 옴짝달싹 못 한 채 누워있는데
벌컥벌컥 문 열리고 허벅지에 이 주사 저 주사
밤새 영문도 모른 채 맞았다
역대급 한파로 온 세상이 꽝꽝 얼 때
내 목 뒤에는 땀이 흥건
새빨간 열꽃이 피었다
48시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더는 내 것이 아닌 양 양쪽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둘째 출산은 처음보다는 쉬울 거라고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고통이 덜 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사흘 입원실에 누워 배가 결려 천장만 보던 거
모유수유 때 젖몸살 앓던 거
신생아 수유하느라 왼쪽 등 손목 결린 거
아직도 생생한데
아직도 욱신욱신 아린데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이미 한 번 출산 경험해봐서 나는
처음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걸
둘째 쉽게 갖지 못하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