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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Mar 29. 2019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곁에 두고 상비약처럼 그때그때 꺼내 읽기 좋은 철학책.

(출처 : 다산북스 블로그)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본질에 다가가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저자는 범람하는 철학 입문서와 차별되는 컨텐츠를 담기 위해 고심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철학 역사의 흐름대로 기술하지 않았는 점이다. 따분한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시작해서는 현대 철학까지 도달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의 총 네 가지 컨셉으로 철학자들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내용 또한 철학 사상의 중요성보다는 '현실의 쓸모'에 집중했고, 그런 이유로 대표적인 철학자 '칸트'는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 철학 사상 외에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등 철학 이외의 영역도 함께 다뤘다. 모든 분야에서 발견과 견문을 원용하면서 인류와 사회, 그리고 세계의 온갖 현상에 관해 자유자재로 통찰을 담아내는 학문이 바로 철학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과정에서 배운다


철학자의 고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배움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1) 프로세스로부터의 배움 2)아웃풋으로부터의 배움. 우리는 쉽고 빠르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럽게 '핵심', '공식', '요약'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로 접근했다가는 또다시 철학에 좌절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철학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철학자가 그 아웃풋을 주장하는 데까지 다다른 사고 과정 혹은 문제에 마주한 태도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거나,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 밝혀진 주장이라 할지라도 의미없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철학자가 사는 그 당시의 시대 속으로 들어가서 그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어떠한 사고를 통해 그 결과가 도출이 된 것인지를 파악해보는 것에서 진정한 철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친절하게 제시한 가이드대로 책을 읽어보니 철학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용어는 물론 쉽지 않았으나, 철학 자체가 우리 삶 어딘가에 있는 익숙한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적 사고를 하면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던가. 지금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부의 양극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더 와닿았던 '불공평한 기회' 관련 부분을 읽었을 땐 잠시 책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 동안 너무 단편적인 사고를 해왔던게 아닌가 싶어 반성도 하고, 문제의 원인을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때나 선뜻 말 못 할 고민이 생겼을 때, 꺼내서 읽으면 무릎을 탁 칠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독서 기록_오래 기억하고 싶은 글들


<공평한 사회일수록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
: 세르주 모스코비치 '격차'

기업에서는 인사 평가 제도를 설계할 때 '공정한 평가'를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중략) '공정한 것은 정말로 좋은 것일까?'라는 다른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중략)

신분 차이가 없어지고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기에 오히려 차별이나 격차가 더 부각된 것이다. 사회적 제도로서의 신분 차별이 없어지면 표면상으로는 누구나 상위층에 속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자신과 같은 사람은 그렇게 높은 계층에 있는데 비슷한 출생 환경이나 능력을 가진 내가 그런 입장에 설 수 없다는 건 이상하다. 그 의문이 '공평성이 저해되어 있다'의 감각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평이나 공정과 정반대에 있는 차별이 이질성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차별이나 격차는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동질성'이 높기 때문에 발생한다. 모스코비치는 인종차별에 관해 날카로운 통찰을 남겼는데 파리의 대학에서 사회 심리학을 가르치는 고자카이 도시아키 책에서 그의 지적을 만날 수 있다.

  인종 차별은 오히려 동질성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깊은 공통성을 지닌 자, 나와 같은 의견을 갖고 같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견되는 불화는, 설령 작은 일일지라도 참을 수 없다. 그 불일치는 실제의 정도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난다. 차이를 과장하고, 나는 배신당했다고 느껴 격하게 반발을 일으킨다. -고자카이 도시아키 '사회 심리학 강의'

우리가 안이하게 궁극의 이상으로 내건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는 정말로 바람직한 것일까? 그 이상이 실현되었음에도 '당신은 뒤쳐져 있다'고 평가받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자기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와 조직은 정말로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일까? 공정이라는 개념을 절대적인 선으로 들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 로버트 킹 머튼 '마태효과'

과학 사회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킹 머튼은 좋은 조건의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는 뛰어난 연구실적을 올림으로써 한층 더 좋은 조건을 얻게 된다는 '이익-우위성의 누적' 메커니즘을 지적한다. 머튼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라는 문장을 차용해 이 매커니즘을 '마태 효과'라고 명명했다.

저명한 과학자의 글은 성과가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확대된 형태로 승인되는 한편, 무명 과학자에게는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가령, 노벨상 수상자는 평생 노벨상 수상자로 살게 되는데 수상자가 되면 학계에서 유리한 지위가 부여되어 과학 자원의 배분, 공동연구, 후계자 양성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무명인 신인 과학자의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기도 힘들고 실적을 발표하는 데 있어 저명한 과학자에 비해 조건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마태 효과가 아이들에게도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가설이 예전터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왔다. 마태 효과에 관한 옳고 그름의 논의는 제쳐두고, (일본의 경우 새학기가 시작되는) 4월생은 3월생보다 운동도 공부도 더 뛰어나다는 통계적 사실과 그 요인에 대해서 머튼이 주장한 가설은 조직에서 '학습 기회의 이상적 방향성'에 관해 우리에게 소중한 반성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우리는 항상 이해력이 빠른 아이를 사랑하는 한편,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아이는 아주 짧은 기간 내에 포기하는 나쁜 습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다 보면 세상 물정에 밝은 쓸고 있는 아이만 조직 내에서 받아들이게 되고, 어느 정도 능숙해지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본질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아이 즉 혁신의 종자가 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소외시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적이 좋은 아이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이런 사람들이 읽어볼 만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한 사람

열심히 '노오력'하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

인생의 전환기에 있거나, 암흑기에 있는 것처럼 앞날이 불안한 사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지극히 주관적인 한줄 평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상비약처럼 그때그때 꺼내서 보고 싶은 철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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