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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Apr 16. 2019

상상력을 키우는 구름 놀이

다양한 구름 친구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쳐요


노리터, 노리터!



아이는 오늘도 눈뜨자마자 놀이터를 외칩니다. 어린이집 가기 전에 놀이터에 들러 그네, 미끄럼틀, 시소를 한번씩 타는 것, 이것이 27개월 아이의 루틴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빼고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습니다. 미세먼지가 조금 나쁜 수준에는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모래를 한번 밟아야 속이 시원합니다. 그렇게 놀이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그네를 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듯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 양!



그 소리에 저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파아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몽글몽글 펼쳐져 있었습니다.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서 아이는 지난번 했던 '구름 놀이'가 생각났나 봅니다. 구름 그림책을 보면서 솜으로 양도 만들고, 토끼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었었습니다. 솜을 잔뜩 모아 그 위에 올라타고 샤갈 아저씨처럼 구름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자 아이는 그때가 떠올랐나 봅니다.



르네 마그리트 그림과 솜, 그리고 다양한 구름 관련 그림책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책을 자주 빌립니다. 도서관은 제가 다니는 수영장 옆에 있습니다. 그래서 수영 가는 화, 목이 바로 도서관에 가는 날입니다. 그렇게 매주 2회씩 책을 빌리다 보니 읽던 책도 자주 읽게 되었습니다. 봤던 책을 다른 방법으로 재밌게 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 '구름 놀이'가 생각났습니다. 읽었던 책들 중에 구름 소재의 그림책들이 꽤 여러 권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구름 관련 책만 모아서 빌리고, 솜을 사서 준비하고, 구름 그림이 많은 르네 마그리트 작품도 탭에 저장해놨습니다.



솜을 온몸으로 탐색하다 '거품'이 생각났는지 머리 감고 목욕하는 흉내를 냅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채유는 준비해 놓은 구름 놀이 세트 중 솜이 든 상자를 제일 먼저 열었습니다. 그림책들과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도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는 솜을 꺼내 손으로 마구 찢고 얼굴에 비비고 품에 안습니다. 이리저리 보면서 탐색하더니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눈빛이 반짝반짝거렸습니다.



이거~ 거품! 거품 모자, 거품 옷!



목욕할 때 했던 거품 놀이가 생각났던 겁니다. 거품을 만들어 머리에도 씌우고 몸에도 바르면서 거품 모자, 거품 옷이라고 하며 목욕하곤 했습니다. 몽글몽글 솜을 보니 딱 그 거품이 떠올랐나 봅니다. 아이는 입으로 후후 부면서 거품을 날리고 물로 씻는 흉내를 내면서 한 동안 솜으로 목욕 놀이를 했습니다.




책을 따라 솜으로 만든 토끼와 양 구름
비행기구름을 만든 후 어딘가로 가고 싶은지 올라타는 채유




목욕 놀이가 지루해질 때쯤, 그림책 하나를 펼쳤습니다. 에릭 칼의 'Little Cloud'. 작은 구름이 모여 양, 토끼, 비행기, 피에로 등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하며 재미를 주는 책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번에는 구름이 뭘로 변신했을까? 를 상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을 펼친 후, 채유야, 여기바봐, 구름이 토끼가 되었네, 하며 책을 따라 솜으로 토끼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장을 넘겨 구름이 비행기가 되면, 똑같이 비행기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어김없이 "채유가, 채유가" 하며 달려듭니다. 이제 아이가 만들고 싶은 구름을 마음껏 만들 차례입니다.




샤갈 책을 읽고 샤갈 아저씨처럼 구름 위에 올라타 여행을 떠납니다



빌려온 책들은 모두 구름 책이지만 제각기 다른 구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비구름을 간절히 기다리는 소녀, 자신을 쫓아다니는 먹구름을 피하고 싶은 원숭이,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는 뭉게구름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각양각색의 구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구름 놀이 이후, 아이랑 나눌 수 있는 날씨 이야기가 풍성해졌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아이와 창밖을 보며 비구름이 찾아와서 꽃과 나무들이 좋아하는 비를 내려주고 있다고 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먼지를 잔뜩 먹은 회색 구름이 몰려와서 놀이터를 쉬어야겠다고 권합니다. 뭉게구름이 많은 날에는 하늘 속에서 눈사람도 찾고, 새도 찾고, 나무도 함께 찾습니다. 안개가 잔뜩 낀 날에는 아기 구름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땅으로 내려왔나 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같이 공기 좋은 날이 이어져 놀이터에 자주 놀러갈 수 있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주 가끔은 먹구름도 괜찮습니다. 그 핑계로 집에서 아이랑 또 한번 신나게 놀 수 있으니까요.

  


 Play Everyday 구름 놀이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DDdET1hu_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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