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 엘리 Apr 22. 2019

파스타 먹지 마세요, 놀이에 양보하세요

각양각색의 파스타로 놀이가 풍성해져요

식성도 유전인지, 신기하게도 딸아이는 아빠 식성을 빼닮았습니다. 한식보다 양식을 더 선호하는 부녀 덕분에 주방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늘 구비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고민하다 며칠 전 새로 산 동물원 콘셉트의 유기농 파스타가 생각났습니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잔뜩 있는 파스타라니! 생각만 해도 딸아이 취향저격이라 로켓 배송으로 들여다 놓았지요. 아기자기한 크기에 동물 찾는 재미도 있어서 먹기 전에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파스타 놀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의 놀이 재료,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면을 준비합니다



나비를 닮은 파르펠리(Farfalle), 꼬불꼬불 말린 푸실리(Fusilli), 오리, 토끼, 코끼리, 다람쥐 등 다양한 동물 모양의 파스타, 길쭉길쭉 스파게티(Spaghetti) 등 집에 있는 파스타는 모조리 꺼내놓았습니다. 놀이 재료로 사용하려고 보니 조개 모양이나 바퀴 모양 등 더 다양한 종류가 있었으면 아이가 더 좋아하겠다, 하는 아쉬움도 들더라고요. 엄마의 욕심이랄까요.



보자마자 스파게티 한 움큼을 콱!



갖가지 파스타로 놀이상을 차려놓았습니다. 보자마자 자신의 놀잇감임을 눈치챈 딸아이가 달려가 스파게티를 한 움큼 집어 듭니다. 앞니로 딱딱한 면을 똑똑 끊어 먹기도 하고, 손으로 부러뜨리면서 관심을 보입니다.



엄마 이거 리본! 똑같아요!



나비 모양의 파르펠리를 하나 집더니 머리에 갖다 대면서 '리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머리에 있는 리본핀과 같다고 하면서 비교하려 하는지 거울로 달려갑니다. 배시시 웃으면서 똑같아, 똑같아를 연발하고 박수까지 칩니다. 꼬불꼬불 꼬인 푸실리를 보면서 돼지 꼬리,라고 하고는 엉덩이에 갖다 댑니다. 주황색 푸실리를 들고 '이거는~ 당근, 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이라고 합니다. 파스타의 모양, 색깔 등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면서 아이 스스로 관찰을 하고 탐색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긴 스파게티 면에 동물 파스타를 끼우며 집중하는 채유



탐색이 끝났는지 긴 스파게티 면에 구멍 숭숭 뚫린 동물 파스타를 끼우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이라고 숫자를 세며 끼우기도 하고, 이거는 토끼, 오리, 하면서 모양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을 부어서 딱딱한 면의 촉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해봤어요



지루해할 때쯤, 물을 한 컵 가져다주었습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접시에 물을 부어 파스타를 조물조물 만집니다. 목욕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목욕시간이 길어질수록 딱딱했던 파스타가 조금씩 물렁물렁 부드러워집니다. 촉감이 변하니 아이는 신기해서 엄마, 이거 봐요, 이거 봐요, 하면서 더 쪼물딱 쪼물딱 거립니다.




접시를 기울여 미끄럼틀을 만들었습니다



우오! 또르르, 미끄럼틀 타요!



접시를 기울여서 세워놓고는 푸실리 면을 스르륵 굴려봤습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미끄럼틀이다, 하네요. 이번엔 자기가 푸실리 면을 접시에 놓고 미끄럼틀을 태워줍니다. 다른 면들도 다 시도해봤지만, 또르르 하고 미끄러지는 것은 둥글둥글한 푸실리밖에 없었습니다. 푸실리가 채유처럼 미끄럼틀을 좋아하나 보다, 고 하자, 아이는 양 손에 푸실리 면을 쥐고는 반복해서 태워줬습니다.




며칠 후 어린이집에서도 파스타 놀이를 했습니다



집에서 파스타 놀이를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어린이집에서도 파스타 놀이를 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채유가 집중해서 골고루 잘 가지고 놀았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아마도 집에서 놀았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겠지요. 사진을 보니 어린이집에는 더 다양한 파스타가 있었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나 봅니다.




자신이 만든 파스타 목걸이를 건 채유, 다양한 파스타로 만든 사람얼굴
아이가 낚싯줄에 꿰어 만든 파스타 목걸이




올봄부터 크레아트 미술놀이 문화센터를 다니는데 거기서도 파스타 놀이 시간이 있었습니다. 근래에 벌써 세 번째이다 보니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는지 전만큼 활발하게 놀지는 않더라고요. 채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파스타 면으로 사람 얼굴도 함께 만들어보고 낚싯줄을 이용해 파스타 목걸이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한 끈에 파스타를 끼워 넣는 활동에 흥미를 보이며 집중해서 했습니다.




파스타 놀이 끝난 후, 저녁으로 먹은 크림 파스타는 꿀맛입니다



파스타 놀이가 익숙해졌는지 이제 집에서 요리하기 위해 파스타를 꺼내면 가지고 놀게 접시에 덜어달라고 합니다. 장난감 냄비에 넣어 스스로 요리도 하고 여기저기 옮기면서 소꿉놀이를 합니다. 요리가 다 되면 하마, 토끼, 호비 친구들을 불러 식사도 대접합니다.



파스타, 정말 정말 맛있어!



아이는 평소에도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파스타 놀이를 한 후에 먹는 파스타는 꿀맛입니다.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엄마 최고'를 외치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습니다. 양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아이가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제 몫까지 덜어줬습니다. 이런 게 안 먹도 배부르다는 거였군요.


구강기가 끝났는데도 아이는 아직도 입으로 가져가서 탐색하는걸 즐깁니다. 그래서 먹어도 되는 식재료를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딸아이에게 파스타는 훌륭한 장난감이 되어주었습니다. 조금 더 커서 함께 파스타 요리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냉 파스타 같은건 지금도 가능할 것 같고요.


파스타, 먹기 전에 놀이에 양보하세요. 각양각색의 파스타로 놀이가 풍성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화내면 기분이 어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