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 엘리 May 08. 2019

따는 재미 먹는 재미, 딸기체험농장

아이랑 직접 체험하는 것만큼 재밌는 놀이가 또 있을까요.

지난주에는 딸기 따러 양평 딸기체험농장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안나갈 수가 있나요. 매일 놀이터로 출근도장 찍는 채유라 아침 일찍 놀이터 들렸다가 출발했죠.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딸기 따는 철이 좀 지났는지 사람이 없어서 한가롭게 체험할 수 있었어요. 주인아주머니께서 그러시길, 겨울부터 3월까지가 피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오면 딸기 알도 굵고 크다고 다음에는 좀 일찍 오시라고 당부하셨어요.



고사리 손으로 딸기를 폭폭


채유는 빨간 딸기보다 연두색 딸기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기를 알아보는 그런 걸까요.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따는 거라고 알려줘도 빨간색 딸기를 집다가 이내 조그만 연두색 딸기를 똑똑 땁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재밌는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아이는 세로로 펼쳐져있는 딸기밭을 와다다다 달리면서 까르르 웃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여서 알알이 맺힌 딸기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막 만지면 딸기가 아플 수 있다고 설명하니 손끝으로 톡톡 건드려보고는 손바닥을 쫙 펴서 아이, 예쁘다, 하며 쓰다듬는 흉내를 냅니다.



이내 먹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한 채유



딸기 따서 통에 차곡차곡 쌓는 것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딸기 먹는 재미에 폭 빠졌습니다. 먼지가 많아서 씻어서 먹자고 타일러도 "이거 씻어서 이따 먹자!" 하고는 앙~ 하고 깨물어버립니다. 언행불일치의 극치입니다. 그래서 채유의 딸기 통은 방금 온 듯 계속 비어있었습니다.



결국, 엄마 아빠가 딸기체험을 했습니다



딸기 따는 체험에 폭 빠진 것은 의외로 엄마, 아빠였습니다. 아이를 위해 찾은 곳인데 엄마, 아빠가 더 신이 났습니다. 크고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새빨간 딸기를 찾기 위해 구석구석 찾아 해 맵니다. 계란을 쥐듯 딸기를 살포시 쥐고 꼭지를 똑 따서 빈 그릇에 차곡차곡 쌓아줍니다. 탐스러운 딸기가 조금씩 쌓일 때마다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 속에서 내 안의 동심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할 기회만큼이나 말이지요.



딸기농장 가는 길에 만난 닭, 돼지, 토끼우리



딸기 농장 가는 길에 닭, 돼지, 토끼우리가 있었어요. 동물을 좋아하는 채유는 여기에서도 한참 머물렀습니다. 닭 소리와 움직임도 관찰하고 직접 따온 딸기를 돼지에게 주기도 했어요. 채유가 돌이 지나서 걸을 수 있게 될 때쯤에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농장도 종종 가곤 했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동물들을 만나니 더욱더 반갑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직접 따온 딸기 맛이 바로 꿀맛!



딸기를 두 팩에 가득가득 담은 것도 모자라 양 손 가득 딸기를 가져와서 씻어서 바로 먹습니다. 따자마자 바로 먹는 딸기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지요. 유기농 딸기라고 합니다. 당도도 높고 신선한 딸기를 맛보는 채유는 딸기 맛에 폭 빠져버렸습니다. 걸쭉하게 간 딸기주스까지 모두 마셨습니다.


따는 재미보단 역시 먹는 재미지요. 다음엔 추운 겨울에 찾아와야겠습니다. 그땐 아이도 세돌 무렵일 테니 따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아이랑 뭔가를 함께 체험한다는 것만큼 재밌는 놀이도 없으니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 불고 볕 좋은 날 만들어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