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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Jun 07. 2019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재활용

아이랑 재활용 놀이 팁 5

우리 집에는 완성된 장난감이 별로 없다. 정리에 소질이 없는 나에게는 새로운 물건을 들이지 않는 것이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아이가 있는 집 같지 않다'라고 한다. 아이 방에는 물려받은 그네와 미끄럼틀이 한 자리 크게 차지하고 있고 작은 책장과 옷장이 전부다.


기성 장난감이 별로 없는 대신 아이랑 놀 때는 주로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나 재활용 쓰레기 같은 것들을 모아 두었다가 활용하곤 한다. 그중에 모아두면 요긴한 놀잇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재활용 놀이 5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3세 미만이 관심 가질 만한 간단한 놀이들이다.)


1. 휴지심으로 하는 볼링 놀이


엄마표 놀이책이나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휴지심 놀이는 가위질을 해서 물감에 찍는다던가, 예쁘게 무언가를 꾸민다던가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이제 29개월이므로, 아직 예쁘게 꾸민다는 개념이 없어서 비주얼은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아이는 아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바로 변화가 생기거나 즉시 반응이 오는 놀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가 호응할 수 있고 엄마도 준비가 간단한 것으로 고민하다 휴지심을 세워 볼링핀으로 만들고 비치볼을 굴려서 쓰러뜨리는 볼링 놀이를 해보았다.


휴지심 몇 개만 세워두면 간단한 볼링 놀이를 할 수 있다


공이 데굴데굴, 핀이 후두두둑



의성어, 의태어를 더 과장해서 말하면서 공을 굴리고 핀을 쓰러뜨렸더니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채유가, 채유가, 또, 또, 를 연발하며 재밌어했다. 핀 세우는 건 엄마가, 공을 굴리고 쓰러뜨리는 것은 아이가 주로 했는데 아무래도 공을 굴려 휴지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게 더 재밌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쓰러진 휴지심을 데굴데굴 굴려보기도 하고, 인형들을 하나씩 가져와서 볼링핀처럼 세워보기도 하고 하면서 스스로 놀이를 확장해나갔다.


휴지심으로 만든 바람자루


- 바람자루 만들기

휴지심이 생길 때마다 베란다에 따로 모아두는데 모아둔 휴지심으로 바람자루를 만들어 바람 많이 부는 날 놀이터에 들고나갔었다. 제법 집중하며 스티커를 휴지심에 붙였고 신문지를 길게 오려 휴지심 끝에 붙이니 '우와~ 문어 완성!'라고 하며 박수를 치며 뿌듯해했다.


28개월이 접어들자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줄 알았다. (가끔 엄마는 이렇게, 아빠는 이렇게, 역할도 지정해준다.) 그리고 인형들을 친구들 삼아 역할 놀이, 상상 놀이에도 자주 빠져들었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그 어떤 콘텐츠보다 집중하며 한참을 관람하게 된다.


2. 택배박스로 만든 아이 전용 홈 슬리퍼


요즘 뭐든지 앱을 통해 주문을 하다 보니 집에 날로 택배박스가 쌓여간다. 매일 공급되는 택배박스를 스케치북 삼아 그림도 그리고, 안에 아이를 태워 썰매로도 활용했지만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택배박스에 아이 발을 대고 그려 만든 종이 슬리퍼였다.  


택배 박스에 발을 그린 후 오려 슬리퍼를 만든다
마음대로 꾸민 후에 끈을 달면 아이 전용 홈슬리퍼 완성


집에 본인의 슬리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아이는 자신만의 홈 슬리퍼를 꽤 마음에 들어했다. 그 애착은 단 하루였지만 말이다. 아이가 좋아했던 것은 완성된 슬리퍼 그 자체가 아니라, 엄마랑 같이 본인의 발을 그리고 자르고 사인펜으로 하트, 리본 등을 그려서 함께 만든 그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3. 플라스틱 물통에 검은콩을 넣은 마라카스


생수를 주문해 먹는 우리 집에서는 날마다 플라스틱 병이 넘쳐난다. 음악과 율동을 특히나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도 여러 가지 재료가 담긴 마라카스를 잘 흔들어 논다고 한다.


검은콩 마라카스를 만든 후 흔들며 신이 났다


하원 후 아이를 위해 플라스틱 통과 검은콩을 준비해놓고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주었다. 아이는 콩을 먹어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플라스틱 통을 손으로 꾹꾹 눌러 뿌그락, 뽀그락 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내가 먼저 통에 콩을 넣어 흔들어보았다. 아이는 만들고 싶은 것이 생각났는지 통에 콩을 부지런히 넣더니 뚜껑을 닫고는 거꾸로 뒤집어서 세차게 흔든다. 하나 더 만들어 양손으로 흔들고 자신이 만들어낸 그 소리와 리듬을 듣고는 무척 신이 난다. 플라스틱 마라카스를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굴리기도 하면서 한참을 논다.


4. 계란판과 물약 통은 물감 놀이할 때 딱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면 아이와 나는 아침 일찍부터 물감놀이를 시작하곤 한다. 18개월 무렵부터 물감을 접했는데 아이는 처음부터 손으로 만지고 발로 문지르며 온 몸으로 물감놀이를 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29개월인 지금도 아이는 물감놀이를 너무나 좋아한다. 색깔을 만들어 내거나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는 아직 관심이 없고, 손이나 발로 문질러서 손, 발을 찍는다거나 온 몸에 물감을 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하나, 물감 짜는 것을 참 좋아한다.


계란판과 물약통을 활용한 물감놀이에 집중하는 아이



물감놀이할 때 계란판과 물약 통을 활용하면 뒷정리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팔레트 대신 계란판 안에 색색깔의 물감을 덜어쓸 수 있는데 놀이가 끝난 후 물로 헹군 후 재활용으로 버리면 된다. 물약 통에 물감을 소량 덜어 넣어 짜게 하면 아이는 짜는 즐거움은 느끼면서도 물감이 많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물감 양을 조절할 수 있으니 치울 때도 편하다. (물감 양이 많으면 물감 찌꺼기가 많이 나와 욕실이 금세 더럽혀진다.)



5. 다 읽은 신문지로 가림막 커튼 놀이


우리 집은 종이 신문을 구독해서 보는데 다 본 신문이 매일매일 쌓이게 된다. 쌓인 신문들은 북북 찢기와 오리기, 콜라주 미술 같은 것에도 활용하기도 한다. 신문지 활용 놀이 중에 가장 아이가 좋아했던 놀이는 신문지를 길게 잘라 가림막 커튼을 만들었을 때였다.


신문지로 가림막 커튼을 만들어 거실 한가운데에 붙여놨다


신문지를 세로로 자르고 노끈에 테이프를 이용해 붙여 커튼을 만들었다. 거실 한가운데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림막 커튼을 길게 붙여놨는데, 아이는 그 공간에 들어설 때부터 좋아서 손뼉 치고 흥분했다.



신문지 커튼을 오가며 노는 아이


신문지 가림막 커튼으로 돌진해 줄을 끊고 끊어진 줄을 아이 허리에 감아 신문지 치마도 만들어주고는 다시 붙여놓았다. 이번에는 아이는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서 그 사이를 기어 다니기도 하고 허리를 수그려 통과하기를 반복했다. 손으로 신문지를 쓸면서 달리기도 했고 (양말을 신어서 조용히) 땅에 떨어진 신문지 더미 위로 수영하는 거라며 헤엄치는 흉내도 내었다. 온몸으로 놀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니 나 역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이 신나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한 놀이에도 아이는 즐거워한다. (출처 : Unsplash)



3세 이하의 아이랑 놀이는 사실 준비 과정이랄 것도 크게 없고 놀이 시간도 30분 내외로 참 짧다. 아이 성향에 따라서는 어지르지 않고 얌전하게 조몰락조몰락 만지작 거리다 끝내는 경우도 많은데, 부모는 치울 생각부터 하느라 차마 일을 벌이지 못하는 것 같다. 집에서 놀이를 한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지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규칙을 이해하고 잘 따른다. 놀이매트 안에서만 놀라거나, 뿌리거나 집어던지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면 아이는 그 거기 범위 안에서 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거실이면 거실, 아이방이면 아이방, 욕실이면 욕실, 놀이 공간을 한정해서 그 안에서만 마음껏 놀고 치우면 생각보다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뭐든지 시작이 어렵지, 한 번하면 두 번 세 번은 어렵지 않다.


재활용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조금만 검색해봐도 수없이 많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내 경험상, 그것들을 따라 해보려고 했을 때 엄마가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거나, 3세 아이가 하기엔 복잡하고 어려운 놀이도 있어서 그런 것들은 패스했다.


나는 별도 준비 없이 재료만 있으면 아이랑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간단한 놀이를 선호한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아이가 재밌게 할 수 있느냐, 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서 사실 별거 아닐 수 있는 놀이들인데 막상 해보니 아이가 몰입하고 즐거워했던 놀이들을 정리한 것이다.


3세 미만의 자녀가 있고 집안에 재활용 쓰레기들이 쌓여간다면 분리수거 하기 전날 한번 가볍게 시도해보면 어떨까. 기대 이상으로 즐거워하는 아이를 발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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