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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May 07. 2019

언제나, 생각이 먼저다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는 것은 그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니, 바뀌고 싶다면 몸을 움직여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이 말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가 없다.


곰곰 생각해보니,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더 이상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무엇이 되고 싶고 어떤 것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새로운 결심의 계기가 되고, 그 결심들을 하나씩 실천하며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좋은 습관들이 쌓인 끝에 차츰 변화하기 마련인 것이다.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면 실천도, 습관도, 변화도 오지 않는다. 언제나, 생각이 먼저, 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꿈이 뭐야?

나 한섬에 패션 디자이너로 취직하는 거.

겨우? 꿈을 좀 크게 가져!

... 그러는 넌 꿈이 뭔데?

난 과학자.


고1 때 같은 반 단짝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우린 백화점 1층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그때 친구가 나에게 기습 질문을 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꿈이 뭐냐고 묻는 그 친구에게 나는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때의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막연히 의상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나름 구체적으로 대답한 것인데 친구는 내 대답을 한심하게 여겼다. 겨우? 대기업도 아니고(삼성이라고 했다면 친구 반응이 달라졌을까?) 작은(90년대 당시) 패션회사에 직원으로 들어가는 게 네 꿈이라고? 하는 듯한 표정을 친구는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나무라듯이 말했다. 꿈을 좀 크게 가져,라고.


좀 무안했다. 나는 치기 어린 심정으로 그러는 너는 꿈이 뭔데? 하고 되물었다. 나는 과학자. 친구가 대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장래희망란에서나 봤을 단어, 과학자라니. 대답이 너무 얼토당토 하지 않아서 그만 실소가 터져 나왔다. 꿈이 과학자라고? 우린 문과잖아. 너무 늦은 거 아니니?


앞날이 창창했던 17살의 나는 왜 27살처럼 한 패션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꿈을 꿨을까. 그 친구 말처럼 '겨우' 직장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부끄럽다. 그 당시에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과학자를 꿈꾸는 그 친구가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이를 두 배이상 먹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생각이 꽉 막힌 꼰대 같았다. 어린 꼰대. 나는 내 생각대로 의상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작은 회사에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 친구는 일찌감치 쇼핑몰을 운영하며 창업가의 길을 걸었다.



생각은 자유라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출처 : unsplash)



생각은 제약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어, 나는 사업하면 안 될 거야, 돈이 없어서 유학을 갈 수 없어, 다 늙어서 뭘 또 시작해, 흙수저라 이번 생은 망했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가두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게 된다.


해외 나가지 않고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어, 난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에서건 살 수 있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창업가가 될 거야, 비록 지금은 무일푼이지만 자산가가 될 거야, 지금도 충분히 봉사하고 기부할 수 있어. 이렇게 무엇이든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내 생각을 굳이 사회 통념에 맞출 필요도 없다. 안돼, 하지 마, 소용없어,라고 선을 긋지 않아도 된다. 생각은 돈도 들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은 나의 자유이고 내가 그 어떤 생각을 하던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남이 알기도 어렵지만.


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대로 방향이 설정되고 '불가능'에 막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되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곳곳에 장애물을 만나도 어떻게든 넘어가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방식으로 생각해보는 것, 그럴 수 없다, 고 단정하던 것을 그럴 수도 있다, 고 바꿔 생각해보는 것, 남 얘기라고 치부했던 것들을 내 얘기로 한번 생각해보는 것. 그런 '생각'이라도 해보는 것에서 우리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마음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면 관점이 변하고, 관점이 변하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비로소 인생이 변화하는 것이리라.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출처 : unsplash)



20대 때까지 책을 쓴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부터 책을 쓰게 됐고 그 책이 세상에 나왔다. 불과 두 달 전까지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소설을 못쓸 건 또 뭔가, 생각하고는 아침마다 취미로 소설을 쓰고 있다. 아이를 낳고 일을 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우울해질 것 같았지만, 엄마가 되는 과정은 인생에 있어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영어는 평생 내 발목을 잡을 것 같다고 믿었는데, 영어 잘하는 중년이 되면 되지 않은가, 라고 생각을 달리 하니 영어가 재밌어지고 전보다 편안하게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바뀌지는 않겠냐만은 (또 아는가, 180도 바뀐 인생을 살게 될지) 적어도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고 믿는다. 그래서 언제나 생각이 먼저인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온 문장으로 끝맺음을 대신하려 한다.


눈 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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