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가 시간을 사는 방법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돈으로 해결하세요.
우리에겐 항상 시간이 우선입니다.
엄마를 위한 구글 캠퍼스에 참석했을 당시 강연자로 나선 한 개발자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이다.
그때까지 난, 돈을 아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 적은 있어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시간을 아끼는 것의 가치를 몰랐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상품 하나를 살 때 최저가를 검색하면서도 비교, 검색에 들이는 시간은 생각하지 못했다. DIY 제품을 구매하며 비용을 아낀다고만 생각했지 직접 시간을 써서 만들어야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돈을 아낄 수 있다면 내 시간을 헐값에 넘기는 일쯤이야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이크도 끄고 스치듯이 흘린 그 개발자의 말은 이후 내 뇌리에 박혔다. 그때부터였을지 모르겠다. 돈보다는 시간의 가치를 더 생각하게 된 것이.
나는 전업 엄마가 됨으로서 자연스럽게 주부의 역할도 수행하게 됐다. 전자는 내가 선택한 길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나는 요리, 청소, 빨래, 설거지, 정리정돈 등 '살림'이라는 것에 큰 재미도 보람도 느끼지 못한 데다 잘하고 싶다는 열정조차 부족했다. 보통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내게 살림은 그렇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나의 무능을 깨달을 뿐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루고 미뤄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의 무능을 커버해 줄 수 있는 도구들을 하나씩 들이기 시작했다. 무선 청소기, 물걸레 로봇청소기, 전기밥솥(신혼 때 왜 압력 밥솥을 샀는가), 에어 후라이어, 갖가지 수납함들, 먼지 떨이개 등등. 마지막까지 고민한 식기 세척기는 자리가 없는 관계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러한 도구들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딱 하나가 있었으니, 화장실 청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아이와 집에서 자주 오감놀이, 물감놀이를 한 덕분에 우리 집 화장실 바닥에는 자주 이물질이 끼었다.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이의 응가도 욕실에서 씻겨야 했고,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기침을 하다 어김없이 이불에 토를 했으며 뒤처리는 당연히 화장실에서 해결했다. 우리 집 화장실은 가장 바쁜 만큼 가장 빠르게 더러워졌다.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나의 임무였으나 나는 수압을 세게 한 샤워기로 물청소를 하는 것뿐 본격적인 화장실 청소는 차일피일 미루곤 했다. (타일 사이에 물 떼는 왜 그리 잘 끼는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을 때 남편이 화장실 청소를 했다. 그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나도 하기 싫고 남편도 하기 싫은 화장실 청소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청소 대행 서비스를 알게 되었고 한 청소 앱을 통해 청소 서비스를 신청했다.
우리 집을 방문한 클리너에게 그동안 나 혼자 하기 버거웠던 곳이나 하기 싫어서 미루고 있던 것들을, 가령 화장실 청소, 싱크대 레인지 후드의 기름때 제거, 창문 유리와 창틀 청소, 냉장고 청소 등, 우선순위로 요청했다. 4시간 서비스여서 그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했고 가장 시급한 것은 당연 화장실 청소였다.
클리너 분은 청소용 앞치마를 두른 후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끼고 내가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빠르게 청소를 하셨다. 연륜이 묻어나는 청소 스킬과 스피드에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하기 싫어 몇 주간 그렇게 끙끙거리던 부분이 그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말끔해지는 것을 보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화장실은 금세 반짝반짝 해졌다. 손이 닿지 않았던 환풍구와 천장도, 배수구 안도 말끔해졌다.
클리너 분이 청소를 하는 동안에 나는 방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었다. 가끔 청소 세제와 행주 등 추가로 요청하는 것을 찾아드리는 것 외에 내가 신경 쓸 부분은 크게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우리 집을 청소해준다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청소 서비스는 나에게 신세계였다. 약간의 비용을 들여 마음의 짐도 덜어내고 자유 시간까지 선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오신 클리너 분은 청소하는 중간중간에 개인적인 질문(아이가 몇이냐, 일은 하느냐 등)을 물어오셔서 곤란했지만 다음 클리너 분은 묵묵하게 청소만 하고 가셨다. 나에게는 말동무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두 번째 분이 더 마음에 들었고 그분에게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청소를 맡기고 있다.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나에게 한 달에 한 번은 마음의 짐을 더는 딱 적당한 주기라는 생각이 든다.
주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시간은 늘 모자란다. 시간을 관리하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아웃소싱을 통해 시간을 사는 것이다.
<레버리지>를 쓴 롭 무어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밝혔다.
레버리지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아웃 소싱하는 기술이다. 레버리지는 돈을 벌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신의 가치를 우선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기술이다. 레버리지는 당신의 시간을 가장 크고 지속적인 부를 창조하는 데 사용하고, 당신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지만 성취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시간 낭비를 근절하는 시스템이다.
나에게 청소는 하기 싫지만 시간을 들여해야 하는 과제인 동시에 내가 직접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 청소를 ‘레버리지’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돈으로 시간을 사는데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나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다주는 현명한 소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