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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May 19. 2019

나는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사는 것 그 자체가 축복임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기.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 또 있나 싶다.


우리는 내가 가진 것에 주목하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대개 앞만 보거나 위만 보는 그런 삶을 살아간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고 부어도 부어도 늘 모자란 기분을 느끼면서.



오프라 윈프리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오프라 윈프리는 평탄치 않았던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실패, 성공, 좌절, 슬픔 등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그녀가 몸소 체득한 영감과 깨달음을 14년간 칼럼으로 써왔고 그 글들은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는 기쁨, 회생력, 교감, 감사, 가능성, 경외, 명확함, 힘이라는 8가지 주제로 나눠 담담하게, 그러나 명확한 어조로,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고집해온 삶의 방식을 수정하고 잘못된 생각들을 교정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불평 불만으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 이런 표정이 아니었을까 (출처: Unsplash)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어?


엄마는 나에게 종종 즐거운 일이 없어도 먼저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웃을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 엄마도 정작 잘 웃지 않으셨다, 고 나는 기억한다.)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난 속으로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웃을 일도 없는데 어떻게 웃을 수가 있어?’ 하며 들은 체도 안 했다. 그 당시 나는 하루 종일 불평불만을 쏟아냈고 마르지 않은 샘물처럼 불평 거리는 언제나 넘쳐났다. 그런 태도를 취하니 내 삶은 더욱더 피폐해지고 척박해져 갔다. 점점 더 불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20대는 암울한 형태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것저것에 신경을 쏟느라 어떤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늘 무언가를 '하느라' 너무 바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 사실 나는 1996년에도 바빴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을 매일 수행해야 할 중요한 일로 여겼다는 것뿐이다.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늘 감사해야 할 일을 찾았고, 그러면 어김없이 감사할 것이 나타났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불행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보다도 바쁘지 않았음에도 늘 쫓기듯 살고 있었던 때를, 나 자신을 가장 하찮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를, 남들과 비교해 내가 가지지 않은 것에 집착하며 괴로워했을 때를, 감사는 나에게 사치라고 여기던 때를.



오프라는 인생이라는 선물을 받아 감사하다고 했다 (출처: Unsplash)


그녀가 확실히 알게 된 것


오프라는 그녀의 책에서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다 맛보면서 내가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이 선물이라는 사실이다, 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열다섯 가지 것들로 그녀 마음의 공간을 채웠다.


1. 정원에 채소 심기.

2. 일요일 아침에 스테드먼을 위해 블루베리 레몬 핫케이크 굽기.

3. 개들의 목줄을 풀고 앞뜰에서 신나게 함께 뛰어놀기.

4. 비 오는 날, 대기에 어린 서늘함, 벽난로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5. 정원에서 채소 수확하기.

6. 훌륭한 한 권의 책.

7.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우리 집 참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 읽기.

8. 정원에서 딴 채소로 요리하기.

9. 내 몸이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실컷 자기.

10. 진짜 트위터, 즉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깨어나기.

11. 숨을 몰아쉬어야 할 정도의 강한 강도로 운동하기.

12. 정원에서 딴 채소 먹기.

13. 그저 가만히 있기.

14. 침묵을 감싸 안기.

15. 매일 감사하고, 내가 받은 축복을 가늠하면서 내 삶을 축복하기.


내 마음의 공간에도 희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출처: Unsplash)


내가 깨달은 내 마음의 공간


나는 책을 읽고 내 마음의 공간은 어떤가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공간에는 아래의 열 가지 것들로 채워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 육아를 선택함으로써 얻게 된 자유시간들.

2. 아침 6시에 일어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

3.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하기. (놀이터, 산책, 오감놀이, 키즈카페 가기 등)

4. 주 2회 수영.

5. 영어와 친해지는 노력. (영어 외면하지 않기)

6. 신문 읽으며 남편과 딸에게 신문기사 공유하기.

7.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과 날마다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는 것.

8. 남편이 만들어준 요리들을 먹기. (요리가 취미인 남편과 사는 것에 감사하기)

9. 건강한 딸과 남편, 그들과 누리는 일상에 감사하기.

10.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것에 쓸 수 있는 것에 매일 감사하기.



그저, 결정하기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출처: Unsplash)


나는, 하루하루 감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저 그렇게 살기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의 결정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그 대사를 읊으며 기쁨에 젖는다. 때때로 침대에서 나오기 전에 제일 먼저 그 대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결정을 하는 거예요.' 나는 아침에 잠이 깨어 그날 내가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그렇다. 매일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아이와 산책하거나 놀이터를 갈 수 있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수영할 수 있어서, 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감사를 선택하면 세계가 완전히 변할 거라는 그녀의 말을.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면, 만약 당신이 당신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감사히 여긴다면 당신의 세계가 완전히 변할 거라는 점이다. 가지지 못한 것 대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춘다면 당신은 자신을 위해 더 좋은 에너지를 내뿜고 만들어낼 수 있다. 매일 짧게나마 짬을 내어 감사한다면, 크게 감탄할 만한 결과를 맛보게 될 것이다.


2019년 5월 18일 감사일기


1. 친구 아들의 돌잔치에 참석, 왕복 3시간 20분 동안 지하철에 앉아 오프라 윈프리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을 다 읽은 것.

2. 돌잔치 뷔페에서 올해의 첫 수박을 맛본 것.

3. 25년 만에 처갓집 양념통닭을 다시 먹은 것. (초등학교 때 먹던 맛 그대로였다!)

4. 자기 전에 누워 딸과 함께 에릭 칼 그림책 <From Head to Toe>를 다섯 번 넘게 연달아 읽고 동작을 함께 따라 하며 까르르 웃은 것.

5. 아침 8시에 남편, 딸과 함께 산책 겸 맥도널드에 가서 아침으로 맥모닝을 먹고 호수길을 산책한 것. 구름 낀 아침의 시원한 바람도 좋았다. (딸아이는 비둘기를 쫓아다녔고 새들이 날아가자 호탕하게 웃기를 반복했다.)


기꺼이 나는 하루에 다섯 가지씩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기기로 했다. 그것이 그녀가 60여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확실히 아는 것들이자 앞으로 내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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