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 엘리 May 24. 2019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두려움이 마음을 흔들어놓을 때 알아야 할 것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결정이란 단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결정을 내리면 그는 세찬 물줄기 속으로 잠겨 들어서, 결심한 순간에는 꿈도 꿔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단지 어떤 것을 하기로 '결정' 했을 뿐인데, 계획하지도 않은 경험을 하고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마음과 정신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문득, 10년도 더 전에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떠올랐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2005, 문학동네.


한 때 유행처럼 번졌던 말이 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것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말에는 힘이 세다. 그때 이 말을 굳게 믿은 사람들은 지금쯤 자신이 목표하던 바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도 이 말을 굳게 믿었었다. 단지 그 믿음이 오래가지 않았을 뿐이지만.


마음은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것이라서 그럴 때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변덕스러운 마음에 이리저리 휘둘린 채 순간의 결심과 믿음이 산산이 흩어져버리게 놔두었다.


10여 년의 지난 후에 다시 읽은 연금술사에는 인생의 진리와 지혜의 말들이 넘쳐났다. 특히,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묵직한 어떤 것으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우리는 왜 우리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가.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음도 숨 쉬면서 살아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그 순간의 마음과 며칠 지난 후의 마음은 달라지는 것이었다. 달라진 마음을 채근할 것이 아니라, 달라진 이유가 있는지, 달라진 마음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했다. 마음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것이었다. 그걸 간과하고 있었다.  그저 의지가 약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렇게 된 것이라 치부했다. 때로는 자신을 심하게 질책하고 비난했었다.


연금술사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놀랍도록 마음이 평온해졌다. 사실은 정작 내 마음이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도, 두려움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양치기 소년이었던 산티아고는 한 점쟁이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나는 사람들의 미래를 점쳐주는 일로 먹고살지. 나는 산가지들의 이치를 알고 있고, 모든 것이 이미 기록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것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네. 그곳에서는 과거를 읽을 수 있고, 이미 잊혀진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여기 현재에 있는 표지들을 이해할 수도 있어. 사람들이 내게 점을 치러 올 때, 그건 내가 미래를 읽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야. 미래는 신께 속한 것이니,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았지만, 그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치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싶어 하지만 현재의 표지들에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현재를 살아라, 는 조언은 많이 듣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떻게 현재를 살아야 하는 건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나처럼.


나는 과거에 살았거나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하면서 살아왔었다. 걱정하고 고민하느라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지 못한 삶을 살았고, 그 대가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몇 해 전에야 시작하게 됐다. (더 늦기 전에 알아서 감사하다.) 내면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깊이 숨겨져 있던 내 마음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으며, 마음이 향하는 것에 충실하다 보니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서서히 터득하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위대한 업'은 달걀 모양의 어떤 것 혹은 플라스크에 담긴 액체 따위가 아닐 터였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 그것일 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겠는가.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이집트로 갔지만 이집트에는 보물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행하면서 살겠다는 꿈을 실현했으며 이집트로 가는 여정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고 마침내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만물의 언어를 알게 되었고 자신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 것이다.


'위대한 업'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들 앞에 조용히 열려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살아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그러면 우리의 꿈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라고 나는 이제 믿기로 했다.


진리는 언제나 그렇듯 간단명료하니까.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