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
인생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초점을 맞추면 과거의 습관과 방식대로 살아가게 되고, 현재에 집중하면 지금 처한 현실의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며, 미래를 예측하고 상상하다 보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기도 한다.
여기, 펜션을 숙박업소가 아닌 미디어로 정의한 한 남자가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이 남자는 아버지의 애물단지 시골 땅에 펜션을 짓고 가족 사업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방 8개짜리의 작은 펜션'도 하나의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부모님은 팔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땅에 펜션을 짓기로 결정했으나 수중에 가진 돈은 턱 없이 부족했다. 하는 수 없이 온 가족 모두가 펜션 사업에 매달렸다. 펜션 기획부터 콘셉트와 디자인, 건축 설계와 시공, 인테리어, 가구 제작, 마케팅, 홍보,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가족 구성원이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펜션을 완성하고 운영하기까지 직접 부딪치고 깨지며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망할 수는 없다는 각오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전진하다 보니 가족들조차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가 펼쳐지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작품으로 재창조되기도 한다. 그는 강원도 정선 첩첩산중에 있는 펜션을 '한국의 몰디브'로 불리는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 스스로를 끊임없이 혁신하며 능동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고 직접 발로 뛰며 깨닫고 체득한 인사이트와 펜션이 미디어가 되는 과정을 <드위트리 스토리>라는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나는 이 펜션의 타깃이 아니다. (20대 커플이 아니므로) 그래서 이 펜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3명 중 1명이 봤다는 이 펜션의 전경 사진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읽은 한 책에서 타깃 고객을 사로잡아 성공한 케이스로 알게 되면서 이 펜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책으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읽게 된 것이다.
30대 아이 엄마인 나에게 낯선 이 펜션은 이미 페이스북 좋아요 12만을 받을 만큼 매혹적이고, 20대 연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으며,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이용될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여행 숙박업 가운데에서도 2012년에 첫 영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7년간 여전히 힙한 펜션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성공 비결로 드위트리 펜션만이 창출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꼽았다.
드위트리 펜션이 창출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숙박이라는 가치뿐만 아니라 SNS에서 좋아요를 모으고, 영화와 광고 배경지로 등장하니까... 그건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창출하는 거 맞네!
그러니까 결국 홍보든 광고든 바이럴 마케팅이든 그리고 그 분야가 방송업종이든 펜션 업종이든 음식점이든 뭐든 간에 결론은 콘텐츠였다. 콘텐츠의 품질이 비용 또는 수익 구조를 결정한다. 똑같은 내용을 갖고 만들더라도, 콘텐츠를 못 만들면 지갑에서 돈이 나가고, 콘텐츠를 잘 만들면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지갑에 돈을 꽂아준다...(중략) 콘텐츠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다른 생명체를 끌어 모아 협력하면서 스스로 가치를 키우는 것이구나! 161p
<포노 사피엔스> 저자인 최재붕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포노족(스마트폰이 신체 일부인 사람들)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에게 통하는 강력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라고.
강원도 정선 산속에 '물 위에 뜬 풀빌라 펜션'을 짓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층은 열광했다. 펜션은 실물을 보지 않고 100% 온라인과 모바일로 구매한 후에 경험하는 구조였고, 그래서 저자는 펜션 타깃을 철저히 20대 여성으로 하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몰디브'라 불릴 만큼 펜션 전체에 펼쳐진 큰 풀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 여름에는 인기가 좋았으나, 수영을 할 수 없는 계절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위기를 맞았다.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저자와 가족들은 아이스링크, 스케이트, 썰매, 수상 자전거, 카누, 웨딩 촬영, 파티 스타일링, 풀 라운지 대여, 아로마 테라피 등 철저히 20대 여성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사계절 콘텐츠를 생산했고, 이를 경험한 고객들이 자신들의 SNS에 자신들의 경험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며 2차 콘텐츠가 확산됐다. 고객이 만든 콘텐츠는 다른 이들에게 재가공되며 3차, 4차 콘텐츠로 양산됐다.
이러한 타깃 취향저격의 콘텐츠는 고객의 입소문을 불러일으켰고 입소문은 또 다른 콘텐츠가 되었으며 점점 더 많은 충성고객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고객과 함께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며 스스로 가치를 키워갔다.
펜션 자체의 스토리와 고객 각자의 다양한 경험이 어우러져 새로운 콘텐츠가 생성되고, 그 콘텐츠는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고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이 현상을 지켜보며 저자는 깨닫게 되었다. 펜션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펜션을 그냥 숙박업으로만 본다면 사업을 확장해도, '옆에 한 두 채 더 지어 볼까?' 정도의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펜션을 미디어로 정의하면 출판, 교육, 여행 미디어, 새로운 숙박문화(공유 민박) 등으로 확장할 사업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온다. 생각을 약간만 바꿔도 성장하는 궤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211p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모든 것이 미디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당신도, 당신의 기업도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실제로 그렇게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 8개짜리 펜션도 미디어인데 당신이 그리고 당신 기업이 미디어가 되지 말란 법이 전혀 없다. 226p
그는 나아가 스스로 미디어가 되라고 제안한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 자신 스스로에 대해 정의하고 철학을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내 안의 킬러 콘텐츠가 무엇일까,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도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꿈의 깊이와 넓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그 생각, 그 믿음 자체가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엉뚱한 발상과 상상,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이 책은 단순히 펜션 성공 스토리가 아니었다. 펜션이 미디어가 되는 과정 속에 뉴미디어와 온라인 생태계의 본질을 꿰뚫은 저자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고퀄리티 콘텐츠였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데 관심이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정독해야 할 콘텐츠라 생각한다.
단언컨대, 책 속에서 무언가 하나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