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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 읽는 남자 Sep 10. 2018

놀이를 바라보는 100년 된 생각들

놀이이론 上 : 고전적 놀이이론

놀이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와 놀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한 만큼 

놀이에 대한 이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런 이론들은 크게 고전적 놀이이론과 현대 이론으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요.

고전적 이론은 놀이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놀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점을 주로 신체발달에서 찾았습니다. 

반면 현대 이론은 시각을 확장하여 신체발달뿐만 아니라

놀이가 사회성, 정서, 인지적 발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죠.


쉽게 이야기하면 

고전적 놀이 이론은 

놀이를 통한 에너지 발산, 신체 발달에 주목을 했다면


현대의 놀이 이론은 

놀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종합적인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오늘은 놀이를 바라보는 보다 오래된 생각

고전적 놀이이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고전적 놀이이론으로는

Schiller의 잉여 에너지 이론, Lazarus의 휴식이론, Haeckel의 반복이론, Groos의 연습이론이 있습니다.



1. 잉여 에너지 이론(surplus energy theory)


영국의 철학자 Spencer의 잉여에너지 개념을 바탕으로

독일의 철학자 Schiller(1875)가 개발한 이론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아동이 과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놀이를 한다고 보는 이론이지요.


Spencer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사냥이나 낚시를 하지 않게 됨에 따라 

이러한 생존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는 아동의 에너지는 남아돌고

이것이 놀이라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성인은 일하고 생존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되므로 남는 에너지가 적어서 

아동보다 놀이를 적게 하는 것이죠.


잉여에너지 이론에서 잉여에너지라는 개념 자체는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아동이 지칠 때까지 놀고 나면 잉여에너지가 소진되어 놀이를 그만한다는 전제에 따른 이론인데 

실제 아동은 지쳤다가도 새로운 것을 보면 다시 활기를 찾고 놀이를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지쳤다가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활기를 찾고 놀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생존이나 영양 섭취 같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놀이를 하게 된다는 개념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잉여에너지 자체는 과학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일상적으로는 놀이를 통해 아동이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어느 정도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잘 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실생활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론입니다.



2. 휴식이론(relation and recreation theory)


1880년대 독일 철학자 Lazarus가 창시한 휴식이론은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놀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근거한 이론입니다


휴식 이론에 따르면 노동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데

노동에 지친 사람들이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놀이가 필요합니다


휴식 이론에 따르면 일에 지친 사람들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 는 놀이가 필요하다


잉여 에너지 이론처럼 휴식 이론도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연구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있는 이론입니다.

평소에 업무로 피곤한 직원들이 운동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직장이나

여름휴가, 방학, 공휴일 등이 휴식이론을 지지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반복이론(recapitulation theory)


Haeckel의 반복이론은 앞선 두 이론보다 조금 독특합니다.

Haeckel은 인간이 동물 단계, 야만 단계, 유목민 단계, 농경 단계, 부족 단계를 거쳐 진화했다고 보고

놀이도 인류 진화의 순서를 따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아동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

(요즘으로 따지면 놀이터에 있는 정글짐을 올라가는 것이겠죠?)은 

인류의 동물 단계에 상응하는 것이며 

싸움놀이는 수렵을 하던 야만 단계에 상응하는 것이고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유목민 단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인형놀이나 모래놀이는 농경 단계, 팀으로 하는 게임은 부족 단계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하였지요

 

아이들이 놀이기구 위로 올라가려 하는 건 동물적 본성에서 나온 행동일지도 모른다


반복이론은 또한 놀이가 아동이 동물 같은 본능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놀이를 하게 되면 아동의 동물적 본능이 약화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칼싸움 놀이를 한 아동은 성인이 됐을 때 싸우려는 충동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반복이론은 이론을 주장한 Haeckel이 자료를 조작하여 입증했던 것으로 밝혀지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놀이가 아동이 동물 같은 본능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신체활동이 크게 감소하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진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4. 연습이론(practice theory)


독일의 철학자 Groos의 이론은

아동의 놀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동물이 하는 놀이의 의미를 추정하여 인간 놀이에 적용한 것인데 

Groos에 따르면 놀이는 본능적으로 놀이는 본능적인 연습 행동으로서 

이후 성인기에 유용하게 사용하게 될 기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즉 아동의 놀이는 성인이 하는 활동을 연습하는 기회로서 

아동은 놀이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발달시켜서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하게 될 지식과 기술을 익히게 되는 것이죠.


특히 역할놀이를 설명하는데 적절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통해 

엄마나 아빠가 되었을 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하게 될 역할을 놀이를 통해 하게 된다는 아이디어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고전적 놀이이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아무래도 최소 100년 이상 된 이론들이다 보니 

엄밀한 과학적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잘 와 닿지 않는 이론들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론에 내포되어 있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나 생각들 중에는

참고할만한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놀이의 신체적 측면보다

사회성, 정서, 인지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는

그리고 고전적 이론보다는 조금 더 친숙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Freud 이론, Erikson 이론, Piaget 이론, Vygotsky의 이론 등

현대의 놀이이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 글은 권혜진, 김경은, 우현경, 전가일, 전숙영, 정윤주, 한유진 교수님의

「아이와 교사가 즐거운 놀이지도」를 참고, 발췌, 수정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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