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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Apr 02. 2016

13. 왜 난 테슬라 모델 3를 예약했나

 혁신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태도

엘론 머스크가 3월 31일 새로운 라인업 모델 3를 공개했다.

테슬라 모델 3

기존 자동차로 따지면 BMW3 정도의 준중형급이다.  테슬라 특유의 미끈한 디자인에다가 미래의 풍미를 끼얹었다.

 출발해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6초면 되고, 한번 충전하면 350km를 갈 수 있다. 가장 기대하는 오토파일럿을 지원하는 하드웨어도 탑재되었다. 이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되면 자율주행차를 가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35,000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4천만원 정도의 돈이다. 공장도 크게 지어서 1년에 5십만대 생산한단다. 이건 작정하고 만든 거다. 전기자동차로 이제 시장을 제대로 공략한다.

출시국에는 한국도 들어있다. 테슬라 한국 법인 세워진지 얼마 안 되는데 일할 줄 아는 분들인가 보다.


타고 있는 차를 바꾸라고 하는 속삭임이 귓가를 맴돈지 벌써 몇개월째다. 단돈 1천불이면 예약할 수 있다. 그 어느 누구와도 상의 없이 예약해버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테슬라 매장에 줄까지 서가며 예약했다고 하던가.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온라인으로 예약한다.

테슬라 예약 페이지


온라인 예약도 심플하기 짝이 없다. 이름, 주소, 연락처 그리고 신용카드 정보만 넣으면 끝이다. 공인인증서, ActiveX 따위? 훗. 바로 1,000불이 카드결제되었다고 문자가 띠리링 울린다. 그리고 몇시간 지나면 메일로 Confirm되었다고 알려준다.

테슬라 모델 3 예약 확인





마치 디지털 혁신은 이런 거야라고 얼굴 앞에서 얘기하는 느낌이다.

환경, 비즈니스 네트워크, 자율주행 등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 살아 있는 제품.

거기다  캐릭터 확실한 CEO, 직관적인 프레젠테이션, 포지션이 확실한 제품, 간결한 O2O 채널을 더했다.


이번 테슬라는 국내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최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쿨내가 진동하는 미래형 전기자동차를 2천만원 정도의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지름의 기쁨에 취해있는 나에게 냉소적인 댓글들이 달린다. 테슬라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전기 충전 요금은 휘발유보다 비싸질걸? 현기차가 가만히 있을리 없지!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댓글들이다.


우리는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모두 목격했다. 애국 마케팅이 등장했고, 아이폰의 모든 단점은 다 까발려졌고 온갖 방해가 이어졌다. 구글이 다행히 안드로이드를 출시하며 오픈 진영을 표방하지 않았으면 어떤 일들이 더 벌어졌을까.

전세계에서 시장을 넓혀가는 우버는 불법으로 퇴출되었다. 카카오가 블랙을 출시하자 겨우 블랙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모두 좋다. 나는 우리 나라를 사랑하니까. 그지같은 기득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뽕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내가 사는 이 나라가 발전했으면 좋겠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보호해주면 그들은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고 작은 시장에 진출한다. 그 돈으로 경쟁력있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라도 M&A하면 좋으련만 그걸 베낀 제품을 출시해서 모두 고사시킨다.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국내 기업들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인터뷰도 하면서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같이 찾는다.

최근에 가장 안타까우면서 화가 나면서 절망적인 순간이 있었다. 한 국내 대기업에 관리를 위한 관리를 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자동화하자는 제안을 수개월째 논의했다. 마지막 순간에 기존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은 당연히 존중해야지. 나를 기막히게 했던 건 그 이유였다.


"음... 업무를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해주면 좋긴 한데요. 별로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 왜 그러시죠? 사람을 줄이거나 이럴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걸로 효율화되면 좀 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우리는 야근해요. 그리고 야근한다고 야근비 지급 안 합니다. 야근하는 시간에 그거 하면 되요. 이거 자동화하면서 시스템 도입하고 그러면 비용만 듭니다. 그리고 업무 바뀌는 거 오히려 더 귀찮아해요."

"그래도 이런 프로세스에  직원들이 들이는 노력이 너무 아까워요. 좀 더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시면 더 좋을텐데요."

"...... 그만하시지요. 우리도 괜히 이거 바꾸려고 여기저기 얘기하는 거 귀찮아요."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건 너무 쉽다. 경영진의 태도가 임원들을, 그리고 또 중간 관리자들의 자세를 결정한다. 변화를 싫어하고 닫힌 마음으로 사는 게 편한 세상을 만들어놓으면 모두가 그렇게 된다.


테슬라와 애플이 더 좋은 기업은 결코 아니다. 테슬라의 차가 무조건 좋을까? 그들은 양심적인 기업일까? 아니.

다만 우리가 편한 것을 찾고 있을 때 그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를 실행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업들을 높이 평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을 칭송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게 이길까?


나는 우리 나라 기업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삼성이 더 좋은 스마트폰, 웨어러블, VR 기기들을 만들어냈으면 좋겠고 현기차가 쿨한 미래 자동차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무조건 계속 사주면 그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냥 계속 상속을 할 것이고 아들이 기죽지 않기 위해서 부동산을 살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보단 이 땅에 남아있는 작은 자영업자가 다 죽는 그 날까지 골목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새로운 규제로 혁신 기업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려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뭐, 이런 거창한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이유로 애플과 아마존을 사고 테슬라를 예약하는 건 아니다. 멋진 제품이고 쓰기 좋고 사기 편하니깐 사게 된다. 이 간단한 시장 논리가 잘 먹혀들지 않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우리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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