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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Jun 22. 2016

 삼성의 SW 기술 반성, 회사가 먼저 해라.

구글과 넷플릭스의 문화

어제부터 기사들이 쏟아진다. 삼성이 사내 방송을 통해서 SW능력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62111431

대한민국의 언론에서 삼성의 의지에 반하는 기사는 나오기 쉽지 않다. 나오더라도 삼성의 광고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언론이나 진보 인터넷 매체에서 찻잔의 태풍으로 그치기 일쑤. 이렇게 모든 메이저 매체에서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삼성의 의지라고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 의도가 무엇일지는 아직 베일에 쌓여 있지만, 이미 세간에는 SW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떠돈다.  


그 의도는 차치하고라도, 삼성의 자기 반성은 본질과는 안드로메다만큼의 갭이 있다.  그 책임이 SW를 개발하는 인력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방송에서는 지금 인력들의 1-2%만이 구글에 입사 가능하다고 설레발을 떨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와... 삼성 개발자들 문제 있네? 실력이 그것 밖에 안되나? 이렇게 생각이 가능하다. 물론 어떤 개인이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필요한 스킬과 탤런트는 그에 합당한 보상과 업무가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구글과의 비교? 구글의 신입사원이 약 1억2천만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정도로 우수한 사람들이니 많이 받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SW직군의 연봉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중요한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걸 조직에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소프트웨어가 디지털 시대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외국의 글로벌  IT회사들이 어떻게 사람을 채용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playfulheart/3

구글도 같다. 먼저 회사에서 해야할 일을 정의하고 그에 적합한 JD (Job Description) 로 필요한 것들을 정의하고 그리고 그에 맞는 사람을 긴 인터뷰와 검증 절차를 거쳐서 채용한다. 

삼성전자? 2013년 SW인력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한다며 1만명을 채용했다.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어떤 인력들을 뽑아야 하는지가 제대로 검토는 되었을까? 


여러가지 사정으로 대규모의 사람들을 채용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 사람들의 역량을 회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적절한 교육과 개발이 있어야 했다. 일괄적인 대규모 교육과정보다는 각 업무와 개인에 맞는 내용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적합한 일이 주어져야 한다. 15년 전에 국내 대기업 SI사에서 근무할 때인데 그 때만 해도 신입 사원이나 중간 허리의 대리나 과장 들이 실제 업무를 수행했었다. 개발을 해야 하면 개발을 했고 문서를 작성해야 하면 팔을 걷어붙이고 종이질을 했다.

그 때 같이 일했던 후배들을 얼마 전에 일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필요한 일은 흔히 말하는 업체에게 시키고 본인들은 가져온 것에 대한 비판과 전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답답해서 업무가 끝나고 난 후 맥주 한잔 하면서 물어보았다. 그래도 실제 일을 해야 하지 않아? 아직 한참 배우고 일할 때인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게 매니징이에요. 직접해서 언제 일하냐구. 그리고 크게 보면서 업체를 일 잘 시키는 게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아요.

......

날고길던 개발자가 대기업에 들어가서 평범한 PM으로 전락하던지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매니징이 손을 놓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특히 최근에 글로벌 IT 회사들은 중간 매니저를 없애는 추세다. 중간에서 일을 분배하고 취합해서 보고하는 매니저는 회사에 큰 가치를 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AI와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없어질 직군 중 하나가 중간 매니저다. 정해진 일을 해나가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경영진의 의지가 회사의 전략과 방향을 결정한다. 그 방향에 따라 조직이 움직이고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 후 왜 너희들은 문화가 그 모양이냐, 문화를 바꿔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라 해봤자 바뀌지 않는다. 


DVD렌탈 그리고 이제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로 우뚝 서있는 넷플릭스 Netflix. 넷플릭스는 회사의 원칙과 기업 문화를 세우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넷플릭스의 문화는 자유와 책임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이렇게도 읽힌다.

직원들은 회사가 로비에 걸어놓은 멋진 문구가 아니라, 누가 승진하고 해고되는 지를 보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파악한다.

SW 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와 일이 주어지는 곳이라면 우수한 인력들이 알아서 들어올 것이고 있는 인력들은 더 좋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할 거다.



삼성 사내방송 2부에서는 조직문화적인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다룬다고 하니  위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를. 제발 뭣이 중헌디를 알게 되기를. 나는 우리 나라 기업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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