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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May 15. 2016

외국계 회사의 음주 문화

한국 기업과 회식/음주 문화가 다를까?

얼마전 한 글로벌 헤드헌터사의 한국/일본 지역 대표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Q. 한국의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어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는지?

A.왜 이직을 하고자 하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매일 저녁마다 강제로 술 마시는 문화를 못 견뎌서 외국계기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남성들을 매주 여러 명 만난다. 긴 근로시간, 엄격한 위계질서, 강압적인 술 문화 등이 원인이다. 또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유리천장, 유연하지 않은 승진기회 등이 제약이 될 것이다. 일본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술문화는 심각하다. 최근 일본의 술문화는 많이 변했고 한국만큼 강압적이지 않다.


한국의 직장인 10명 중 7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어한다구? 궁금해져서 설문 결과를 찾아보았다. 잡코리아에서 올해 시행한 설문조사. 직장인의 66.4%가 외국계 기업으로 가고싶어한다는 결과는 맞다. 그 이유는 높은 연봉 수준, 다양한 복지제도, 수평적인 기업문화, 해외 근무 기회, 능력에 따른 파격 인사 등이었다. 음... 술 때문만은 아니었네.

어쨌든 강제로 술마시는 문화가 아직도 한국의 직장인들을 힘들게 한다는 얘기는 종종 들린다. 자주 들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회식 가기 싫다, 술 먹이는 상사 때문에 짜증난다는 얘기가 종종 올라오니. 그럼 외국계 기업에서는 술을 강제로 안 먹일까?


모든 것이 그렇듯이 흑백논리로 예 아니면 아니오라는 대답은 하기 힘들다. 외국계 회사도 구글, 페이스북처럼 적은 직원으로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글로벌 IT 기업이 있나 하면 철저히 한국화된 전통적 산업의 회사들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전체적인 경향을 보자면 대답은 Yes.  

부서 회식 있다. 부서와 매니저의 취향 따라 다르지만 월 혹은 분기 별로 부서 회식을 가진다. 하지만 그 회식이 한국 기업에서처럼 정말 가기 싫은 강압적 분위기는 아니다. 맛있는 걸 같이 먹고 마시자는 분위기.

업무가 우선시되는 문화기에 회식이나 조직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공동 Activity가 무엇보다 우선시되지는 않는다. 전체 회식 때도 다른 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참석하기 힘들다면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한다.

예전에 15명 정도 되는 팀을 맡고 있을 때였다. 팀원들을 비롯해서 나까지 계속 들어오는 일 때문에 3개월 넘게 회식을 못했다.
결국 막내가 메일을 보냈다.
"너무 하셔요. 이렇게 회식도 안하고. 술도 아무도 안 사주고.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하... 바쁜데..."
한숨을 내쉬며 회식 장소와 시간을 잡으라고 했다. 장소는 진토닉과 맛있는 퓨전음식을 먹는 레스토랑. 신나서 술을 시켜대는 팀원들을 말리느라 진땀 뺐던 기억이 있다.

술을 좋아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하는 상사 술상대하느라 힘들다는 얘기도 많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술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 저는 술 자체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분위기를 즐깁니다" 이런 상투적인 대답보다 "네 저 술 좋아해요"라고 직설적으로 대답할 만큼.

그런 나지만 저녁이 되어서 술 한잔 하고 싶을때 같이 마실 팀원 찾기가 쉽지 않다. 간단히 저녁 한 번 먹을까요 메일이라도 보내면 바로 "오늘은 할 일이 많아서요""약속 있어요" 등등 힘들다는 답장이 쏟아진다. ㅜㅜ

그만큼 업무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매니저의 업무 외 요청에 무조건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아, 물론 자신의 성향 따라 무리하게 요구하는 매니저들이 없는 건 아니다. 직접 경험한 건 아니고 들은 얘기이긴 하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내가 퇴직한 직후, 새로운 매니저가 왔다고 한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강압적 분위기를 연출. 아침에 항상 8시에 회의를 잡아놓고 저녁에는 술자리를 가졌다 한다. 심지어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강제로 먹이기까지. 여기까지 들으면 외국계 회사도 다를 게 없네라고 생각이 들지만 다른 건 있다. 그에 못 견딘 직원들이 항의해서 그 매니저는 6개월후 결국 회사를 나갔다.


못 마시는 술로 회식 자리가 괴롭고, 상사 술 상대해주느라 힘들다, 술 때문에 정말 회사 못 다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외국계 회사 이직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누차 얘기했듯이 업종, 회사 분위기와 매니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은 사전에 확인이 꼭! 필요하다. 웹툰 '송곳'에서 봤듯이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하며 한국의 병폐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외국계 회사도 얼마든지 존재하니까.


그런데 정말 지금도 한국 기업들 내부에서 이런 강압적인 술문화가 계속되는 걸까?

19년 전에 (ㅠㅠ) 한 한국 제조 쪽의 대기업 연구소에 다닐 때는 정말 굉장했다.
2달간의 그룹과 기업 연수를 끝내고 부서 배치를 받은 주. 환영회를 해줬다. 2명이 배치됐는데 회식의 첫번째 순서가 둘이 일어나서 나란히 소주 1병씩을 원샷하라는 거였다. 지금 시작하면 미친 짓이지만 그 때는 할 수 밖에 없었다. 회식의 끝은 취한 동료끼리 파이트.
그 후에도 회식하면 3번에 1번은 치고받는 싸움이 일어났다.
가장 역겨웠던 건 커다란 양철 그릇에 소주, 맥주, 양주 및 상에 놓여 있는 각종 반찬을 집어넣은 폭탄주를 만들고 그걸 돌려가며 마시라고 강요하던 부서장.

설마 지금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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