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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Dec 01. 2021

자동차 공매(오토마트)로 돈을 벌어보자! 2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GT

일요일 오전 우리의 애마 올랭이(올란도)를 끌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올랭이는 엔카에서 중고 매물을 찾아 그 유명한 인천에 가서 직접 가져온 아이다.


인천이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인지라 와이프가 다소 걱정을 했지만 문제없이 가져와서 1년 반이 넘게 아무 탈 없이 잘 타고 있다.


사실 올랭이는 차박을 하기 위해 샀는데 소음과 빛에 애민한 우린 차박을 3번 시도해서 딱 1번 성공했다. 우린 차박이 맞지 않는 걸로.. 


와이프님은 차박은 손절하셨지만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겸사겸사 대전에서 차박을 하고 차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 이때만 해도 10월이 이렇게 추울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입이 돌아갈 뻔.


오토마트가 주말은 쉬는 관계로 차는 월요일에 볼 수 있을 거라 판단되기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오랜만에 지방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 명은 청주, 한 명은 세종. 늘 그렇듯 만남의 광장은 맛집이 많은 청주. 점심으로 맛있는 수육을 뚝딱하고 친구들과 카페에 갔다. 내가 왜 왔는지 알기에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한다.


친구 1 - 그래서 그 차는 몇 년 됐는데? 몇 만 킬로야?

나 - 어, 2010년식이고 대략 17만 4,000km 탔어.

친구 1 - 뭐? 완전 개 똥차네.

나 - ...

친구 2 - 야, 그거 굴러는 냐?

나 - ...

친구 1 - 시동도 안 걸리는 거 아냐?

나 - ...

친구 2 - 뭐야, 고물상 보내야 되는 거야?

나 - ...

친구 1 - 야, 걍 고물상에 팔고 우리 술이나 한잔 사줘. 으헤헤헤헤헤.


남자들의 대화란. 우정이 흘러넘치는구나. 내 이것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리. 반드시 GT를 살려서 보란 듯이 타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나, 이때는 몰랐다. 수리비가 이렇게 나올 줄..


그렇게 친구들과 아름답게 헤어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대전 오토마트로 향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잠겨있다. 철창 너머로 열심히 나의 GT를 찾아본다. 찾았다!



오오.. 드디어 GT를 실물로 영접했다. 7 시리즈 플랫폼에 5 시리즈 인터페이스와 파노라마 선루프를 창작한 우리 가족(너와 나)을 완벽하게 지켜줄.. 여기까지. 는 역시나 영롱했다. 뾰로롱.


다행히 철조망 너머 바로 앞에 있었기에 밖에서도 외관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긁힌 부분이 보이고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역시나 후륜 서스펜션이 내려간 상태였다.


음.. 이렇게만 보니 감질맛이 난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월담(?)을 결심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론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철조망이 그리 높지 않아 쉽게 넘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좋아 올라가 보자. 으차! 하는 순간. 경보가 울린다.



위용 위용 위용. 헉. 철컹철컹? 내일 아침에 문을 열면 다시 오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줄행랑을 쳤다. 마음이 심란해진다. 밖에서만 살펴본 차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아 보였다. 하아. 수리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이 된다.


동급 매물 GT의 중고차 시세를 조사해본 바로는 사고차가 900만 원부터 무사고가 1,050만 원 ~ 1,200만 원까지 형성이 되었었다.


와이프님께 허락을 받고 사용하기로 한 수리비 한도액은 300만 원. 고질병들을 수리하는 비용들을 감안해서 조금 크게 부른 금액이었다.


에어 서스펜션은 부품을 주문하고 공임 나라 가서 수리하면 저렴하게 할 수 있고, 선루프는 BMW센터에선 120만 원은 줘야 했으나 사제로 찾아본 곳 중 가장 저렴한 곳은 55만 원이면 수리가 가능했다. 지금 보니 도색도 부분적으로 진행해야 할 거 같다. 예상외의 출혈이다.


이렇게 되면 엔카에서 중고 매물을 사는 게 훨씬 저렴했을 거 같다. 수리비가 간당간당 내 모가지도 간당간당. 이러다 와이프님께 죽을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근처에 PC방으로 스며들어 고질병 외의 수리내역들과 비용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동호회에서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주옥같은 수리기들..


- 워터 펌프가 나가서 200만 원이 깨졌다. 이거 한 번은 꼭 나간다.

- 로워암 등 하체류가 나가서 백 이상 깨졌다. 이것한 번은 꼭 나간다.

- 오일이 줄줄 새서 하부가 한강이다. 완전 고질병이다. 이건 무조건이다.

- 터보가 나갔다. 수 백 깨졌다. 이거 한 번은 꼭 나간다. 아마 디젤용일 텐데 이땐 몰라서 손이 달달달.


그 외 써모스탯이 나갔다, 냉각수가 터졌다, 라디에이터가 터졌다. 타이어가 터졌다. 유리가 깨졌다. 범퍼가 깨졌다. 라이트가 나갔다. 하다 하다 공조기 버튼들이 다 까진다.


아니.. 얘들아 다들 어딜 그렇게 나가는 거니. 집에 좀 있으면 안 되니.. 가출 금지ㅠ 동호회엔 주옥같은 수리기들이 넘쳐흐르고 내 눈엔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난 죽었다.


그렇게 멘탈이 탈탈 털린 채로 오늘의 차박지 노루벌 캠핑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심란하다. 에휴. 고민해봐야 지금은 답이 없으니 얼른 가서 잠을 청하기로 한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잠을 청한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장래일도 몰라요. 갑자기 어릴 때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찬송가가 생각났다. 뭐 기껏 해봐야 천국 가는 거 아니겠나. 응? 


그렇게 근심, 걱정이 무겁게 내려앉은 밤을 이불 삼아 덮고 잤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입이 돌아가는 줄.. 침낭이 여름용..


2부 끝.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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