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님께 허락을 받고 사용하기로 한 수리비 한도액은 300만 원. 고질병들을 수리하는 비용들을 감안해서 조금 크게 부른 금액이었다.
에어 서스펜션은 부품을 주문하고 공임 나라 가서 수리하면 저렴하게 할 수 있고, 선루프는 BMW센터에선 120만 원은 줘야 했으나 사제로 찾아본 곳 중 가장 저렴한 곳은 55만 원이면 수리가 가능했다. 지금 보니 도색도 부분적으로 진행해야 할 거 같다. 예상외의 출혈이다.
이렇게 되면 엔카에서 중고 매물을 사는 게 훨씬 저렴했을 거 같다. 수리비가 간당간당 내 모가지도 간당간당. 이러다 와이프님께 죽을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근처에 PC방으로 스며들어 고질병 외의 수리내역들과 비용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동호회에서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는 주옥같은 수리기들..
- 워터 펌프가 나가서 200만 원이 깨졌다. 이거 한 번은 꼭 나간다.
- 로워암 등 하체류가 나가서 백 이상 깨졌다. 이것도 한 번은 꼭 나간다.
- 오일이 줄줄 새서 하부가 한강이다. 완전 고질병이다. 이건 무조건이다.
- 터보가 나갔다. 수 백 깨졌다. 이거 한 번은 꼭 나간다. 아마 디젤용일 텐데 이땐 몰라서 손이 달달달.
그 외 써모스탯이 나갔다, 냉각수가 터졌다, 라디에이터가 터졌다. 타이어가 터졌다. 유리가 깨졌다. 범퍼가 깨졌다. 라이트가 나갔다. 하다 하다 공조기 버튼들이 다 까진다.
아니.. 얘들아 다들 어딜 그렇게 나가는 거니. 집에 좀 있으면 안 되니.. 가출 금지ㅠ 동호회엔 주옥같은 수리기들이 넘쳐흐르고 내 눈엔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난 죽었다.
그렇게 멘탈이 탈탈 털린 채로 오늘의 차박지 노루벌 캠핑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심란하다. 에휴. 고민해봐야 지금은 답이 없으니 얼른 가서 잠을 청하기로 한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잠을 청한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장래일도 몰라요. 갑자기 어릴 때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찬송가가 생각났다. 뭐 기껏 해봐야 천국 가는 거 아니겠나. 응?
그렇게 근심, 걱정이 무겁게 내려앉은 밤을 이불 삼아 덮고 잤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입이 돌아가는 줄.. 침낭이 여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