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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Dec 03. 2021

자동차 공매로 돈을 벌어보자! 4부 완결.

그렇게 GT는 전설의 바둑이가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로 이사 후, 수리가 끝난 우리 바둑이, 아니 GT를 가져오기 위해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슈웅.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포에 친구를 만나 점심을 맛있게 먹고 OO모터스로 향했다. 사장님이 잠수만 안 타셨어도 이사할 때 편하게 같이 가져가는 건데.. 이렇게 2번 고생을 했다. 수리가 완료된 GT를 마주하니 아주 감개무량할 줄 알았는데 외관이 허름하니 이건 뭐 돈 쓴 기분이 안 난다. 제주에 내려가면 싹 도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결제를 하고 OO모터스를 나서는데 기름이 하나도 없다. 우리 GT 밥을 먹여야겠다. 내가 낙찰받은 535i는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연흡기 방식의 6기통 직렬엔진(실키식스)이다. 직렬엔진은 상대적으로 진동 소음을 잡기에 유리한 데다 기통이 많으면 더욱 이점에서 유리해지기에 정숙성과 진동이 적다. 하지만 이 직렬방식 엔진은 길이가 길어 엔진룸 안에 가로든, 세로든 욱여넣기에 아주 좋지 않다. 길이가 긴 이유는 실린더의 내벽을 두껍게 만들었기 때문인데 그 이유로 현재의 V형 엔진보다 진동과 소음에 유리하다. 정비성도 더 좋다. 근데 왜 수리비는..


다만 여러모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5 시리즈 플랫폼의 528i의 경우는 실내가 생각보다 좁다. 우리 GT는 7 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실내가 전혀 좁지 않다. 2열이 리클라이닝도 가능해서 사실 올랭이를 팔고 GT로 차박을 하려고 생각했었다. 리클라이닝을 하고 누워보니 완전 플랫이 되지 않아 살짝 불편하나 감수하고 잘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느껴졌다. 자연흡기 방식의 마지막 6기통 직렬엔진에 7 시리즈 플랫폼, 널찍한 실내에 풍부한 옵션 이 정도면 GT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 한 가지 연비만 빼고. 나에겐 이게 너무 큰 문제점!


앞으로 전기차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이니 내연기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것이다. 내가 11년이나 된 이 차를 고른 것도 마지막 6기통 직렬엔진의 갬성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외계인이 타고 있을 것 같은 우주선 소리를 내며 전기차가 내 옆을 지나갈 때 난 방귀를 튀기며 팝콘을 낀다. 응? 뭔가 이상하지만 어쨌든 부와앙. 이것이 바로 자연흡기 방식의 6기통 실키식스의 매력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여기엔 매우 큰 하자가 있었다.


우리 마뉨이나 나나 하차감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연비엔 거의 목숨을 건다. 특히 나는 더. 어떤 차종이건 내가 타면 연비는 최소 2~3km 이상 더 뽑아낸다. 육지에 있을 때도 서울에서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가끔은 경상도와 전라도까지 경매 임장을 다니며 년간 2만 ~ 25,000km가량 주행을 한 거 같다.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선 발꼬락 신공을 마스터해야만 했다. 아껴야 잘 살죠. 수리가 끝난 GT의 상태도 확인하고 배에 차를 선적하기 위해 완도까지 110km 정속 주행을 한 GT의 연비는 약 13km가량이 나왔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크루즈를 켜놓고 연비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나온 수치이기에 연비가 똥망이라는 GT의 악명을 크게 느낄 순 없었다. 하지만 제주도에 와서 주행을 해본 결과. 이게 웬걸. 현재까지 대략 1,300km가량 주행한 GT의 연비는 9km가 채 나오지 않는다. 이놈 진짜 하마다ㅠ 제주도가 신호등과 어린이 보호구역이 생각 외로 많고 어딜 가든 언덕이 있기에 정속 주행을 하기가 쉽지가 않은 환경이다. 즉, 연비 주행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라는 거다. 바둑이 얘길 해야 하는데 연비에 한이 맺혀 연비 이야길 너무 오래 했다. 무튼, 한 달간 주행해본 GT는 연비 빼고 다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연비가 용서가 안돼 정이 떨어졌다. 또 다른 놈을 물색할 때인가.


각설하고 이제 바둑이 얘길 해보자. 도장이 많이 상한 GT를 최대한 저렴한 비용에 수리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견적을 받아봤다. 그렇게 2 군데서 가장 저렴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연락이 와서 양쪽 문짝, 우측 휀다, 왼쪽 엉덩이 휀다까지 도색을 하기로 했다. 몰랐는데 살짝 찌그러진 곳이 있어서 덴트까지 하기로 했다. 양쪽 문짝은 통으로 도색하고 나머지는 부분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받은 견적이 55만 원 저렴한 편인 거 같다. 그렇게 2곳 중 한 곳을 골라서 차를 맡겼다. 그리고 그렇게 바둑이가 탄생했다. 두둥.

도색1
도색2
도색3
도색4
도색5&덴트
탄생한 바둑이 1의 모습

아니 이건.. 아무리 야매라도 티가 너무 난다. 왼쪽도 마찬가지. 딱 봐도 혼자 색이 너무 진하다ㅋㅋㅋ 전화를 해서 다시 한번 도색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업체에서도 고맙게도 다시 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 재도색. 2차전을 마치고 재탄생한 바둑이의 모습은.

재탄생한 바둑이 2의 모습

이번엔 색이 너무 연하다ㅋㅋㅋㅋㅋ 바둑이 지못미ㅠㅠ 하아..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왠지 업체에도 미안해서 아직 말을 못 했다. 정녕 이대로 타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ㅋㅋ 해가 쨍할 때 보면 티가 덜 난다고 위안을 하고 있다. 돈 먹은 하마인 나의 사랑스러운 GT가 전체적으로 깔끔해졌지만 전체적으로 갑분 바둑이가 되었다. 이모병ㅋㅋㅋ 일단 도색은 업체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고 다른 자잘한 수리부터 셀프로 하기로 했다.


얼마 전 알리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행사를 하기에 차량 키 케이스, 무선 충전기, 선바이저 클립, 시가잭 USB 포트, 셀프 DIY용 사포와 붓펜, 차량용 방향제, 앰비언트 라이트, 가죽 복원제, 공조기 버튼 등등 차량 용품을 무지하게 질렀다. 이제 도착만 하면 셀프로 조금씩 수리를 해가며 애착을 형성할 예정이었는데 똥망 연비에 1차로 실망, 바둑이로 재탄생한 모습에 2차로 실망하여 셀프 수리 후 손해를 보겠지만 얼른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ㅋㅋㅋ 다음 차는 무조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가기로 했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GT 낙찰기를 마칩니다.

4부 끝.

번외편은 수리 후 판매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물이 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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