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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고~래~상어 뚜루루뚜루 (feat. 50cc)

본격 사진 없는 여행기의 시작

by 우주

본격 사진 없는 여행기의 시작.


넷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아침을 유난히 일찍 시작해보려 한다. 한 달간의 여행을 통틀어 가장 일찍 일어난 아침이다. (놀다가 밤을 새운 것은 제외한다. 노는 건 왜 이리 즐거운 걸까.)


새벽 5시 어스름히 동이 터오는 이른 아침. 엊저녁 억지로 끌어내린 무거운 커튼을 힘겹게 들어 올려 본다. 일단 세수부터 하자. 어푸 어푸. 한결 낫다. 영민 누나는 일어났으려나 로비로 향해 본다. 잠시 후 누나도 준비를 마치고 로비로 올라왔다. 좋아. 출발해보자.


현재 위치는 볼준이라는 지역으로 오슬롭 보다 조금 위에 위치해 있다. 오슬롭까진 약 25km 떨어져 있다. 나는 오토바이로 갈 계획이고, 누나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세부 남부는 생각 외로 교통이 편했다. 로컬 버스가 2대가 쉼 없이 돌아다닌다. 에어컨과 노 에어컨 버스가 30분마다 돌아다닌다. 두 버스가 정확한 시간을 지키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운이 좋으면 금방 온다. 그리고 무려 24시간 운행한다. 최고! 숙소에서 웨일샤크와칭 장소까지 차비는 35페소. 수밀론섬에서 숙소까진 38페소.


누나가 버스를 타면 내가 그 버스를 쫓아가기로 했다. 어제 저녁 홈바에서 만났던 영국 친구 두 명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날 준비를 한다.


"너네도 고래상어 보러 가는 거지?"

"응." "그래, 운전 조심하고 이따 보자."

마침 버스가 도착하여 누나가 먼저 출발했다. 나도 버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버스는 보통 손님을 태우거나 내릴 때 정차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보통 7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주행했다. 버스를 따라가던 나는 굉장한 추위를 느꼈다. 안되겠다. 너무 춥다. 잠깐 세우고 재킷을 걸친다. 그 사이 영국 친구는 날 추월해서 달려가기 시작한다. 재킷을 걸치고 다시 드라이빙을 즐기기 시작했다. 살결에 스치는 바람이 여전히 차다. 가는 길은 알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랐기에 난 정신없이 둘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람을 태우며 정차 한 버스가 보이고 영국 친구는 버스를 추월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저치들이 길을 알고 있겠지?' 나도 버스를 추월해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 친구 달려도 너무 빨리 달린다. 80km가 넘는 속도로 달려가는데 따라갈 수가 없다. 에이 안되겠다. 뒤에 오는 버스를 따라가자. 스로틀을 줄이고 천천히 드라이빙을 하기 시작했다. 30여 분을 달려 웨일 샤크 와칭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일단 물어보자.


"웨일 샤크 와칭 투어 하려는데 얼마야?"

"1,500페소."


'응? 분명 직접 오면 1,000페소였는데.' 두리번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왼쪽에 사람들이 많이 내려가는 게 보인다. 아마 저쪽인 거 같다. 오토바이를 몰아 가까이 다가가니 막아놓은 펜스를 치워준다. 여기구나. 내려가자.


안쪽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누나를 찾아본다. 누나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무리의 중국인과 외국인들만 보이고 영민 누나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도착 안 했나?'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먼저 입장 수속(?)을 밟아놓기로 한다. 짐들을 챙겨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인적 사항을 적고 종이를 하나 받아서 들어간다. 오른쪽에 매표소가 보인다. 1,000페소를 내고 입장권(?)을 얻었다.


입장권을 들고 조그마한 데스크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여기 나 돈 냈어."

"응, 잠깐만 기다려봐. "


그때 마침 영민 누나가 보인다. 누나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둘이 같이 입장한다. 우리는 61번이었다.

해변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라이프 재킷을 입고 본인들의 순번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순번을 기다리며 장비를 챙겨 입었다. 장비를 챙기며 해변에 서서 고래상어 와칭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상상 이상으로 가까웠다. 해변에서 고작 30~40m나 떨어졌을까. 배들을 학익진 모양으로 만들어 반원 형태로 해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고래상어는 딱 30분만 볼 수 있다. 먼저 들어간 배들이 자리를 잡고 30분을 보내고 나오면다음 배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형식이었다.


그래 일단 들어가 보자. 동동동 조그만 배에 6명의 승객을 싦고 나아간다. 저 아래 고래상어들이 보인다.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기에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반원형으로 자리한 배들 가운데에 고래상어들이 몰려있다. 3마리가 보인다. 고래상어 위엔 2~3척의 배가 떠 있고 현지인들이 새우 뭉치들을 고래상어에게 던져준다. 처음 보는 그 모습이 신기하고 기이했다. 고래상어들은 쉼 없이 먹이를 빨아들였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들었던 악명과 달리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바닥까지 보이는 시야와 입을 한껏 벌리고 먹이를 빨아들이는 고래상어와 나 밖엔 없었다. 실제론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내려가본다.


고~래~상어 뚜루루뚜루

고래상어는 절대 만지거나 닿아서도안되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서 위로 올려다보았다. 아가미에 붙어있는 물고기도 보이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고래상어의 꼬리도 보이고, 마치 이 시간만을 기다려 온 양 쉼 없이 먹이를 빨아들이는 고래상어를 기이하게 쳐다보았다. 절대 같을 수 없으나 불현듯 찾아드는 기이한 동질감이 있었다.

지역주민들의 수입과 관광객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길들여진 고래상어가 나의 삶과 극명하게 다른가? 쉽게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으나, 쉽게 인정하고 안심하고 싶진 않았다. 나와 고래상어는 분명히 다르고 사실 고민할 거리가 아님을 알지만 생각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분명 구분하고 싶기에 물속의 편안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동시에 짧은 시간 동안 스치 듯 흘려보낸다.


누나가 촬영해 준 영상샷

30분이란 짧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우리가 너무 오래 있었는지 배가 이미 해변으로 돌아갔다. 핀을 열심히 차며 해변으로 돌아왔다. 다른 배를 타고 돌아온 안내인들이 우리 짐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짐을 챙기고 한켠에 마련된 샤워부스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누나와 함께 투말록 폭포에 가보기로 한다. 오토바이로 약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투말록 폭포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아바타"를 만들 때 모티브로 삼은 곳이란 얘길 들어서 관심이 더 동했다.


투말록 폭포 입구 간판을 보고 좌회전해서 올라간다. 길이 상당한 언덕이다. 걸어가는 건 힘들어 보인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니 입구가 보이고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서 있다. 무시하고 지나가려는 데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가 없단다. 어쩔 수 없이 한쪽에 주차를 하고 이유를 물어본다. 아하. 여기 서 있는 오토바이들만 허가를 받은 출입이 가능한 오토바이라는 얘기다. 그럼 비용을 물어보자. 한 명당 왕복 25페소. 우린 둘이니 50페소를 내고 왕복하기로 한다. 아마 정찰인 거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내려간다. 조금 무서울 수도 있다.입구는 그리 멀지 않았다. 2-3분 후 입구에 도착. 50페소를 내고 입장한다. 오토바이는 돌아갈 때 다시 타야 한다. 번호를 알려주니 그 번호를 외워두자. 구경하고 나와 입구에 얘기하면 최신식 오키토키(?)로 바로 불러준다.


폭포는 역시 멋졌다. 누나는 물에 들어가고 나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구경을 했다. 비가 오고 난 다음 날 가면 더 멋질 듯하다.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내고 내려와서 입구 근처에 작은 연못에 앉아 닥터피시에게 밥을 좀 주고 다시 오토바이로 돌아왔다.



이제 누나를 수밀론섬으로 데려다줘야 한다. 수밀론섬은 개인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하루 숙박을 하면 무료이지만, 시설 대비 숙박료가 비싸다. 그래서 보통 데이투어를 신청해서 즐기고 오는 듯했다. 난 고민 끝에 수밀론은 가지 않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오는 길에 이미 본 곳이기에 어려움 없이 찾아갔다. 도착해서 누나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인 보트를 타고 들어가면 1,500페소 대신 식사가 불포함이다. 수밀론섬에서 운영하는 곳을 이용하면 2,000페소 대신 식사가 포함이다. 누나는 2,000페소를 내고 식사까지 이용하기로 한다. 누나의 개인적 의견에 따르면 2,000페소짜리가 훨씬 낫다고 한다. 개인 보트를 이용하면 식사만 못하는 게 아니라 비치도 다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 숙소로 돌아가자. 여유롭게 오토바이를 몰아 숙소로 돌아왔다. 10시가 채 안 된 시간. 일단 샤워부터 하자.

씻고 나와 책과 아이패드를 들고 밖에 나와 베드에 누웠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코를 간질인다. 기분이 좋다. 역시나 책은 나의 좋은 베개이자 수면제. 살포시 잠에 빠져든다. 얼마 즐기지 못했는데 해가 들기 시작한다. 잘 짜놓은 나무 위에 올려진 베드가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고민을 한다. 그늘 아래로 옮길 것인가, 잘 것인가, 드가 잘 것인가. 그래. 그냥 드가 자자. 방으로 돌아와 행복한 낮잠에 빠져든다.


뭔가 시끄럽다. 뭐지. 문이 열리고 새로운 여행자들이 들어온다. 젊은 여자 한 명과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분이

들어온 거 같은데 난 비몽사몽. 모르겠다. 잔다. 잠시 후 눈을 뜨니 옆 침대들에 아까 들어온 여행객들로 추정되는 분들이 주무시고 계신다. 잘 잔다. 괜히 나도 또 졸린다. 또 잠을 잤다.


살짝 눈을 뜨니 새로 온 여행객님들은 아직도 주무시고 계신다. 잘 잔다. 나도 갑자기 더 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로 이겨내며 침대를 빠져나온다. 장비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와 해변으로 향했다. 여기도 바다가 이뻐 보이니 안 들어갈 수가 있나. 이미 4시가 넘었다. 해가 덜 뜨겁다고 스스로 세뇌하며 슈트 없이 들어갔다. 물이 좀 차다. 몸을 움직이자.


수중환경이 좋아서 이쁠 거 같은데 오늘은 시야가 잘 안 나온다. 영민 누나가 여긴 깊은 곳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좀 더 나가보자. 좀 더 차고 나가니 역시 깊다. 시야가 안 나오니 더 깊어 보인다. 오늘은 그냥 주변이나 둘러보자.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긴 물고기, 죽은 산호, 산 듯한 산호, 모든 것이 자유롭게 뒤섞여 있다. 깊이 내려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고 몸을 뒤집어 동동 떠다니며 하늘을 보았다.


맑다. 좋다. 매일 같이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의 삶으로 돌아가기 전에 열심히 즐겨보자. 놀자. 신나게 놀고 해변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영민 누나가 도착했다. 누나가 장비를 챙기들고 나왔다. 혼자 보낼 수 없으니 같이 가나 한 번 더 놀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이 잠 많은 여행객들이 아직도 자고 있다. 대단하다. 나도 하루는 이렇게 보내야겠다고 이때 결심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친구들이 깨어있다.

"헤이, 하이 잘 잤어? 엄청 자네."

"어, 우리 너무 피곤했거든. 너도 엄청 잘 자던데."


둘은 마닐라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근데 이상하다. 난 분명 젊은 친구 한 명하고 어머님을 봤는데 둘 다 젊다. "나 아까 너랑 너희 어머님이 캐리온 끌고 오는 거 봤는데 너무 졸려서 잘못 봤나?" 아이가 막 웃는다. 숙소 직원이 캐리온을 가져다 준거라고 한다. 멋쩍게 웃어본다. 한 친구는 도라, 다른 친구는 제니퍼라고 했다. 배가 고파온다. 반갑게 통성명을 했으니 식사를 했는지 묻고 같이 먹기로 한다.


영민 누나와 합류해 어제 식사를 한 곳으로 향했다. 오늘은 사람이 많아 걸어간다. 저녁을 맛있게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항상 그러하지만 여행을 하며 만난 새로운 인연을 알아감은 언제나 즐겁다.

도라는 굉장한 친구였다. 친구들이 본인을 "도라 익스플로러"라고 부른다고 한다. 안부 인사가 "잘 지내?"가 아니라 "너 지금은 어디야?" 라고 한다니 굉장한 친구임에 분명하다.


즐거운 시간이 흘러간다. 밥을 맛있게 먹고 아쉬움에 숙소의 홈바에서 한잔 더 하기로 한다. 이 호스텔의 홈바를 책임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 이름하여 원미구엘. (이하 원미겔)유쾌한 성격에 위트가 있다. 원미겔은 외국인 친구들 중 몇몇은 본인을 산미구엘이라고 부른다며 즐겁게 소개를 한다. 좋은 바텐더이자 친구이다.


도착한 시간이 공교롭게도(?) 해피 아워다. 1+1 행사를 하는 중이라 우리는 즐겁게 마셨다. 이 숙소엔 해변가 방파제 위에 조그만 팔각정이 있는데 그 위가 부산스럽다. 영국인 친구들이 새로 도착해서 한잔하는 중이란다. 마침 그쪽 친구 한 명이 술을 주문하러 온다. 영국인 남자가 호쾌하게 자신을 소개를 하며 여성들의 볼 키스를 유도한다. 선수다. 잘한다. 부럽다.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넘어와 술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술판이 벌어질 느낌이다. 느낌과 달리 이 친구들은 거대한 비치베드 위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얘기를 시작한다. 여자아이 한 명이 서성이며 대화에 끼고 싶어 한다.


"일로 와서 앉아."

"어, 그럴까?" 뉴질랜드에서 온 이 친구는 무려 18살이다.


이미 여행이 두 번째인데 여기서 좀 지내다 캄보디아에 가서 두 달을 있을 거라고 한다.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캄보디아에 두 달이나 있어? 왜 이렇게 길게?"

"거기 무슨 섬이 있는데 물가가 그렇게 싸대. 10센트면 맥주 한 병 마신다는데?"


뭐라? 내 귀를 의심. 그런 곳이 있었던가? 좋은 정보를 추가하며 수다를 떤다. 흐르는 구름처럼 시간이 흐르고 잘 시간이 다가온다. 도라와 제니퍼는 내일 카와산 케녀닝을 간다며 내게 같이 가자고 한다. 난 술을 좀 마셨더니 가기가 귀찮아진다. 내일은 정말 그냥 푹 자고 싶다는 느낌.


"난 내일은 그냥 쉴게."

"그래, 그럼 우리 둘이 갔다 올게."

영민 누나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새로운 인연과 헤어지는 인연이 뒤엉키는 시간이었다. 이 헤어짐이 마지막이 아님을 알기에 가는 밤을 잡지 않는다. 누나 한국에서 봬요. :)


비용 정리.


고래상어투어 - 1,000페소 매표소 직접 구매.

투말록폭포 오토바이 - 25페소.

투말록폭포 입장료 - 50페소.

누르드지 호스텔 to 고래상어투어 버스비 - 35페소

수밀론섬 to 누르드지 호스텔 - 38페소

수밀론섬 투어 - 개인(1,500페소. 기타 불포함), 업체(2,000페소. 식사 및 비치이용 포함)


주행거리 - 58.6km

주행시간 - 약 1시간30분


다음 이야기.

다섯째 날 - 카와산 캐녀닝, 밤부 비치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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