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제주살이, 1일차

33개월 아이와 엄마와 3대가 5월의 제주도에서 18일을 살아보려고 한다

by 달사탕

제주도에 왔다. 아이와 집이 아닌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복직 후 육아와 회사, 남편과 아이, 내 시간과 아이와의 시간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며 보낸 1년 6개월동안 나는 과연 괜찮았던가, 대안이 없는 길 위를 달리면서 나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느냐 가능하다면 이 모든 것에서 잠시라도 멀어지고 싶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멀어질 수 없는 단 하나는 아이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힘든 이유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생기는 것들에서 비롯되었다. 그럼 이쯤에서 회사에서 준 2주의 휴가를 써도 좋지 않을까. 회사에서 멀어지면, 집에서 멀어지면, 이 고단한 마음도 해갈이 될 수 있으려나


가장 바빴던 3월에 기한을 맞춰야 하는 일을 하면서도, 아침 여섯시에 집을 나서서 밤 열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삶을 살면서, 퇴근하고 와서도 엄마를 기다린 아이와 보내는 한 시간 남짓이 미안하면서도 버거웠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제주도를 갈 준비를 하면서 이 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제주도에 왔다. 이번 여행은 나와 아이를 위한 부분이 당연히 가장 크지만, 제주살이를 고대했던 엄마에게도, 아이를 돌봐주냐 그동안 고생이 많았던 우리 엄마에게도, 나와 아이가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남편에게도 선물같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비행기가 타고 싶다는 아이는 그 소원을 이루었을까


차에 짐을 가득 실어 보내도, 왜 안챙긴 짐이 여전히 있는 것인가, 그리고 막상 도착해서 보니 챙겨놓고 안가져온 짐도 있었다. 내 정신...


와.. 내가 이걸 처음에 아이와 둘이 갈 생각을 했다니, 진짜 말도 안되는 거였다는 걸 수화물 검사대에서부터 느꼈다. 유모차에 태운 아이를 내리고 유모차를 접고 짐을 올리고 겉옷을 벗고, 아이를 안고 아이와 검색대를 통과하는 사이, 비행기에서 내려서 도어투벨트로 신청한 유모차를 찾을때 정말 너갱이가 나갈뻔.. 사람이 많았다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이 여러번 찾아왔다. 그럴때마다 엄마가 같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어제 탁송을 보낸 차가 공항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해 있었다. 익숙한 차를 타고 몇 번을 와도 새로운 제주에서 아이와 엄마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와닿을 새도 없이 긴장의 연속이었다(내가 이토록 긴장감이 높은 인간이었단 말인가)


한시간 반을 달려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정리하고 나니까 허기가 몰려왔다. 육아에 있어서 밥심은 정말 너무 중요하다는 걸 수십, 수백차례 깨닫지 않았던가(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그 예민이 아이에게로 옮겨질 가능성이 99.99999%)


우리가 15박을 지낼 곳


아이에게 친절했던 곳에서 허기를 채우고 @지서개식당



@신창풍차해안

숙소로 갈 때 보았던 멋진 해안도로에서 노을을 보기로 했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노을까지는 보지 못하고 일보 후퇴.


아이가 무엇이라도 놓치면 아쉬울까봐 ”저것봐“ ”이것봐“ 하면서 하나라도 더 담아주고 싶은 건 어쩌면 나의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그저 뛰고 싶을 때 마음껏 뛰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을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지금이 평소와 다르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럼 됐다. 그걸로 충분하다.


라지만 하루종일 긴장한 나는 새벽녘에 집이 떠나가라 코를 골았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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