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당신의 가슴속 사표를 응원합니다

by 라프

직장생활 14년 동안 승진에 연연하기보다 실력을 쌓는데 집중해 직장을 다니는 동안 6권의 책을 쓴 박승오 저자와 인생에서 두 번의 전환기를 거치고 인물학 전문가로 컨텐츠랩 '심재'를 운영하며 <인물학>을 독서와 글쓰기, 창의성과 심층 심리학 등의 주제에 접목해 차별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는 홍승완 두 저자가 쓴 따끈따근한 새 책이다.

다가오는 설 연휴는 이 책과 함께 보낼 예정. 현재 1장을 읽는 중인데, 벌써 밑줄 친 문장이 차고 넘친다. 매 순간 퇴사를 고민하지만 '그래서 퇴사하면 뭐 먹고살지?'라는 질문 앞에서 항상 마음에 품고 다니는 사표를 고이 접어 다시 밀어 넣는 직장인들에게 어쩌면 퇴사 후의 삶에 대해 판타지 같은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준비해 볼 수 있겠다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며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의 <필살기>란 책이 생각났다. <필살기>가 이론서였다면, 이 책은 실용서인 느낌? ㅎㅎ 무튼 아주 쉽게 술술 익혀서 이 책과 함께 보낼 이번 설 연휴가 매우 기대된다.


내게 와 닿은 문장과 그에 대한 소감을 공유한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더라면, 책 내용 전체를 다 적을 뻔했다. 볼드체는 책의 소제목이며, 회색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필사한 부분이다. 그리고 줄있는 부분은 개인적인 소감)


프롤로그. 천천히, 나를 다지는 커리어

경력을 뜻하는 영어 커리어 career의 어원은 라틴어 carrus인데, 이것은 로마 시대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의 경주 트랙을 의미한다. 영화 '벤허'의 질주하는 이륜마차 경기를 떠올리면 커리어가 가리키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장애물을 피하고 마차가 전복되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이 곧 커리어다. 경력이라는 말속에는 <전속력>과 <경쟁>이 내포되어 있다. 12


그래서일까? 우리는 지금껏 너무도 당연히 패스트 커리어 fast career를 추구해 왔다. 많은 직장인들이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피라미드의 전망 좋은 곳까지 오르기 위해 전력 질주했다. 조직은 이런 야망 있는 직원들에게 확실히 보상함으로써 더욱 일에 몰두하게 했다. 과몰입의 결과는 탈진이었다. 12

사진출처 pixabay
나의 첫 커리어는 보험 영업이었고, 매출이 중요했으며 경쟁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의 승진 대상자에 숫자가 정해져 있어 어느 한 자리로 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 혹은 지난달 내가 만들어낸 성과와 경쟁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나는 첫 직장에서 어제의 나와 경쟁하며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저실적과 그로 인한 압박감은 결국 퇴사로 이어졌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다. 빠르게 올라서는 것보다 확실하게 실력을 다져서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직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이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탁월한 실력뿐이다. 13


회사를 다니는 동안 직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내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직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어떤 직장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으며 탄탄한 직업만이 내 삶을 보호할 수 있다. 13


슬로 커리어는 자립적 직업인, 곧 인디 워커 Indie Worker를 목표로 한다. 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차별성을 갖춰 회사 안에서도 자립적인 전문가로 일하고 퇴직 후에도 독립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13


자립적 직업인의 시대

두 사람의 커리어는 왜 달라졌을까?

A는 희망 직무를 맡았음에도 왜 그리 빨리 되돌아갔을까? B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일을 즐길 수 있었을까? 이제는 그 차이를 알 것 같다. A는 보람을 원했지만, 자신이 무엇에 보람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보람은, 만져지는 성과나 성취감이었을지도 모른다. 33


결국 <자기 이해>가 진로의 향방을 결정한 것이다. 33


유망 직종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래의 트렌드들이 커리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조직 안에서 일하며 높은 자리에 빨리 오르는 것이 보장된 성공이 아님은 명백하다. 개인의 재능보다 조직에의 충성이 중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조직을 위해 자신의 개성을 숨기고, 하고 싶은 걸 억누른 채 한낱 부속품에 머무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나>를 발굴하고 직업을 창조하여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판매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20년의 직장 생활은 시장에 판매할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수련장이 될 수 있다. 48

엘비스 프레슬리 사진출처 pixabay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거쳐 온 회사에서의 생활을 수련의 장으로 만들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어찌 됐든 공간에서 기획을 했고,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데 (나름의) 마케팅을 활용했으며, 마지막 직장에서는 포지션 자체가 온라인 마케터였으니, 내 커리어에서 (그나마 공통된) 주요한 흐름은 '마케팅'이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을 할 때도 어느 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이 제품을 구매할 사람들이 검색에 사용할 키워드를 찾아내고, 검색했을 때 포털사이트에 보이는 수십 개의 쇼핑 리스트 중에서 내가 판매하는 제품을 클릭하고 싶게 썸네일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그래, 이것도 결국 마케팅이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편종 carillon>은 연속된 여러 개의 종을 말하는 것으로, 그림 6 오른쪽 곡선처럼 현재 직업의 정점이 오기 전에 다음번 직업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여러 번 직업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디 워커가 지향하는 커리어이기도 하다. 48


자신의 전문성을 다른 분야와 결합하여 진화시키고, 스스로 커리어를 개척해 나가는 능력이 관건이다. 인디 워커에게는 직장 경력이 아니라 직업 경력이 핵심이다. <나를 고용하라. 왜냐하면 나는 이 분야의 차별적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 기업이 나를 고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행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고용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나는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곧 직업입니다.> 인디워커는 이렇게 생각한다. 48


앞으로는 유행 직종보다 자기 이해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그 일과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고 있다. 49


코로나 이후, 직장인이 맞이할 변화

근무 형태의 유연화와 대량 실업

우선 많은 미래학자들이 지적하듯 코로나가 바꾼 것은 흐름의 방향이 아닌 <속도>다. 코로나는 없던 흐름을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이전부터 존재하던 트렌드의 속도를 훨씬 빨라지게 하고 있다. 언택트 기술의 비중이 큰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나중에야 세상에 나올 것으로 예측했던 기술들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는 것이다. 51


무엇보다 근무 형태가 유연해질 것이다. 재택근무를 위한 기술적 환경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구축되어 있었지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52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도입한 트위터의 CEO 잭 도시는 직원들이게 <원한다면 무기한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고 발표했으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10년 안에 전 직원의 절반이 원격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의 확산 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 거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재택근무의 확산은 사람들의 직장에 대한 충성도를 느슨하게 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고용 형태를 제공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과 고용 불안정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회사가 나를 자르겠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회사를 믿기보다는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54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확실한 전문성을 쌓아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건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55


밀레니얼 세대의 조직 점령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또 하나의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다. 55


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워라밸과 일의 재미를 중시하며, 디지털에 강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밀레니얼 직장인을 대상으로 좋은 직장을 판단하는 기준 1위는 언제나 워라밸이다. 월급의 액수보다 퇴근이 언제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45


코로나 19가 몰고 올 변화와 시대적 메가 트렌드,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라는 세 줄기가 합쳐져 <인디 워커>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인공 지능의 일자리 대체, 100세 시대, 유연한 근무 환경, 대량 실업 등은 모두 우리에게 <어떤 환경에서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인>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이 위기이지만, 자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기회다. 57

나는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자신을 직업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직장은 남이 만들어 놓은 조직이지만, 직업은 시장에 팔 수 있는 특화된 전문성을 말한다. 직장 생활을 20년 한다고 해서 직업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58


<재능 공유 마켓에 내 기술을 판매한다면, 무엇을 얼마나 팔 수 있을까?> 크몽이나 숨고 갚은 재능 마켓이나 클래스 101 등의 강의 시장에 당신을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라. 만약 판매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거나, 살 사람이 없다면 당신은 아직 직장인이다. 59


얼마 전부터 탈잉과 크몽에 나의 무엇을 팔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실 아직은 이렇다 할 만하게 내세울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아직 '직장인'인 것. 앞서도 말했지만, 내 커리어에서 일관된 하나의 흐름을 굳이 찾자면 '마케팅'인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마케팅이란 커리어를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직업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능력을 입증하려는 사람과 실력을 향상하려는 사람 중 누가 더 전문성을 갖게 될까? 당연히 후자다. 입증하려는 직장인은 본인의 능력보다 더 많은 성과를 보여 주려고 애쓰느라 능력 개발에는 소홀하기 십상이다. 이들은 후배가 요청하지 않을 때에도 가르치려고 들고, 질문을 할 때도 <너 이거 알아?>라고 물음으로써 본인의 위상을 높인다.


반면 능력 향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후배를 포함해 누구에게든 배우고자 하며,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이들은 수동적으로 리액션하기보다 주도적으로 액션 action 한다. 60


꼰대가 남의 말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는 이미 꼰대였다. 나는 '인정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으로 내 생활 전반에서 인정받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인정에 대한 욕구가 적정하다면 모르겠지만, 무릇 사람의 욕심과 욕망이란 추구하면 할수록 끝없이 더 커지는 법. 지난날 내가 추구한 인정에 대한 욕구 역시 그랬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아닌 척 그저 내가 한 일에 대해 보고하는 것뿐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런 욕망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기보다, 스스로 내면의 깊이를 다져가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진정한 인디워커가 되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