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중(투움바, 누사)

by 라프

둘째 조카의 돌을 맞이해 얼굴을 보러 호주에 왔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짐을 쌀 때부터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블로그에 찾아보니 호주 입국 심사가 좀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단 가공식품이나 포장된 음식을 제외한 음식물, 야채, 과일 등은 절대 반입이 금지 된다. 또한 의약품 같은 경우에도 입국신고서에서 신고하는 게 좋은데, 어떤 블로그에는 영문 진단서까지 첨부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가지고 가는 약이 없었지만, 짝꿍이 챙겨야 할 약이 있어 자주 가는 내과 의사 선생님에게 영문 진단서를 부탁드렸더니 ’굳이 챙겨갈 필요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입국해 보니 정말 그렇게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호주 공항 도착 전에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입국신고서에 약물이 있냐는 질문과 음식물을 가지고 왔냐는 질문에 ’Yes’라고 대답하고 입국시 조사곤이 어떤 것을 가지고 왔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하면 된다. 나는 조카 주려고 샀던 제주 감귤 젤리와 한라봉 젤리가 있어서 ‘Fruit Jelly’라고만 대답했다. 강아지가 냄새로 짐 검사를 한 뒤에 바로 통과해서 나올 수 있었다. 오히려 수화물 찾는데 20여분 정도 시간이 걸렸고, 입국 심사는 10분도 채 안 걸렸던 것 같다. 물론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끝나기도 했다.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하니 여름의 후더운 공기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투움바에서 데리러 온 남도생과의 만남, 기다리고 있던 올케의 차를 타고 우리는 조카들과 일주일 먼저 온 엄마 그리고 여동생이 있는 투움바로 향했다. 브리즈번 공항에서 투움바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가량 걸렸다. 비행기에서 못 잔 잠을 차에서 자다 보니 어느 새 집에 도착했다.


두둥~ 드디어 태어난지 1년 된 둘째 조카와의 첫 만남! 다행히 우리를 보고 많이 울지는 않았다. 첫째 조카는 태어난지 100일 되던 때 말레이시아에서 한 번, 작년 한국에 여행왔을 때 한번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에 대한 기억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아 보였다.


열흘 간의 여행 중 첫 날이 시작됐다. 우리는 조카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 많이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특히 여행 초반 3일간은 남동생 집에 머무르면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긴 휴가를 앞두고 있어 올케는 우리가 있는 동안 풀타임 이상으로 근무도 해야했다. 올케가 새벽에 출근하면 우리는 조카들과 시간을 보냈다.


첫 날은 식료품을 구매할 겸 아이들과 함께 근처 마트에 놀러갔다. 과일과 야채들이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라 우리는 신이 나서 야채를 샀다. 올케가 먹고 싶어하는 한국 음식 리스트 중 김밥을 위한 재료도 구매했다.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엄마는 호주에서 산 재료들로 배추김치를 많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다.


다음 날은 올케가 퇴근 후에 근처에 있는 퀸즈 파크 공원에 나들이를 갔다. 첫째 조카가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어서 아주 좋았다. 도착하니 음악소리가 들렸다. 어느 밴드가 길거리 공연을 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귀가 호강했다. 짝꿍과 나는 가족들이 공연을 보고 있을 때 주변을 좀 둘러 보기로 했다. 걷다보니 길도 좋고, 바람이 너무 좋아서 며칠간 하지 못했던 러닝을 했다. 퀸즈파크를 지나 옆에 있던 메모리얼 파크를 한 바퀴 돌아 밴드가 공연하는 곳으로 다시 왔다. 돌아오니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가족들도 없었다. 전화해 보니 근처 놀이터로 이동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가족들을 찾아 놀이터로 걸어갔다. 줄을 잡고 돌아오는 등의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참 많았다. 6명도 거뜬히 탈 수 있는 길다란 그네에 조카 둘, 남동생 내외 그리고 우리 둘이 앉아 신나게 그네를 타기도 했다. 특히 작은 아이들이 쏙 들어갈 수 있는 의자 형태의 그네가 있어서 큰 조카는 그네를 신나게 탔다. 한 번은 낵나 너무 세게 밀어서 그네가 뒤집어질뻔 해서 아찔했다.


다음 날, 우리는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호수가를 찾았다. 캥거루를 보러 갔다. 우리가 간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월요일이 ’오스트레일리안 데이‘로 휴가라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었다. 호주의 공원에 있는 캠핑장은 미리 예약하거나, 당일에 가서 신고한 후 사용료를 지불했다는 표시가 되는 것을 텐트에 걸어두면 캠핑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멀리 호수가에 보이는 캥거루 식구들. 그 중 두 마리는 우리가 도착한 순간부터 갈 때까지 계속 싸우고 있었다. 주먹질뿐만 아니라 발차기까지. 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가고 오는 차안에서 둘째 조카의 울음이 끊이질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대식구가 같이 모여 살았던 큰 조카와 달리 둘째 조카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언니랑만 차를 타면 울지 않고 생글 생글 웃으며 가는데, 낯선 다른 가족들 중 한 명이라도 타면 엄청나게 울었다. 결국 우리는 다음 여행지로 갈 때는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나머지 식구들은 다른 차에 같이 타기로 결정했다.


투움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집 청소와 정리를 모두 끝낸 뒤 퇴근한 올케를 기다렸다. 올케가 도착하기 전에 짐을 차에 모두 실었다. 그리고 드디어 호주 사람들이 가는 관광지인 누사로 향했다. 남동생은 누사 해변과 맞닿아 있는 강이 바로 인접해 있는 곳에 숙소를 예약했다. 우리가 묵은 곳의 이름은 ’Sadny Beach Resort’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주방과 거실 그리고 화장실이 있고, 2층에 방 3개가 있었다. 킹사이즈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방을 아이들이 있는 남동생 내외가 사용하고, 싱글 베드룸 두개가 있는 방은 엄마와 여동생, 퀸 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을 우리가 쓰기로 했다. 화장실이 3개라서 아주 좋았다.


월요일에 누사에 도착한 첫째 날은 숙소 앞 해변을 걸었다. 연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맥주, 와인 그리고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 각자의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첫째날 밤에는 집에 있던 맥주를 들고 누사 해변으로 나왔다. 연휴 마지막 밤이라 공원이 아주 조용했다. 그리고 어제는 누사 메인 비치로 가서 바다 수영을 즐겼다. 우리들 중 엄마가 가장 신 나서 바다를 헤엄치고 다녔다. 나는 바닷물에 눈이 너무 따가워서 오래 놀지는 못했다. 그리고 오늘은 누사에서 셋째날 아침. 숙소 앞 공원에서 강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남은 호주여행은 또 다음 글에서…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마음’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