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걸리던 날

by 라프

이 생에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한 뒤 고3이던 막내와 엄마는 아버지와 살던 집을 정리하고 선미와 여동생이 살고 있던 서울로 이사를 오기로 결정했다. 선미와 여동생은 선미의 학교 앞 고시원의 2인실에 살고 있었다. 집을 구할 몇 백만 원의 보증금조차 없던 상황이라 남동생은 선미와 여동생이 지내던 고시원의 남자 방에서 지내기로 했고 지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몇 달 뒤, 보증금 300만 원을 벌어 온 지나. 지나가 학교에 있던 선미에게 전화를 했다. 때는 점심시간이었고, 선미는 학생회실에서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우다가 지나의 전화를 받았다.


"응. 엄마 왜?"

"너 지금 바빠?"

"아니, 괜찮아. 얘기해"

"잠깐 나올 수 있어?"

"응???(갑자기 당황.. 지금 나가면 담배 냄새 엄청날 텐데?) 왜???"

"엄마랑 집 좀 보러 가자"

"지금 꼭 가야 해?"

"그래, 빨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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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선미는 얼른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던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칫솔과 치약을 가지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양치질을 두 번 했지만 목구멍 너머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가 여전하다. 방향제인지 향수인지를 몸에다 뿌리고 지나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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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방문을 열면 마주 보는 벽 쪽에 침대가 길게 붙어 있고, 침대 왼쪽에 책상이 붙어 있다. 책상 의자에 지나가 앉아 있었다. 선미는 최대한 멀찌감치 침대에 걸터앉았고 입을 벌리지 않고 말하기 위해 애를 썼다.


"엄마 나 왔어."


지나는 네 식구가 살 집에 대한 계획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미는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답만 했다. 그리고 빨리 이 좁은 공간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 그래. 알았어. 엄마 일단 나가자."


고시원에서 나와 길을 걸을 때에도 어깨 너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지나를 향해 얘기하지 않고, 앞을 보며 얘기하려고 애를 썼다. 앞서 걸어가는 선미의 팔을 훽 잡아끌어 선미의 고개를 지나 쪽으로 돌려놓으며 지나가 말했다.


"너, '후~'해 봐."

(선미, 당황하며…)

"아, 아니. 왜…???"

"너, 빨리 '후~~~~' 해 봐."

"싫어. 내가 왜???"

(선미, 팔을 빼고 도망가려고 애쓰지만, 지나의 악력이 워낙 세서 도망가기 역부족이었다.)

"빨리 '후~~~~' 해 보라니까."


결국 선미는 음주 단속에 걸린 음주 운전자처럼 수치가 안 나올 정도로 소심하게 입은 할 수 있는 한 작게 오므리고 지나의 얼굴을 향해 '후'하고 불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담배 피우지?"

"아니야."

"아니긴, 담배 냄새나는데."

"아니라니까."

"그래?"


한동안 불편한 마음으로 함께 걸었다. 선미는 한 발 앞서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걸음을 재촉했고, 나는 선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지나가 선미의 손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너, 담배 끊어. 엄마도 펴봤는데 안 좋아.



선미가 지나가 피는 담배 냄새를 처음 맡게 된 건 초등학교 때였다. 어린 시절 가족이 살던 집에는 방 3개와 거실 그리고 주방이 있었는데, 부모님 방 창 너머에는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가 있었다. 어느 날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창문을 열거나 바깥으로 나가 베란다를 보고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지나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할머니도, 큰엄마도, 가족 중에 담배 피우는 분들이 많아서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무튼 그 이후로 한동안 담배 냄새가 이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때가 바로 지나가 말한 '담배 피워본 그때'였을 것이다.



선미는 지나의 끈질긴 요청에 결국 새끼손가락을 걸고 담배를 끊겠다 약속했다. 물론 그런 뒤에 한참 있다가 끊게 되었지만 말이다.


지나의 이야기

그동안 의심은 조금 하고 있었지만, 오늘 선미가 담배 피우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담배 피우던 때가 생각났다. 아이들 아빠랑 사는 게 너무 고되고 힘들어 시작했던 담배. 담배를 필 때는 잠깐이나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아서 피웠지만, 나랑은 잘 안 맞아 곧 끊었다. 선미가 담배 피우는 걸 보니 괜히 내 탓인가 싶고 담배를 필 정도로 서울 살이가 힘들었나 싶어 괜히 마음이 좋지 않다.


어쨌든 오늘부터 안 피우기로 약속했으니 믿어보기로 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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