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사망 수 시간 후 뇌 순환 및 신경 기능의 회복(Restoration of brain circulation and cellular functions hours post-mortem)'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도축장에서 잡은 돼지 뇌가 실험실에서 회복하는 기색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죽은 뇌를 살렸다는 기사를 냈다.
https://doi.org/10.1038/s41586-019-1099-1
훌륭한 연구의 기준 중 하나는 연구가 낳는 이야기 양이다. 학계에서 회자되고 후속 연구가 가지를 친다면 좋은 연구다. 다른 학문 분야는 물론 대중의 흥미까지 끈다면 훌륭한 연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훌륭하다. '통 속의 뇌'라는 사고 실험을 현실로 만들었다. 자극적인 결과에 윤리·철학적 문제가 뒤를 잇는다. 하지만 자극적인 결론이 사실이었지는 기사가 아니라 논문을 읽어야 알 문제다. 돼지 뇌가 부활했는지는 실험에 쓰인 기술과 결과를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퍼퓨전(perfusion)이라는 기술이 있다. 관류, 순환 정도로 번역된다. 약물을 혈관으로 주입해 혈액과 약물을 바꾸는 실험이다. 약물은 모세혈관을 따라 온 몸에 퍼진다. 피가 다른 용액으로 바뀌므로 동물은 죽는다. 보통은 신체 장기를 실험용으로 고정·보존하기 위해 쓰인다.
이 연구에서도 퍼퓨전을 사용했다. 살아있는 뇌를 죽이는 대신 죽은 뇌를 살리는 퍼퓨전을 했다. 뇌에 달린 혈관에 관을 직접 연결하고서 직접 고안한 브레인엑스 순환액(BrainEx)을 박동에 맞추어 넣었다. 순환액에는 헤모글로빈을 이용한 산소 운반체가 들어있다. 순환액이 뇌의 모세혈관을 돌면서 뇌 곳곳에 산소를 공급한다. 동맥으로 들어간 순환액은 정맥으로 나와 산소를 재충전한다.
이렇게 간단하게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음'을 심장 박동 정지로 보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산소가 공급되어야먄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이 순환하지 않고, 산소가 세포 하나하나에 퍼지지 않는다. 산소가 떨어진 세포는 물질 대사를 하지 못해 죽는다. 산소 공급이 끊긴 뇌에 다시 산소를 넣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연구진은 뇌가 살아있음을 보이기 위해 어떤 실험을 했을까? 현재 기술로는 컴퓨터 화면에 죽은 뇌의 메시지를 띄울 수는 없다. 실험에는 실험군과 대조군이 있어야 한다. 이 실험에서는 브레인엑스 순환액을 돌린 뇌(이하 브레인엑스 뇌)가 실험군이다. 대조군은 같은 시간만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뇌, 삼투압과 성분만 맞춘 물을 순환시킨 뇌, 죽은 지 1시간이 채 지난 뇌다. 죽은 지 1시간 지난 뇌는 '살아있는 뇌'와 유사한 상태로 간주했다. 논문은 브레인엑스 뇌 실험군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뇌에 비해 살아있는 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조군도 있었으나 설명을 간략히 하고자 생략한다
어떤 점이 비슷한가? MRI를 이용해 뇌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뇌실의 부피와 백질·회백질의 비율이 죽은 직후 뇌와 비슷하다. 뇌실이란 뇌 내에 뇌척수액이 순환하는 빈 공간이다. 죽고 방치한 뇌는 부풀어 올라 뇌실이 사라진다. 조직 차원에서도 브레인엑스 뇌의 신경 세포는 형태가 온전하다. 세포자연사(apoptosis)비율도 적다. 심지어 특정 약물을 가할 때 박동수가 커지고, 외부 물질을 가하면 염증 반응이 생기기도 한다. 세포 하나하나를 전자현미경으로 보았을 때도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가 온전하다. 신경 세포는 외부에서 전류를 받자 전기 활동을 보였다. 뇌세포 하나하나가 산소와 포도당을 소비해 동맥과 정맥에 농도 차이도 생겼다. 그러나 뇌 표면에서 측정하는 뇌파는 보이지 않았다.
실험에서 신경 세포는 회복되었다는데 뇌파가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뇌파는 신경 세포의 전기 활동을 합해서 나오는 전기 신호이다. 뉴런 하나의 전기 활동을 보는 실험은 마치 아이를 툭 쳤을 때 대답을 듣는 일이다. 아이가 죽었다면 아무리 세게 쳐도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뇌파는 체육관에 있는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이다. 실험의 결과는 비유하자면 아이 한 명 한 명을 불렀을 때는 대답이 들리지만, 온 아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가 두뇌 활동이라 말하는 현상은 아이 한 명의 말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합창에 가까울 것이다.
신경 세포의 활동과 뇌 전체의 활동은 다르다
논문에서도 브레인엑스 뇌에서 고등 인지 과정에 해당하는 양상은 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MRI를 사용했으니 특정 부분의 활동을 확인하기도 가능했을텐데 보이지 않았던 듯 싶다. 브레인엑스 뇌는 외부 감각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통 속의 뇌' 였다. 그러니 저절로 일어나는 신경 세포의 활동도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연구에서 브레인엑스 순환액을 6시간 동안만 뇌에 사용한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보다 더 오래 뇌를 '회복시켰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알지 못한다.
논문만 보고 결론내리면 뇌가 부활한 것이 아니라 신경 세포가 회복한 것이다. 뇌파조차 보이지 않는 뇌를 보고서 통 속에서 깨어났느니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다. 신경 세포만 회복되더라도 브레인엑스는 충분히 활용도가 높다. 사실 인간 뇌를 연구하는데는 신경 세포만 회복되는 편이 낫다. 통 속의 뇌가 의식을 찾는 일은 사고 실험으로도 충분하다.
지금까지 인간의 뇌는 사후 상태에서만 연구가 가능했다. 브레인엑스를 이용한다면 죽은 뇌에서 신경 활동을 관찰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뉴런을 살려내 관찰하고 조작한다면 이제까지 알츠하이머를 모사한 어떤 실험보다도 실제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리라 짐작한다. 조현병, 강박 장애 같은 정신 질환은 모델 동물을 만들기도 힘들다. 모델 동물이 정신 질환을 재현하는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브레인엑스가 사람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도구로 쓰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