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마음 사이를 들여다보기

2019-2 뇌과학 세미나 - 습관과 통제 행동에 대한 신경 회로

by 캬닥이

이번 학기에는 뇌과학 세미나를 수강한다. 첫 번째 연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김형 교수였다. 행동의 원인을 ‘습관’과 ‘통제’로 나누어 각 기작이 뇌의 어디에서 조절되는지를 확인하는 여정을 들었다.


인지과학에서는 뇌를 블랙 박스로 유추하기도 한다. 감각에서 시작한 화살이 블랙 박스를 지나 행동으로 나온다. 세미나 주제를 블랙 박스에 비유하자면 블랙 박스에 화살이 두개 나란히 꽂힌 모양새다. 감각 내용의 가치에 따라 행동의 특성이 달라진다. 어떤 행동은 무의식과 습관에서 나오는 반면, 어떤 행동은 의식 아래에서 조절된다. 습관적인 행동은 학습된 입력에 기인한다. 민트초코가 치약맛임을 안다면 매대에 놓인 민트초코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의식적인 행동은 지금껏 학습하지 않았거나 학습 결과와 다른 입력을 받아 생겨난다. 억지로 먹은 민트초코가 맛있었다면 이제는 매대 앞에서 민트초코를 먹을지 말지 고민할 것이다. 각각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될까?


심리학에서나 나올 화두에 신경 과학이 답한다. 비인간 영장류(non-human primates), 원숭이를 사용하면 인지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볼 수 있다. 원숭이는 뇌가 커서 설치류보다 구역을 나누기 쉽다. 뇌 구조도 인간과 비슷해 인간의 인지 활동을 연구에 반영한다. 뇌가 비슷하니 행동도 비슷하다. 원숭이는 인간처럼 시각을 주 감각으로 사용한다. 원숭이도 인간처럼 모니터에 나온 그림을 보고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원숭이에게 시각 자극과 보상을 연합했다. 목마른 원숭이에게 그림 1을 보여준 후 물을 주고, 그림 2를 보여주고서는 물을 주지 않는 식이다. 이후 보상과 연합한 자극(그림1)과 보상이 없던 자극(그림2)을 보여주며 안구 단속 운동과 신경 활동을 측정했다.


안구 단속 운동이란 눈이 대상을 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이다. 시각 피질을 통과하는 시각 처리와 달리, 뇌의 상구(superior colliculus)에서 이루어지는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학부 때 시각의 의식적ᆞ 무의식적 과정을 발표할 일이 있었다. 강의실에서 발표를 하다가 문으로 테니스공을 던졌고, 모두가 공을 알아차리기 전에 공을 보아서 성공했다.) 원숭이에게는 물이 나오던 그림1이 눈에 들어오고, 물이 나오지 않던 그림2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신경 활동이 일어날 장소로는 미상핵(caudate nucleus)를 골랐다. 단속 운동을 조절하는 상구로 신호를 보내는 영역이다. 원숭이의 미상핵은 인간의 미상핵 구조와 유사하다. 길이가 길어 머리-몸-꼬리로 이어지고, 여러 피질에서 신호를 받는다. 머리 부분은 연합 피질에서 입력을 받고, 꼬리로 갈수록 시각 피질에서 오는 입력이 많아진다. (설치류는 미상핵의 형태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다.)


1568420968533~2.jpg 미상핵, 붉은 색부터 머리-몸-꼬리



신경 활동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단일 유닛 레코딩(single unit recording) 을 이용했다. 뇌에 얇은 탐침을 넣어 뉴런의 전기 신호를 듣는 기술이다. 미상핵을 따라 뉴런 하나하나의 신호를 듣기는 지난했을 것이다. 설치류에서는 탐침을 한 번에 많이 넣어 수십 개 뉴런의 신호를 한 번에 들을 수 있다. 원숭이의 뇌가 크다보니 기술을 적용하기는 힘들었다고 한다. 연사는 결국 그 과정을 해냈다.


단일 유닛 레코딩으로 원숭이의 미상핵 뉴런을 측정한 결과, 미상핵의 꼬리 부분은 학습이 완료된 행동, 물과 연합된 그림으로 눈길이 갈 때 활동했다. 미상핵의 머리 부분 뉴런은 학습한 결과와 다를 때 활성화했다.


이는 실제 행동과도 관련되었다. 원숭이에게 같은 시각 자극에도 실험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학습을 시켰다. 이후 미상핵 각 영역에 신경 활동을 저해하는 약물인 무시몰(mucimol, GABA 수용체 작용제)을 주사해 원숭이 행동이 변화하는지 확인했다. 미상핵의 꼬리에 약물을 넣자 학습된 자극으로 눈길이 가는 행동이 줄어들었다. 반대로 미상핵의 머리에 약물을 넣었을 때는 학습한 결과와 다를 때의 행동이 억제되었다.


연사는 조심스럽게 의식과 무의식적인 행동을 이야기했다. 미상핵의 머리 부분이 의식이 조절하는 행동에 관여하고, 미상핵 꼬리 부분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담당할지도 모른다. 원숭이 실험 결과를 인간 심리와 행동에 적용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의 미상핵 머리 꼬리 부분에 무시몰을 넣는다면 집에 가는 길 빵집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실험은 직접 해볼 수 없다.


대신 실험 결과를 설치류 신경과학과 나눌 수 있다. 지금껏 설치류 뇌를 분자ᆞ세포수준에서 보는 연구는 많았다. 비슷한 실험을 쥐에서 재현하면 뉴런 하나하나의 활동과 연결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쥐의 뉴런을 관찰하거나 조작하는 기법을 원숭이에 적용할 수 있다. 쉽게 들리지만 21세기 생쥐 뉴런에서 되는 온갖 실험들이 아직 원숭이에서 재현되지 않았다.


원숭이는 비싸고 실험 과정도 힘들다. 윤리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신경과학이 원숭이를 통할 필요는 없지만, 오직 원숭이에서만 볼 수 있는 연구도 분명히 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인지 과정을 신경 수준에서 보았다. 이런 연구에는 원숭이가 최선이다. 뉴런 하나의 아름다움보다 뇌와 마음 사이의 심연이 궁금하다면 원숭이 연구야말로 가장 깊은 곳을 비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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