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 뇌과학 세미나 - fMRI 연구의 한계
이번 뇌과학 세미나는 성균관대 우충완 교수가 강의했다. fMRI 방법론에 있는 한계를 지적하고 직접 고안한 모델로 한계를 극복하는 내용이었다. 현 fMRI 연구 기법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전제가 허술하다. 결과가 잘 재현되지 않는다. 임상 활용이 적다. 이 글에서는 연사가 언급한 fMRI 연구의 비판점만 요약한다. 비전공자로서 그가 설명한 내용이 실제 fMRI 연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fMRI 연구가 무조건 거짓이라기보다는 모든 연구에는 맹점이 있을 수 있다는 관점으로 읽기 바란다.
fMRI는 비침습적으로 뇌를 연구하는 기법이다. ‘비침습적(non-invasive)’이라는 용어는 두개골을 열거나 구멍을 뚫는 등 뇌를 건드려서 관찰하거나 조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MRI 기기를 통과했다고 뇌가 상하지는 않는다. fMRI의 f는 ‘기능적(functional)’이란 뜻이다. 혈류의 산소 농도(BOLD, blood oxygen dependent)를 이용해 뇌 특정 영역의 활동을 측정하기에 붙은 말이다. 신경 세포가 활동하려면 주변 혈액에서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래서 신경 세포가 발화하는 근처 혈관에는 산소를 지닌 헤모글로빈이 몰려든다. MRI는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품었는지 구별할 수 있다. 즉, fMRI 실험에서 반짝이는 영역은 뇌의 다른 영역보다 산소 농도가 높은 영역이다. 뇌가 활동하는 지점을 간접적으로 보인 셈이다.
fMRI를 이용하면 사람의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뇌를 넘어 ‘마음’을 보는 연구 기법이다. fMRI 분야에는 어떤 마음이 드는 원인이나 과정을 밝힌 연구가 많다. 사람의 뇌영상만 해석하고서 무엇을 보았는지 맞추거나 꿈을 재현하는 연구는 비전공자가 보기에도 놀랍다. 대중이 흥미를 갖는 연구일수록 전문가는 의심을 품는다. fMRI 연구의 문제점도 대중의 관심 때문에 생겼다. 자극적인 연구를 내놓느라 자료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허술했기 때문이다.
기존 fMRI의 연구는 3단 논법으로 구성된다. 기능이 밝혀진 뇌의 영역을 지표로 새로운 행동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연역한다. 예를 들어 측좌핵 (nucleus accumbens, NAc)은 보상 회로의 한 부분이다. 측좌핵은 기쁠 때 켜진다. 이제 연구 참여자를 MRI 기기에 놓자. 참여자는 MRI 기기 아래서 자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벌린다. fMRI를 분석하니 측좌핵이 활성화되었단다. 연구자는 ‘자신을 생각하는 것은 자체로 보상’이라며 연구를 발표한다. 이런 논리로 ‘사회에서 배제되는 느낌은 실제로 고통을 느끼는 것과 같다’거나 ‘사람들은 힐러리 클린턴을 믿지 않는다’ 등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측좌핵은 보상의 결과를 떠올릴 때 활성화한다.
자기 얘기를 할 때 측좌핵이 활성화했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연역적 추론은 첫 번째 전제가 약하면 무너진다. 측좌핵이 보상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자기 얘기를 할 때 측좌핵 부분에 ‘빛이 나더라도’ 알 수 있는 바가 없다. fMRI 기법만으로는 측좌핵이 기쁨에 활성화하는지, 기쁨에 동반되는 다른 심적 상태에 활성화하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애초에 뇌에 특정 심적 작용에 활동하는 ‘단 하나의 영역’ 따위가 없기도 없다. 이렇듯 행동 a에 대한 필요충분한 뇌의 활동 A를 찾기는 어렵다.
fMRI의 다른 문제점은 연구의 재현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과학은 보편적인 자연 현상을 밝히는 학문이다. ‘과학적 사실’이 언제 어디서든 변하지 않을 진리처럼 취급되는 이유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실험실에서 재현되지 않는 연구는 과학적이지 않다. 재현이 안 되는 연구라도 논문으로 출판되면 일단은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점이 문제다. 이의가 빗발치듯 내려와 논문 개재를 철회할 때까지 ‘잘못된 과학’은 세상을 돌며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설상가상으로 ‘연구 A는 재현이 안 된다’는 연구 B는 출판되기도 어렵다. 둘 중 하나는 틀린 연구인데, 사람들은 이미 논문으로 나온 연구를 더 믿기 때문이다.
fMRI는 뇌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그래서 신호와 잡음 비율(signal to noise ratio)이 높다. 영상에 반짝이는 빛이 진짜 뇌의 활동인지 단순 잡음인지 판별하기 어렵다. 진짜가 무엇인지 모르다보니 연구자의 편향이 들어간다. 뇌 영역 A의 활동을 보기 위해서는 A가 어디인지 알아야 하는데, 실험 결과 중 신호가 잡힌 부분을 A라 판단하고 분석을 진행하는 식이다. 연구마다 서로 다른 영역을 A라고 주장한다면 A에 대한 실험이 재현될 리 없다.
논리를 확신하기 어렵고 재현이 잘 안되는 연구 결과를 실제 인간에게 활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fMRI는 아직까지 임상에 거의 쓰이지 않는다. fMRI로 정신 질환을 진단하는 연구는 많다. 반면 연구한 양에 비해 실제로 쓰이는 fMRI 진단은 전무하다. 모델을 만드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데이터에 딱 맞는 모델은 과적합(overfitting)되어 새로운 데이터를 잘 예측하지 못한다. 한 번 만든 모델은 수많은 데이터로 교차검증되어 검증력을 확보해야 한다. 애써 만든 모델이 논문 한 편으로 끝난다면 모델의 검증력은 영원히 알 수 없다.
fMRI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연구 방법론에는 한계가 있다. 과학은 보편적인 자연 원리를 찾으려는 반면, 실험은 특정 조건 하 결과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fMRI는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건드리지 않고 보는 기법이다. 잡음이 많기도 당연하다.
연사는 fMRI 기법의 한계를 분석하고, 다른 분야의 기법을 접목해 극복하려 했다. 대안을 구하기 위해서는 비판할 지점을 찾아야 한다.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그가 하는 연구도 불완전한 방법론을 포기하지 않고 유의미한 결론을 찾으려던 선학 연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자 한 사람은 자연의 아주 작은 점만 보고 지식을 남기지만, 과학자 집단은 시공간을 넘어 지식을 나눈다. 자연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