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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Jan 28. 2022

집에 체육관을 만드는 방법

<심플 앤 시니스터>로 케틀벨 홈트하기

크로스핏을 안 한지도 석달 째다. 한동안은 매일 운동을 하지 못해 운동 부족증에 시달렸다. 주말 역도 수업은 그대로 들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만 무게를 들다보면 무게가 줄어든 기분이 들어 오히려 우울해진다. 클라이밍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가서는 실력이 전처럼 늘지 않는다.


그러다 매일 하기 좋은 운동을 찾았다. ‘심플 앤 시니스터’이다. 케틀벨 수업을 해주시는 파워존 관장님이 빌려주신 책이었다. 저자가 진지하지만 정신이 나간 말투를 써서 트레이닝 책인데도 낄낄대며 읽었다. 얇아서 다 읽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케틀벨 심플 앤 시니스터> 미국에서는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심플 앤 시니스터’ 는 케틀벨 스윙 10x10에 터키시 겟업을 양손 다섯 번씩 하는 구성이다. 처음에는 양손 스윙 5x10으로 시작했다가 세트 당 횟수를 늘려서 10x10을 만들고, 동작이 익숙해지면 한팔 스윙으로만 진행한다. 매회 매일 강하게 수행한다. 준비운동까지 합쳐도 30분 남짓이다.


집에 케틀벨을 놓고 심플 앤 시니스터를 시작한지 한 달 지났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케틀벨을 들었다. 처음에는 100개라는 스윙 개수도 부담스러웠다. 처음 하는 겟업은 배우고도 동작이 낯설었다.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대신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이제는 16kg 양손 스윙, 12kg 겟업으로 심플 앤 시니스터를 할 수 있다.

한 달, 횟수를 채우기는 3일 하고 느끼건대, 심플 앤 시니스터는 홈트에 딱이다. 동작이 정해져 있으니 매일 새로운 운동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된다. 무게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매트를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 운동 영상에서 매트 부분을 캡처했다. 마스크 끈으로 묶어 만든 6kg 덤벨도 보인다.


케틀벨 자체가 홈트하기 좋은 도구이다. 케틀벨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집에 바벨 랙을 설치하려면 집이 아주 넓어야 한다. 맨몸운동보다 재미있다. 무게가 있어 운동량도 보장한다. 맨발로 해도 되니 실내용 운동화를 두지 않아도 된다. 뛰지 않으니 층간소음도 없다. 


단점은 여느 홈트처럼 초기비용이다. 무쇠 케틀벨을 무게 별로 구비하려니 돈이 들었다. 물론 바벨 랙에 플레이트, 종류별 덤벨 가격보다는 싸다. 하지만 오래 할지 자신도 없는 홈트 기구를 사기란 부담스럽다. 오래 쓰자는 생각으로 12-16-20kg 하나씩 샀다. 


매트도 필요하다. 케틀벨을 바닥에 놓을 때 쿵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케틀벨 놓는 자리에만 쿠션을 두다가, 얼마 안 돼 쿠션이 납작해지는 걸 보고 매트를 폈다. 다행히 집에 놀고 있던 매트가 있었다. 매트 위에서 운동하니 실수로 케틀벨을 떨어트리지 않는 이상 바닥을 울릴 만큼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단, 우리집에서 쓰는 매트는 소위 ‘악마 매트’로 검색하면 나오는 두꺼운 매트이다.


(매트는 협찬의 협찬으로 얻었다)


심플 앤 시니스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심플 앤 시니스터를 구성하는 케틀벨 스윙과 터키시 겟업은 혼자 깨우치기 어려운 동작이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동작을 배운 후에야 혼자 할 수 있었다. 책이나 영상만 보고 시작했다가는 겟업에서든 스윙에서든 막히거나 다쳤을 것이다. 케틀벨의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가르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책만 보고 혼자 시작하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파워존>은 서울에조차 많지 않다. <심플 앤 시니스터>에 필요한 동작은 스윙과 겟업뿐이니,  SFG 레벨 1인 누군가가 있다면 동작을 잘 알려줄 것이다.

넓은 매트에 케틀벨을 두니 매일 운동하던 시절 부럽지 않았다. 하루에 30분 케틀벨을 쓰면 운동 욕구도 많이 해소되었다. 그전까지는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찾아가 헬스장이 언제 여는지 물어보고, 모르는 동네를 헤매며 크로스핏 박스를 찾아다녔다. 일주일에 두 번 파워존에 가서 동작을 배우고, 남은 날에는 집에서 복습 겸 심플 앤 시니스터를 한다. 


어느 날은 파워존 관장님이 동네에 크로스핏 박스가 생긴다고 알려주셨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크로스핏 박스가 생긴다는데도 등록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언제 열지 모를 아파트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홈트에 만족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매일 집에서 케틀벨을 띄우며 몸이 어떻게 변할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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