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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Jul 28. 2024

글쓰기 재활 훈련 1

글을 안 쓴 지 너무 오래되어서 더 이상 글다운 글은 쓰지 못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미루거나 포기했다. 글을 쓸 때도 장문보다 트위터에 올릴만한 140자 감상을 더 즐겨 쓰게 되었으며, 트위터마저도 세상에는 귀에 담을 필요도 없는 화제가 많다는 교훈만 얻고 있다. 그러다 오늘 독서 모임에서 여원이 내가 10년 전에 썼던 여행 게시글을 이야기를 꺼냈다. 나를 만나기 전에 내가 쓴 글을 먼저 읽고서는 자기 멋대로 캬닥이는 멋진 사람이라 상상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글을 보고 싶다고 해서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가 링크를 공유했다.

글이든 그림이든, 과거에 만든 무언가를 보긴 참 부끄럽다. 그 글도 다시 읽으니 쉼표가 너무 많이 들어갔고 표현도 상투적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여행을 하고 글을 썼다.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서툰 문장이라도 경험을 글로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같은 경험을 글로 되새기면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으며, 5년 후 결혼할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글쓰기 재활을 할 겸 브런치를 쓴다. 주제는 오늘 있었던 일이다. 재활이니까.

 

1. 청첩 모임

청첩 모임에 갔다. 친구는 자기 연애 이야기를 스레드에 올려  n천 번 알티를 타고 추천 스레드에 올랐다고 했다. 나는 스레드는커녕 인스타 계정도 없어 본문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1월에 만나서 2월에 사귀고 3월에 결혼하기로 하여 4월에 상견례를 하고 5월에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사람이길래 결혼을 그렇게 빨리 결정했냐고 물으니, 이산가족과 상봉한 기분이랬다. 요즘처럼 사람 믿기 힘든 세상에 몇 번 만남에 결혼을 결심할 사람을 만나다니 운이 좋다.

결혼이란 대체로 평생 함께할 사람을 정하는 일이다. 결혼하는 나이를 대충 서른이라고 치자. 두 사람이 함께할 남은 평생은 그들이 홀로 살아온 날보다 두 배는 더 길다. 30년이면 세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충분하다. 그런 변수 투성이 인생에 새로운 사람을 삶에 들이고서는 60년 이상 함께 살겠단다. 그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공표하고 실행에 옮긴다.

만난 지 석 달만에 결혼을 확신할 필요도 없다. 결혼할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기적이다. 나는 5년 전에 결혼해서 탈 없이 살고 있지만, 이것이 평범한 일이라기보다 내가 엄청나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외롭지 않은 삶은 태어난 이들 중 일부만 갖는 특권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사람들의 마음과 눈이 넓어지면 좋겠다. 동성 결혼이든 생활동반자법이든, 더 많은 사람들이 짝을 찾아 살아갈 방도가 생기기를 바란다. 혼자 살아서 행복한 사람도 많지만, 적어도 나는 둘이 되어 행복하다.

 

2. 독서 모임과 엘리트주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정하고 발제를 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학생회 친구가 소개해주었다. 처음에는 생명과학과 대학원생이 다수였지만, 어쩌다 보니 누군가는 빠지고 누군가가 들어오며(나에게 모임을 소개한 친구는 사라졌고, 나는 여원을 데리고 왔다) 전공이든 MBTI든 제법 다양해졌다. 같은 질문에도 각자의 답이 다르다. 이따금 책이 너무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도 사람이 재미있어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 모임은 같은 대학 동문 모임이라는 점에서 끔찍하게 엘리트적이다. 오늘은 한 분이 이 독서모임이 너무 재미있어 자기 지역의 유명 독서모임에 가보았는데, 발제도 별로고 대답도 별로라 조용히 나왔다고 했다. 본인의 엘리트주의를 인정하게 된 것은 덤이고. 돌아오는 길에 여원도 다른 독서모임에서 그런 경험을 한 적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떤 책의 행간을 전혀 읽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행간 읽기가 학벌과 연관될 리 없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이 정제된 것도 사실이다. 사실 직장인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방법이 많지가 않다. 그나마 나는 가끔 인터넷 친구를 오프로 만난다. 이것만으로도 세상이 꽤 깨진다. 인터넷 친구들에게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각을 보고 신선할 때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들을 진짜 사람으로 보는 대신 내가 잘 모르는 세상의 창구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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