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쉬운 생물학 용어 이해하기
영단어 중에서는 라틴어에서 따온 말이 많다. ‘기타, 따위’를 표현하는 etc. 는 et cetera라는 라틴어의 줄임말이다. 생물학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라틴어로 in vitro와 in vivo가 있다. “어떤 약물이 in vitro 상에서 효능을 보였다”와 “어떤 약물이 in vivo 상에서 효능을 보였다”는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In vivo는 ‘생체 내’를 뜻한다. 약물이 in vivo 상에서 효능을 보였다는 말은 몸속에서 제 기능을 한다는 말이다. In vivo 실험은 생체에 하는 실험이다. 실험용 쥐나 토끼에 약물을 투여해서 나온 결과는 in vivo 상 결과이다. 시판되는 모든 약은 in vivo 상 효능을 검증받은 약이다.
In vitro는 보통 in vivo의 반대말로 쓰인다. In vitro는 해석하면 ‘유리 내(in the glass)’이며, 생체 내부가 아니라 밖에서 하는 실험 조건을 의미한다. 인공 수정(In vitro fertilization)은 몸속이 아니라 시험관 내에서 아이를 만드는 일이다. 세포 입장에서는 당혹스럽다. 세포는 몸을 구성하고 몸에서 일한다. 서울 사는 회사원을 단칸방에 가둬놓으면 외로워하다 굶어 죽는다. 세포도 몸 밖에 똑 떼어놓으면 죽는다. In vitro란 몸 밖에 나온 세포가 죽지 않고 몸 안에서처럼 기능하도록 환경을 꾸민 상태이다.
In vitro 환경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세포마다 알맞은 영양분을 주고 미생물 같은 오염 물질을 막아야 한다. 세포는 배지(medium. 보통 복수형으로 media라고 쓴다) 내에서 키운다. 배지란 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을 담은 액체이다. 유산균으로 요구르트를 만들려면 유산균을 우유에 넣어야 한다. 유산균은 우유의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이때 우유는 유산균의 배지다. 우리 세포는 유산균보다 복잡하다. 세포는 몸속에서 화학 물질을 분비하며 소통한다. 영양분이 충분해도 친구들의 신호를 받지 못하면 세포는 죽는다. 그래서 세포마다 배지의 종류가 다르다. 배지에 담긴 세포는 생물학 실험실에 있을 법한 용기에 담겨 자란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포는 체내 환경과 비슷한 온도와 pH에 있어야 살아남는다. 세포는 단백질로 구성된다. 단백질은 온도와 pH에 따라 형태가 변한다. 우유를 끓이거나 안에 식초를 넣으면 얇은 막이나 덩어리가 생긴다. 우유 속 단백질이 온도와 pH에 따라 단백질이 변한 것이다. 실험실 세포는 배지에 담긴 채 온도와 이산화탄소 조건을 맞춘 인큐베이터에 보관한다. 이산화탄소는 배지의 pH를 조절한다. 공기 속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이산화탄소 분자가 액체에 녹아들고, 배지는 산성화 된다. 세포는 배지의 영양분을 소모하고 노폐물을 배출한다. 이따금씩 배지 전체를 갈아주어야 한다. 대학교 실험실 지름 10cm 접시 위에 자라든 바이오 제약 공장에 있는 마을버스 크기 20,000L 배양기에 자라든 세포의 배지를 가는 건 사람의 몫이다.
언급한 조건 말고도 In vitro 실험 환경을 맞추기 위해서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in vitro 실험을 해야 하는 이유는 in vivo 환경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는 말은 생물학적으로도 사실이다. 몸은 복잡하다. 세포는 다른 세포와 상호작용하고 세포와 세포가 모인 조직은 다른 조직과 어울려 기관을 만든다. 몸속 기관이 하나라도 말썽이면 우리는 죽는다. 간세포에서 효과 있는 약이 혈관 세포를 파괴한다면 실험을 접어야 한다. In vitro 환경에서 성공한 실험도 in vivo 단계에서 얼마든지 망할 수 있다.
In vitro와 in vivo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실험 용어가 있다. Ex vivo는 ‘생체 밖’이란 말로, in vitro의 특수한 경우이다. 면역학 실험에서 골수 세포가 필요할 때면 동물을 죽이고 뼈를 꺼내 골수를 채취한다. 무서운 경험을 한 쥐의 뇌세포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쥐의 뇌를 꺼내 세포를 분리한다. 생체에서 분리한 세포는 여전히 살아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너무 잔인하게 들렸다면 in silico 실험도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규칙으로 짐작하면 실리콘에서 하는 실험인데, 사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실리콘은 컴퓨터 반도체의 주성분이다. 생체의 변수를 입력해 계산하면 실험을 하지 않아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동물 희생 없이 결과가 나온다면 환영할 일이나, 생물의 복잡함을 계산 상 100%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in vitro와 in vivo 실험을 하며 in silico 가 발전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