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활용 엽편 n부작 - 1
“나 요리할 때 칼을 떨어뜨렸어.” 아내가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얼굴을 찡그리며 아내를 보았다.
“그래서 오늘 요리는 마파 발가락 두부야.”
걸쭉한 국물에 묽게 물든 두부와 발가락 몇 개가 보였다. 두부도 발가락도 크기가 조금씩 달랐다. 마파두부는 생각보다 손이 안 드는 음식이라며 아내가 우겨대던 음식이었다. 두부와 양념장만 사서 넣고 끓이면 완성된다고.
나는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올렸다. 발가락은 다진 고기 덩이 사이에 유일하게 형태가 살아있었다.
“이왕이면 발톱은 빼고 하지 그랬어”
“그걸 생각 못했네”
“제대로 씻기는 했어?”
테이블 너머로 보이는 삐진 얼굴이 사랑스럽다. 아내는 함께 먹은 돼지 고기와 섞여 분간이 가지 않았다. 뼛조각과 발톱을 뱉어내고 젓가락으로 나머지 발가락을 들었다.
“버섯도 있고 두부도 있는데 왜 발가락만 먹어. 이거 원래 두부 요리란 말야.”
발가락만 먹고 보니 돼지고기보다는 쫄깃했다. 서툰 솜씨로 요리를 해준 아내를 위해 한 숟갈 크게 떠서 밥에 비볐다.
아내와 나는 클라이밍 동호회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열의에 가득찬 신입을 연애 대상으로 본 건 아니었다.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한 걸음도 올라가지 못하던 아내를 잡아주다 보니 밥을 같이 먹고, 어느새 함께 산을 오르고 있더라… 그런 이야기다.
그날 아내는 비탈진 벽면을 오르다 떨어졌다. 안전줄은 아내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다. 나는 벽에 매달린 채 바닥에 떨어진 아내를 향해 고개만 내렸다. 오른팔이 어깨부터 반대로 꺾여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매트 깔린 인공암벽을 예약할 걸, 아니 놀림받더라도 클라이밍 센터에서 놀 걸. 핸드폰을 꺼내 119를 부르려면 먼저 벽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내 몸에 달린 로프도 안전줄이라는 보장이 없다.
“오빠 괜찮아 천천히 내려와!” 아래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보니 아내는 왼손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댔지만 결국일어나더니 왼손으로 반쪽짜리 손나팔을 만들어 또박또박 외쳤다.
“이 정도면 오빠 내려올 때면 나을 거야!”
나는 벽에서 손을 뗀 채 허공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다행히 내 로프는 멀쩡했다.
아내는 선천성 말초 신경 경화증을 앓았다고 했다. 손발 가장 바깥부터 마비가 와서 점점 중추로 올라오는 병이었다. 어릴 적 첫 번째 기억부터 학교 가는 짐을 싸는 날까지 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릴 적 받은 수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단다. 말단에 줄기세포를 넣어 신경 세포를 새로 만들었다나.
마비된 손등을 칼로 얇게 깍아내고서, 다시 손톱과 발톱 아래 살에 찔러 넣었다고 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아내는 앉은 채로 제 손에다 하는 수술을 보았다. 마취할 필요도 없었다.
수술 후 아내는 후속 치료 1년 만에 병원을 나왔다. 또래보다 학교에 1년 늦게 들어갔지만 부모는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에 고마워했다. 아내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가락을 베이면 아파하고, 종이학 접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중학생에 올라간 뒤에도 종이접기를 좋아했다. 한 장짜리 종이접기 말고 ‘페이퍼크래프트’라는 자르고 붙이고 세우는 류의 종이접기였다. 또래보다 건전한 취미를 가졌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칼로 손목을 긋는 시늉을 해도 자기 손가락을 자르려 하지는 않으니까. 손가락이 잘린 건 실수였다. 잘린 손가락을 얼음물에 넣고 병원에 뛰어가던 길에 손가락이 돋아난 건 부가 효과였다. 현상을 부작용이라고 부르기에 아내는 제 능력을 즐기며 살았다고 한다. 요새 아내는 요리를 시작했다. 나는 마파 발가락 두부의 마지막 건더기를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정리했다. 함께 먹은 냄비에 밥그릇과 수저를 담아 개수대로 가져왔다. 아내가 요리를 했으니 설거지는 내 몫이다. 그릇에 물을 담으며 바닥에 놓인 도마와 국자부터 닦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거의 끝내고서 고무장갑을 벗었다. 냉장고에서 버터 조각을 꺼냈다. 깨끗하게 씻은 칼의 손잡이에 버터를 대고 문질렀다. 발가락이 잘린 건 사고였다. 제대로 씻었냐는 말은 농담이었지만, 그래도 발은 찝찝하다.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왔다. 아내는 쇼파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다음 요리는 뭘로 할 거야?”
“생각 안 했는데, 먹고 싶은 거 있어?”
“카레 어때? 있다가 산책 겸 해서 당근이랑 감자랑 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