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아 오메가 3

인체 활용 엽편 n부작 - 2

by 캬닥이

해독주스 위로 크릴오일이 걸쭉하게 떨어졌다. 주스보다 진한 색깔 기름이 수면에 방울져 맺혔다. 어머님은 붉은 기름층이 동그랗게 뜬 주스를 내 앞으로 밀었다. 방금 잘린 캡슐 한 개에 크릴새우가 몇 마리 들어갔을지 궁금했다.


“이게 그렇게 좋대. 위에서 흡수 안 되고 장까지 작용한다고.”


위는 아무 것도 흡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문과인 나도 알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말이기 때문이었다. 새우에게도, 먹이를 빼앗긴 고래에게도, 며느리를 위해 손수 야채를 펄펄 끓여주신 어머님에게도.


익힌 채소 때문인지 새우 비린내인지 모를 주스 맛만 아니었다면 <내 안에 살아있던 영양_가족에게 선물하세요>라는 메일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옛 효부가 허벅지 살을 떼어 봉양했다면 이제 직접 만든 영양제로 효도할 차례’라는 문구 아래로 사람 지방에 담긴 온갖 성분들이 영어로 적혀있었다. 메일은 붉은색 굵은 글씨로 ‘체형변화·가족선물·행복미래-일석삼조’라고 끝났다.


어머님께 내 지방으로 된 오메가3을 드리자. 언성을 높이지 않고도 캡슐에 생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러줄 방법이다. 메일을 보낸 생체 지방 활용 센터는 직장과도 몇 역 차이나지 않았다.


“저희 센터에서는 수술 후 버려지는 지방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습니다. ‘내 안에 살아있던 영양’은 연구 끝에 나온 첫 제품입니다. 오메가3 아시죠, 그게 다 지방이에요, 지방. 그렇게 설명하면 이해하시더라고요.”


사원증에 ‘수석 연구원’이라 적힌 사람이 책상 건너편에 앉아서 설명했다. 앞에는 여러가지 약이 받침대에 놓여 있었다. 노랗고 투명한 오메가3 캡슐부터 시댁에서 보았던 붉은색 크릴 오일 캡슐도 있었다. 받침대 한가운데에는 다른 약과 크기가 같은 진주빛 캡슐이 있었다. <내 안에 살아있던 오메가3>의 견본이었다. 내 배에도 영롱한 핑크빛 지방이 있다. 곧 캡슐에 담길 살덩어리.


“저희 센터에서는 우리 몸에 가장 필요없는 지방인 복부, 내장 지방을 흡수해 캡슐 형태로 변형합니다. 시중에 파는 영양제와 똑같은 캡슐에 담아 다시 돌려드려요. 어느 분께 드릴 예정이세요?”


“시어머니요.” 남편에게 선물하면 어떨지도 상상했다. 그는 내 몸을 좋아하니까.


“역시 다들 시부모님 드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 선물 받으면 덥썩덥썩 좋아하세요. 평소에 영양제 자주 드시는 분일수록 고마워하세요. 젊음을 나누는 기회니까요. 어떤 고객님들은 용돈도 받았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제품 제조에 딸린 지방 흡입술이야, 고객님께야 부차적인 단계겠지만. 수술을 거저로 하면 좋잖아요.”


내 몸을 보며 말하는 수석 연구원의 립서비스가 듣기에 거북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짓던 영혼 없는 웃음을 거두고 종이를 펴 보였다.


“계약서에는 신체 지방 캡슐로 표기되며, 고객 변심에 따른 피해보상은 없습니다. 확실하게 하기를 앞서 시어머님의 생명보험이 사망까지 적용되는지 확인해주세요.”


“네?” 계약서를 보지도 않고 되물었다.


수석 연구원이 얼굴을 잠깐 찌푸리더니 내게 물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오신 거 맞아요?"


“메일을 보고 왔어요. 제 몸에서 나온 영양 성분을 영양제로 만들어준다고.”


“정말로 시어머니 몸보신 해드리려 몸을 주려고 오신 거예요? 이런 손님은 처음이네.”


연구원의 말투가 영업보다 설교에 가깝게 변했다.


“사람은요, 몸에 남은게 중금속 뿐이에요. 특히 연어니 참치니 많이 드시는 분들. 다 몸에 축적이 되는 거예요.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이 캡슐 5년만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긴다고. 여기까지 온 손님들은 다 알고 왔는데. 세상에 누가 자기 살 떼서 영양제를 만들어요.”


당연한 사실을 알려준다는 말투가 언짢았다. 속에서 이과 망하라는 말이 돌았다.


“아까까지 오메가3 이야기도 하셨잖아요.”


“그거야 손님 시어머니한테 설명하란 소리였죠. 지방에는 오메가3가 없어요. 사람이 오메가 3을 저장하면 왜 매일 영양제를 먹어야 하겠어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는 사람 지방 덩어리의 전문가다. 거기에 센터를 수십 번 오간 며느리들 화풀이는 몇 번 받아주었을지 모른다. 영양제는 생체 지방 활용 센터의 첫 번째 제품이랬다. 체형 변화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고객의 욕구를 읽고서 만들었나보다. 하지만 나와 어머님 사이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저는 그냥.. 시어머니가 크릴 오일을 드시는 걸 말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크릴 오일을 사 드시는 게, 5년 안에 죽을 병에 걸릴만큼 큰 죄는 아니잖아요.”


“경우에 따라서는요.” 수석 연구원이 대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마파 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