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 실험대 눈물샘부터 코로나 19까지

오가노이드의 생성 원리와 활용

by 캬닥이

일주일 전에 네이처에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과학자들이 배양 접시 위의 눈물샘을 울렸다(Scientists grew tiny tear glands in a dish — then made them cry)는 제목으로, 눈물샘 오가노이드를 만들자 오가노이드가 눈물을 만들었다는 기사였다. 다양한 관점에서 COVID19 연구가 이루어지는 시기라 폐 오가노이드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기전을 본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오가노이드가 무엇이길래 생명과학 연구 방법론으로서 각광받으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논문을 찾아보았다.


캡처.JPG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681-0


세포 덩어리와 오가노이드의 차이

오가노이드(organoid)는 ‘기관 비슷한 것(resembling an organ)’이다. 오가노이드는 여느 기관처럼 세포로 되어있지만, 세포 여럿이 모인 단순한 덩어리는 아니다. 생명체에서 기관(장기, organ)이란 ‘구조적으로 기능을 가지는 단위’이다. 눈물샘은 눈물을 만들고, 장은 효소를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한다.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세포가 조직적으로 뭉쳐 생명체의 기관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눈물샘 오가노이드는 눈물을 만들 수 있고, 장 오가노이드는 융털 구조를 지닌 체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양분을 흡수할 것이다.


세포가 모여서 조직이 되고, 여러 종류의 조직이 알맞게 배열되면 기관이 된다. 그렇다면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세포를 준비한 후 알맞게 배열해야 할까? 손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다. 오가노이드는 저절로 만들어진다. 기관 생성 과정에서 세포는 스스로 제 자리를 찾는다(self-organize). 태아의 장기를 헤집어 배열하지 않아도 되듯, 오가노이드도 실제 생명체 기관의 발생과 비슷하게 생겨난다.



발생: 수정란이 아기가 되기까지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발생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발생이란 하나의 수정란이 개체가 되는 과정이다. 세포 하나가 인간이 되는 현상은 ‘생명의 신비’로 뭉뚱그리기에는 너무 신기하다. 생각해 보라. 설령 DNA에 손가락부터 뇌세포까지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세포가 언제 무엇이 될지’를 조절하는 인자는 세포마다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키보드를 치고 있는 내 손가락 세포는 뇌세포로 변할 수도 있다. 손가락 세포나 뇌세포나 갖고 있는 DNA는 내 부모님에게서 받은, 동일한 유전정보이기 때문이다.


수정란은 주변 물질의 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세포로 분화한다. (종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첫 번째 정보는 어머니에게서 온다. 난자의 세포질 성분은 균일하지 않다. 수정란은 여러 개의 세포로 나뉘는데, 이때 새로 생긴 세포마다 나눠갖는 난자의 세포질 성분이 다르다. 세포마다 mRNA나 단백질의 성분이 다르니 그에 맞추어 서로 다른 세포로 분화한다. 작은 차이가 발생 단계를 거치며 증폭된다. 이후 세포는 이웃 세포가 분비하는 화학 물질이나 세포막에 붙은 연접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아예 다른 세포로 변하기도 한다. 다양한 세포가 구조를 갖추며 기관이 되고, 기관이 제 위치에서 기능을 하며 개체가 태어난다.


799px-Spiral_cleavage_in_Trochus.png 고둥의 난할 과정. 하나의 세포가 늘어나며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세포가 된다. Wikimedia Commons


오가노이드의 생성 과정

오가노이드는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 줄기세포로 만든다.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는 구하기 힘드니 대부분은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할 것이다. 줄기세포는 환경에 따라 다른 세포로 분화한다. 줄기세포의 배양 환경을 바꾸어가며 배양하면 서로 다른 세포로 분화하고, 세포 수가 늘어나며 작은 기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신장 오가노이드는 신장의 발생 과정을 따라가며 만들어진다. 신장은 중배엽 세포에서 유래하며, 주변의 조절 인자에 따라 요관싹(ureteric bud)과 후신 간엽 (metanephric mesenchyme)으로 분화해 복잡한 네프론 구조를 이룬다. 그러므로 신장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①줄기세포를 중배엽으로 만드는 인자에 노출시키고, ②요관싹 세포와 후신 간엽 세포까지 분화시킨 후 ③척수 조직(네프론 생성 신호를 보낸다)과 함께 배양한다. ④그러면 조직은 저절로 네프론 구조를 이룬다. 네프론이란 신장에서 오줌을 여과하고는 구조 단위이므로(아래 그림 참고), 세포들이 네프론 구조를 이루고 있다면 마땅히 '신장 비슷한 것'이라 할 만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자들은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며 뉴런이 뇌 발생 과정과 비슷하게 층 구조를 이루는 것을 확인했다.



kidney-organoids-nephrons.jpg https://www.stemcell.com/covid-19-research-tools/kidney-organoid



오가노이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한 최근 기술이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물론이고 3차원 세포 배양 기술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플레이트에 세포를 붙여 키우는 일반적인 배양 방식으로는 세포는 기관이 되지 않는다. 플레이트 위에서 세포는 바닥을 따라 넓게 자라날 뿐 덩어리 지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2차원으로 자라는 세포는 실제 3차원의 세포와는 성질도, 세포 사이의 상호 작용도 다르다. 세포가 붙지 않는 바닥에서 흔들어가며 키우거나 배양기(bioreactor)를 이용해야만 세포는 스스로 덩어리를 이루고 자리를 찾는다.


이렇게 해서 만든 오가노이드는 미니 장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작다. 성숙한 오가노이드도 mm 단위다 보니, 실제 장기를 생각하고 보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작은 덩어리에서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가 다양하게 나타난다면 현상을 실험하거나 모델로 활용하기에는 실제 장기보다 편리할 것이다.


d41586-018-04813-x_15700006.jpg 배양 중인 뇌 오가노이드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4813-x


오가노이드 배양의 어려움

오가노이드는 배양 환경에 따라 ‘스스로 뭉치겠지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환경은 절대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오가노이드 배양은 일반적인 세포 배양보다 훨씬 어렵다. 오가노이드를 직접 배양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프로토콜 영상을 찾아보았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세포 덩어리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며 파이펫으로 옮기거나, 오가노이드를 피하며 배양액을 가는(!) 작업이었다.


게다가 미니 장기이지만 엄연한 장기인만큼, 줄기세포가 오가노이드로 자라는 시간은 오래 든다. 줄기 세포를 배아체로 키운 후, 배아체가 뇌 오가노이드로 성숙하는 데만으로도 40일이 걸린다. 배양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은 실험에 쓰이기 전에 오염될 여지도 크다는 소리다. 오가노이드가 성숙하는 40일 안에 한 번이라도 오염이 일어난다면, 그때까지 자라고 있던 오가노이드는 모두 폐기하고 실험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오가노이드를 키우는 배양액 가격은 찾아보지도 않았다. 오가노이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nX9NJ1Zuo

STEMCELL사에서 올린 뇌 오가노이드 배양 프로토콜 영상. 그냥 보면 재밌지만 직접 한다고 상상하며 보면 무섭다.


오가노이드의 활용: 인간 오가노이드에 코로나 19 감염시키기

배양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왜 굳이 오가노이드 연구를 해야 할까? 세상에는 사람이 만든 미니 장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확한 동물 장기가 있는데 말이다. 동물 실험은 인체 실험만큼이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동물과 사람의 사이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세계 각 국에서 코로나 19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많이 쓰이는 생쥐로는 코로나 19 감염 연구를 하기 힘들다. 코로나 19의 돌기 단백질이 생쥐 세포의 수용체에는 잘 결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단백질 수용체로 형질 전환한 쥐를 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형질 전환 쥐를 만드는 것도 쉽고 빠른 길은 아니고, 그렇게 만든 동물 모델이 완전히 사람과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 사람의 줄기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를 이용한다면 동물을 사용할 때보다 정확한 감염 기전은 물론, 앞으로 개발할 약물의 효능을 확인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참고 문헌

주로 참고한 논문: Lancaster, M. A., & Knoblich, J. A. (2014). Organogenesis in a dish: Modeling development and disease using organoid technologies. Science, 345(6194), https://doi.org/10.1126/science.1247125


Gilbert, S. F., & Barresi, M. J. F. (2020). Developmental biology.

Scientists grew tiny tear glands in a dish — then made them cry -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681-0

Youk, J., Kim, T., Evans, K. V., Jeong, Y. I., Hur, Y., Hong, S. P., ... & Lee, J. H. (2020). Three-dimensional human alveolar stem cell culture models reveal infection response to SARS-CoV-2. Cell Stem Cell, 27(6), 905-919. https://doi.org/10.1016/j.stem.2020.10.004

Muñoz-Fontela, C., Dowling, W.E., Funnell, S.G.P. et al. Animal models for COVID-19. Nature 586, 509–515 (2020). https://doi.org/10.1038/s41586-020-2787-6

How to Grow Cerebral Organoids from Human Pluripotent Stem Cells (https://www.youtube.com/watch?v=SvnX9NJ1Zuo)


커버 사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Querschnitt_Gehirnmodell_smal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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