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캬닥이 Jul 07. 2021

자전거 출퇴근과 중거리 라이딩

자출 3개월차 소감

자전거 첫 출퇴근을 기념하는 글을 쓰고 3개월이 지났다. 비 오는 날과 재택근무 하는 날을 빼면 거의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3월에는 다이얼식 운동화를 사며 의지를 다졌다(끈으로 묶는 운동화는 체인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버프를 귀까지 올리고 타다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3M 방진 마스크로 바꾸어 탔다. 날이 길어지며 퇴근용 선크림을 사무실에 갖다놓았고, 햇살이 강해지며 안경 착용자용 고글을 장만했다. 


옷차림도 달마다 조금씩 바꾸었다. 3월에는 평범한 옷에 바람막이만 입은 차림으로 시작했다. 4월에는 출퇴근용 티셔츠를 챙겨서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 이제는 라이딩 복장과 근무용 복장을 따로 챙긴다.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운 후, 회사 샤워실에서 씻은 후 평범한 직장인 사이에 섞인다. 여름이라 아무도 안 쓰는 사무실 옷장에 라이딩 옷을 널고 퇴근할 때 챙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주말 라이딩도 덩달아 늘었다. 전에는 집 근처 개천만 도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합수부 두 곳을 지나 한강을 돌고 돌아온다. 4월 생일 때는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 클릿 슈즈를 맞추었다. 클릿이 속도를 높이지는 않을지언정 라이딩 효율은 높인다는 말을 들었는데 과연 그랬다. 클릿으로 고정된 페달을 밟다보면 몸에 관절 하나가 더 생겨 자전거와 한 몸이 된 양 느껴졌다. 한 번에 가는 거리가 늘어 30km 정도는 거뜬해졌다. 



한번에 장만한 클릿 세트. 출퇴근길에 차도가 많아 반페달을 골랐다. MTB 용 클릿 슈즈가 없어 로드 겸용으로  산 것이 아쉽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무릎 윗부분이 지끈거렸다. 의자에 앉고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5월 중순에 병원에 가서 내전근 인대에 손상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충격파 치료를 받는데, 인대 염증인지 근육통이 터지는지 주리를 트는 양 아팠다. 그래도 배운 것은 있으니, 피팅을 공부하고 17년 구입 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안장 자리를 바꾸었다. 낮게 타던 안장을 높이고 핸들바와 안장의 간격을 좁혔다. 2주 가량 쉬고 자전거를 타니 클릿 슈즈를 신고 50km를 타도 전처럼 아프지 않았다.


서울 반대편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도 두렵지 않았다


라이딩을 오래 하며 자전거를 타는 기준이 생겼다. 핸드폰 속도계로 중간중간 속도와 케이던스 (분당 페달을 밟는 횟수)를 확인하고 맞춘다. 평지에서는 80-100 rpm을 지킨다. 100을 넘어가면 자전거가 헛도는 느낌이 들어 기어를 무겁게 하고, 80보다 작아지면 무릎에 무리가 갈까 가볍게 내렸다. 오르막에서는 70rpm 이상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공도(차도나 인도)에서는 속도계를 보지 않는다. 사람이 지나는 길, 차와 함께 신호를 지켜야 하는 길에서 속도와 케이던스는 무의미하다. 자전거 도로에 가면 ‘평균 속도보다 빠르게’ 가려고 노력했다. 공도에서 깎인 속도를 자전거 도로에서 채우자는 계산이다. 자전거 도로가 길어져 평균 속도가 24km/h를 넘어가면 원칙을 지키기 힘들었다. 


내년에는 지금 타는 MTB 외에 로드 자전거를 한 대 더 들일 생각이다. 이사를 하면 출퇴근길에험지나 고갯길은 없어지지만 거리가 세 배는 늘어난다. 그때까지는 지금 자전거로 멀리, 안정적으로 다니는 연습을 할 것이다. 라이딩 엄청나게 즐겁냐면 그렇지도 않은데, 매일 세 시간 자전거 출퇴근을 상상하면 겁나면서도 설렌다. 라이딩 자체보다는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을 즐기다보니 가까운 미래가 기대가 된다.


단지 색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갖고싶은 꿈의 자전거


매거진의 이전글 크로스핏 제동 사건과 휴식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