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캬닥이 Jul 16. 2021

크로스핏 제동 사건과 휴식기

낙상 후 2주 간 휴식 기록

6월까지 운동에 불붙어 있었다. 자전거 출퇴근은 운동이 아니라 활동이니까, 퇴근하고 크로스핏 박스에 갔다. 우리 동네 박스는 바벨을 쓰지 않는 ‘부트캠프’와 일반 크로스핏 와드를 따로 운영하는데, 운동 종목이 다르다 보니 와드 두 개를 연속으로 뛰고 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크로스핏을 빠지면 그게 또 아까워 토요일 와드를 하러 갔다. 일요일 오후에는 다른 일정이 없으면 라이딩을 나갔다. 두꺼운 타이어의 MTB로 천변을 돌며 남들 로드만큼 빠르게 타겠다고 애를 썼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 언젠가는 몸에 탈이 나리라 예상은 했다. 라이딩으로 시큰해진 무릎으로 바벨 스쿼트를 했다. 지난봄에 덤벨 동작을 잘못해 왼쪽 어깨에 이두건염이 생겼지만, 제대로 쉬어주지 않은 채 강도만 낮추어 운동을 하다가 매번 삐끗거렸다. 어릴 적 부모님이 넣어주신 실비보험 덕분에 동네 정형외과 단골이 되었다. 갈 때마다 매번 부위가 달라지니 의사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민망함에 웃음이 나왔고, 물리치료사와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본래 몸이 약한 편이라 조절해야겠다 자각은 하던 참이었다. 적어도 앞으로는 2 연속 와드는 안 뛰려고 했다.


그러다가 정말 큰 사고가 났다. 와드 때는 아니고 와드 직후 난 사고였다. 와드는 가볍고 안전하게 했는데, 샤워 후 바닥에서 미끄러졌다. 어깨가 먼저 샤워실 턱에 부딪혔고 서서히 머리가 바닥에 가까워졌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면서 곧 크게 다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별개로 내 몸은 통제할 수 없었다. 귀에 삐이익 하는 소리가 들리며 머리가 바닥에 닿았다. 


샤워실엔 나밖에 없었다. 함부로 일어났다가는 또 쓰러질 수 있었다. 의식이라도 잃으면 한참 있다 벌거벗은 채로 발견될 것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괜찮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어나 왼손으로 간신히 몸을 닦았다. 오른손을 들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오른편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거울로 확인하니 어깨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출근은 해야 하니 버스는 탔는데, 귀가 계속 먹먹하고 어지러웠다. 어지러움보다 불안감이 커질 즈음 핸드폰으로 뇌진탕을 검색하며 후유증이 남지 않을지 찾아보았다. 출근 후 회사 클리닉에 갔다. 계단을 올라가고 복도를 걷는 일조차 힘들었다. 다행히 혈압도 정상이었고, 외상 말고는 내부에서 심한 출혈이 난 것 같지는 않다는 진다을 받았다. 액땜한 것으로 생각하라며 소염제를 처방받았다. 


큰 사고가 아니었다는데 안도한 다음부터는, 당분간 운동을 못하게 된 점이 아쉬웠다. 적어도 크로스핏은 최소 2주는 쉬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막 스트릭트 풀업이 되고, 키핑 풀업으로 와드를 하게 된 참이었다. 약을 먹어야 하니 삼시 세 끼를 든든하게 먹어야 했다. 그러면서 운동은 못하니 나날이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간신히 키운 퍼포먼스가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액땜한 셈 치자고 마음을 가라앉히기까지 닷새 걸렸다. 지금 다치지 않았다면 언젠가 과하게 운동하다 몸이 더 크게 상했을지도 모른다. 이두건염이 안 낫는 반대편 왼쪽 어깨도 쉴 시간이 필요했다.


다치고 닷새 째의 오른쪽 어깨


오늘로 다친 지 딱 2주다. 오른쪽 어깨의 멍은 점점 넓어지다 희미해졌다. 영원히 아무것도 못 들까 봐 조마조마했던 오른팔도 일주일이 지나니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어졌다. 부상 후 일주일째부터 자전거를 다시 탔다 (얌전히 있어야 했지만 재택근무를 하며 몸이 너무 찌뿌둥했다). 엊그제는 철봉에 매달려보았다. 턱걸이 한 개는 되었다. 조금만 연습하면 본 상태로 바로 돌아올 것 같았다. 아쉽게도 왼쪽 어깨의 이두건염은 낫지 않았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더 건강한, 원래 나의 상태로 거의 돌아왔다.


최순실보다 무서운 근손실이라고, 운동하는 사람들은 운동 쉬기가 무섭다. 강해지는 제 모습에 뿌듯한 만큼 운동하지 않는 시간이 아까워진다. 자칫하면 건강해지자고 시작한 운동에 몸이 망가진다. 이전 크로스핏 박스에서는 가장 열심히 운동하던 분이 허리디스크로 운동을 접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손목이 낫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마저도 이전만큼 멀쩡하지는 않다. 어깨도 비슷한 꼴이 나고 있다. 모든 일이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번 액땜으로 몸이 쉴 시간을 얻었다.


오른쪽 어깨에 붉은 멍이 남았고, 왼쪽 어깨도 아직 낫지 않았다. 고막 안으로 피가 찼다는 귀도 여전히 먹먹하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격한 운동을 할 상태는 아니다. 여유를 갖고 충분히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겠다. 운동은 조심히, 와드도 욕심 안 내고 해야겠다. 적어도 다음 주까지는.


<맨즈 헬스 홈닥터>에서 읽은 유쾌한 결론.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일 운동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