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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Oct 03. 2021

역도와 필라테스의 공통점

다섯 시간 역도 소감

역도반에 등록했다. 어제까지 두 번의 수업 동안  자세 연습만 했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바벨을 정강이에서 허리까지 올리는 ‘클린 데드리프트(퍼스트 풀)’ 자세를 두 시간동안 반복했다. 다행히 코치님 눈에 클린 데드리프트 자세가 흡족했는지 두 번째 수업만에 다음 자세로 넘어갔다. 바벨을 허리에서 어깨로 올리는 세컨드 풀에서 랙 포지션 자세까지였다. 한 시간 넘게 바벨만 넘기는 것도 고역이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전완근만 털렸다.


영어 표현을 빌려서, 나에게 역도는 세상 모든 운동을 다 섭렵한 후 마지막에 배울 종목이었다. 단순하고 지루하고 위험해 보였다. 크로스핏하다가 손목을 다친 것도 역도 동작 때문이었다. 3년 전, 내 왼쪽 손목은 '클러스터-스내치-프론트 스쿼트'로 망가졌다. 이제는 손목 보호대 없이도 버피 열 개는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그래도 와드에 역도가 나오면 욕심내지 않고 가장 얇은 플레이트만 바벨에 끼운다. 파워리프팅이나 체조 동작에 비해 역도 동작이 유난히 약하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불만 없이 잘하고 있었다.


그러다 석 달 후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이사갈 집 주변에도 크로스핏 박스가 있긴 다. 그곳이 어떤지는 가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코치가 잘 가르쳐줄지 확신을 못하겠다. 혼자 어설프게 역도 동작을 하다가 또 다칠까 불안해졌다. 마침 크로스핏 박스에서 역도 수업 인원을 추가 모집했다. 이사 가기 전까지 자세만 제대로 배우자는 마음으로 등록했다. 크로스핏을 오래 하면서 박스 고인물들과 친해졌다. 이들이 다들 역도를 배우고 있어 덩달아 신청한 것도 있었다.


역도 수업은 크로스핏 코치님이 주말 시간에 진행한다. 수강생은 열 명이 채 안 된다. 나처럼 자세 배우는 초보가 절반, 자세를 익히고 본격적으로 무게를 드는 사람이 절반쯤 된다. 같은 동작만 하다가 지쳐 무게 드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두세 명이 조를 짜서 똑같은 역도 동작을 번갈아 했다. 자신이 쉬는 동안 파트너의 동작을 보며 응원하는, 하다보면 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그런지 역도장이 비는 시간에 수강생들끼리 역도 번개를 열기도 했다. 지난주에 처음 두 시간 수업을 들었는데 그주 수요일에 번개에 끌려왔다. 할 수 있는 자세라야 클린 데드리프트뿐인데도 회원분이 자세를 봐주었다. 운동인들이란. 고마운 일이다.


수업 두 시간에 연습 한 시간, 총합 다섯 시간 역도를 배웠다. 오늘날 공인 역도 동작은 용상과 인상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쪼개고 쪼갠 세부 자세만 조금 익혔다. 느끼건대, 역도는 필라테스와 비슷했다.


1. 자세를 잡는데 신경 쓸 요소가 많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가 무너진다.

2. 1의 이유로 내 자세가 맞는지 자신이 없다.

3. 그래도 계속하면 코치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준다. 여전히 나는 내가 뭘 잘했는지 알 수 없다.

4. 그럼에도 한참 하면 늘 것이다. 그때쯤 되면 자신보다 코치님 보는 눈이 더 좋았구나 어렴풋이 깨달을 것이다.


4번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필라테스를 1년 하며 느낀 점이다. 역도도 꾸준히 하면 똑같이 느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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