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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Aug 31. 2019

취미운동으로 가는 문턱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운동을 취미로 삼기는 어렵다. 웨이트리프팅은 혼자 시작해서는 안 될 운동이다. 달리기도 처음 뛰는 사람에게는 관절에 무리를 준다. 아무 기구 없이 할 수 있다는 플랭크조차 코어에 힘이 없으면 자세가 뒤틀린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마음도 괴롭고 몸도 힘들지만, 문턱을 넘고 나면 웨이트나 달리기는 물론 플랭크조차 즐길 거리로 거듭난다. 


9월 첫날 아디다스 마이런을 뛰기로 한 친구가 있다. 한참 운동에 빠져 있다. 월수금 저녁에 크로스핏을 하는 것도 모자라 헬스를 끊어 주말과 목요일에 운동을 하러 간다. 개강하면 운동할 시간이 줄어들 테니 교양 체육 수업만 세 개를 신청했단다. 2주에 한 번씩 인바디를 찍으며 동기 부여를 한다. 아무도 자신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나조차도 그가 운동에 빠지리라곤 생각한 적 없었다.


그 친구에게 재미있는 일화를 들었다. 친구가 듣는 교양 체육 수업 중 하나는 에어로빅이다. 동아리 친구와 함께 듣기로 했단다. 월요일 오후 다섯 시에 수업을 하는 터라 끝나자마자 크로스핏을 하러 가야 한다. 크로스핏 동료들에게 월요일은 운동을 두 배로 하니 힘이 떨어지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차 없는 동료들은 에어로빅은 운동이 아니라 약간 긴 워밍업일 뿐이라 답했다. 수업을 같이 듣는 동아리 친구는 드디어 일주일에 한 번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고 뿌듯해했다는데.


운동의 문턱을 넘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시각 차이다. 동아리 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에어로빅 수업을 듣고서 종강 후에도 에어로빅을 즐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운동을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이에게조차 취미 운동가가 되는 문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나는 문턱을 넘은 사람이다. 나도 내 친구만큼이나 운동을 즐겁게 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운동이라고는 체육 수행평가가 전부였다. 가끔 하는 피구 경기에서조차 공이 안 오는 모서리에 서서 한담을 나누었다. 그만큼 둔하고 움직이기 싫어했다. 철이 들면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동아리 친구처럼 한 학기 교양 체육 이상 가지 못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배운 계기는 회사에서 제공한 PT였다. 실험쟁이도 어엿한 근골격계 질환 위험군이다 보니 복지 차원에서 PT 신청자를 받았다. 이중 무작위로 여덟 명을 골라 두 달간 무료 PT를 해주었다. 여덟 명 중 인바디 변화 폭이 제일 큰 사람에게는 PT를 두 달 추가로 연장해주었다. 몇 번 시도 끝에 당첨이 되어 만난 트레이너 선생님은 현직 보디빌더에 클레오파트라 머리가 잘 어울리는 분이셨다. 클레오파트라만큼이나 엄한 분이셨기에 다음 두 달 PT도 거머쥐었다. 이왕 운동 배우는 김에 제대로 익히고 싶었다. 다음 두 달은 자비로 PT를 끊어 총 6개월 PT를 받았다. PT를 마치고 보니 스스로 운동 스케줄을 짤 수 있었고, 헬스장에서 하는 서킷 트레이닝 GX도 따라 할 만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무거운 무게를 들었을 때, 일주일 전만 해도 안 되던 동작이 불현듯 될 때 운동은 재미있다. 하지만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려면 기본기가 필요하다. 경험으로 비추어보건대 운동을 시작할 때는 가르치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운동을 혼자 시작하면 사고가 나거나 포기하기 쉽다. 평소에 아무리 활동량이 많았든 운동을 시작하면 평소보다 몸을 더 혹사시킨다.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제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느끼기 어렵다. 이럴 때 해본 적 없는 동작을 하면 잘못된 자세가 나오기 쉽다. 맨몸 스쿼트 동작은 가슴을 똑바로 들고 무게중심을 뒤꿈치에 두며 내려가야 한다. PT를 하면서 내가 내려가는 동작에서 가슴을 세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PT 선생님은 벽 가까이에서 벽을 보며 스쿼트를 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스스로 알고 있다 생각한 동작이었는데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었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운동은 마음에도 위험하다. 잘못된 동작으로 시작한 운동은 늘지 않는다. 성장할 기미가 안 보이면 조급한 마음에 포기하고 싶어 진다. 짧게 하고 그만두는 것은 안 하느니 못하다. 좌절 횟수가 늘수록 운동과 멀어진다. 어차피 실패할 일을 다시 할 만큼 마음이 강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 보고 있을 때 힘이 나온다. 평소에 쌀 한 포대도 들지 못한 어머니가 아이가 차에 손이 깔린 상황에서는 차를 들어 올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호르몬 덕분에 위급한 상황이거나 긴장할 때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다. 부담과 긴장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게 만들고 달리다 지쳐 쉬는 구간을 없애버린다. 운동에 재미를 붙인 후에는 누가 보지 않아도 온 힘을 다해 운동에 집중할 줄 알게 되지만, 그 전 단계에서는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낼 원동력인 감독이 필요하다.


여유가 있다면 PT가 괜찮다. 혼자 운동을 하는 목적이면 2-3개월이면 충분하다. 크로스핏도 좋다. 앞서 말한 운동에 빠진 친구도 크로스핏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코치가 와드(매일 바뀌는 크로스핏 운동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작을 가르쳐주고 와드 중간중간 자세를 봐준다. 여럿이 하는 운동 동호회도 좋다. 운동 동호회는 새로 온 사람을 반기기 마련이다. 몇 달 몇 년 후 반기는 입장이 되어 새로 올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면 성공이다. 단기 수업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들어야 한다. 수업 하나로 문턱을 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운동을 다시 할 때 문턱을 넘을 발판이 된다. 


그리고 이런 행사도 좋다. 10km걷기부터 스파르탄 레이스까지 해마다 체육 행사도 많다. 발을 내딛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엘리트 체육인이 아닌 이상 우리는 어차피 취미운동가다. 운동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어도, 몸이 말랑말랑하던 어린 시절에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운동은 모두에게 평생 취미로 열려 있다. 돈을 들이고 시간을 써서 문턱을 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이 있는 삶은 즐겁다. 운동 자체도 재미있고 운동으로 바뀌는 몸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심지어 폼롤러와 단백질 보조제의 세계조차 구경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 문턱은 높지만 너머에는 평범하고 오래가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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