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텐션의 본질, 그리고 코호트 분석으로 풀어보기
리텐션이 뭔데 그렇게 중요하다는 거지? 각종 사업 지표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을 때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리텐션이라고 본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리텐션이 중요한가에 대해서 고찰해볼 필요가 가 있었다. 그러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분석하면서 리텐션은 결국 시간을 사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넷플릭스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월 1만 7천 원을 내는 건 영상 콘텐츠를 사는 게 아니다. 퇴근 후의 2시간, 주말 오후의 여유로운 시간을 넷플릭스에 팔고 있는 거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도 마찬가지다. 4,900원이라는 구독료는 사용자의 일상 속 시간을 네이버 생태계 안에 묶어두기 위한 투자다.
그렇다면 어떤 사용자가, 왜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까? 이걸 알아내는 방법이 바로 코호트 분석이다.
집계 지표는 결과만 보여준다.
이번 달 MAU 1,000만이 돌파했다면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왜 1,000만이 됐는지는 모른다. 신규 유입이 폭발한 건지, 기존 사용자가 잘 유지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더 중요한 건, 누가 남고 누가 떠났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코호트 분석은 다르다. 사용자를 특정 기준으로 묶어서 추적한다.
가입 코호트는 1월에 가입한 사용자와 2월에 가입한 사용자를 나눠서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 그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1월 가입자의 3개월 후 잔존율이 40%인데 2월 가입자는 25%라면? 2월에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다.
행동 코호트는 특정 기능을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다. 네이버플러스로 치면, 첫 달에 네이버페이 적립을 3회 이상 받은 사용자와 한 번도 못 받은 사용자의 잔존율 차이를 보는 거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원인을 알아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가입 코호트 분석 예시다.
(AI 활용해 만든 가상 지표이며, AI로 생성해 만든 이미지임을 밝힌다.)
가상의 표를 예시로 들면, 3월 코호트의 잔존율이 유독 높다. 왜일까? 3월에 진행한 프로모션이 효과적이었는지, 특정 채널에서 유입된 사용자의 품질이 좋았는지 파고들어야 한다. 반면 2월 코호트는 초기부터 이탈이 심하다. 온보딩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엔 행동 코호트 분석 예시다.
(AI 활용해 만든 가상 지표이며, AI로 생성해 만든 이미지임을 밝힌다.)
코호트 분석을 하면 숫자로 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짚을 수 있다. 가상의 표를 예시로 들면, 첫 달에 혜택을 체감한 사용자와 그렇지 못한 사용자의 잔존율 차이는 압도적이다. 네이버페이 적립을 3회 이상 받은 그룹은 6개월 후에도 54%가 남아있지만, 한 번도 못 받은 그룹은 12%만 남는다. 무료배송 혜택도 마찬가지다.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건 하나다. 온보딩 단계에서 혜택 체험을 유도하는 게 리텐션의 핵심이다.
수업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배웠다. 어떤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분석한 결과, 첫 주에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사용자의 3개월 후 유지율이 65%였다. 반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 않은 사용자는 15%. 4배가 넘는 차이다.
이 지점을 아하 모먼트(Aha Moment)라고 부른다. 사용자가 이 서비스 괜찮네라고 느끼는 순간. 제품의 핵심 가치를 체험하는 순간.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아하 모먼트는 뭘까? 내 가설은 이렇다.
혜택이 구독료보다 크다고 체감하는 순간.
첫 달에 네이버쇼핑에서 무료배송 3번, 네이버페이 적립 5천 원 이상을 경험한 사용자. 이 사람들은 4,900원 내고 이 정도 받으면 이득이네라고 느낀다. 그 순간, 이 사람의 쇼핑 시간은 네이버에 고정된다.
반대로 첫 달에 혜택을 거의 못 받은 사용자는? 다음 달 구독 갱신 때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호트를 추적하면 리텐션 곡선이 나온다. 이 곡선의 모양이 제품의 건강 상태를 보여준다.
초기 급감기는 가입 후 첫 주에서 첫 달 사이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탈하는 구간이다. 이 시기에 사용자가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그냥 떠난다. 온보딩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안정화 구간은 곡선이 평평해지는 지점이다. 이 사용자들은 제품이 일상에 스며든 사람들이다. 습관이 된 것이다. 이 구간이 높은 수준에서 평평해질수록 강력한 PMF(Product-Market Fit)를 확보한 거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노리는 건 결국 이거다.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 이 모든 서비스에서 조금씩 혜택을 주면서 사용자의 생활 전반에 스며든다. 검색하다가 쇼핑하고, 쇼핑하다가 결제하고, 결제하다가 적립받고. 이 사이클이 돌기 시작하면 사용자는 네이버 생태계를 떠나기 어려워진다.
네이버 같은 플랫폼은 단순한 시간 기반 분석으론 부족하다. 다차원 코호트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 네이버플러스 구독 회원 중 쇼핑과 페이와 웹툰을 모두 사용하는 코호트
2) 쇼핑과 페이만 사용하는 코호트처럼 서비스 조합별로 분석하면
이런 조합으로 분석하면 어떤 혜택 조합이 사용자를 가장 강하게 붙잡는지 알 수 있다.
아래는 다차원 코호트 분석의 예시다. (AI 활용해 만든 가상 지표이며, AI로 생성해 만든 이미지임을 밝힌다.)
가상의 표를 예시로 들면, 3개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코호트의 잔존율이 82%로 가장 높다. 단일 서비스만 쓰는 코호트와 비교하면 거의 2배 차이다. 이게 생태계 락인의 힘이다.
더 나아가, 네이버 생태계에 사용자를 락인시켰으니,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플랫폼의 지표로 함께 확인해봐야 한다.
1)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활성 이용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네이버쇼핑을 쓰던 사용자가 네이버웹툰도 쓰기 시작하는지
2) 하나의 서비스에서 시작한 시간이 다른 서비스로 확장되는지
3) 검색에서 쇼핑으로, 쇼핑에서 페이로, 페이에서 콘텐츠로, 다시 검색으로 이어지는지
위 같은 현상이 관측되면, 사용자의 하루 중 상당 부분이 네이버 안에서 소비되었다는 뜻이다.
PMF를 향상시킨다는 건 고객이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그들의 시간을 성공적으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1) 쿠팡로켓배송이 있는데 네이버쇼핑을 쓰는 이유.
2) 유튜브가 있는데 네이버웹툰을 보는 이유.
3) 페이코가 있는데 네이버페이를 쓰는 이유.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코호트 분석은 그 증명의 도구다.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라는 말이었다.
전체 리텐션이 30%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 어떤 코호트는 70%이고 어떤 코호트는 10%일 수 있다. 70%짜리 코호트의 특징을 찾아서 10%짜리 코호트에 적용하면 전체 리텐션은 올라간다.
또 하나, 선제적 이탈 관리. 사용자가 떠난 다음에 왜 떠났지? 분석하는 건 늦다.
세션 빈도가 줄고, 핵심 기능 사용이 감소하고, 로그인 간격이 길어지는 조기 경고 신호를 코호트별로 포착해 고객이 떠나기 전에 잡아야 한다.
PM이 되면 이런 분석을 직접 하게 될 거다.
리텐션은 숫자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코호트 분석이라는 점과 코호트 분석을 위해 고객의 입장에서 계속 계속 생각해보는 연습을 반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