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부대는 오늘도 달린다
누군가의 비움은 누군가에겐 채움이 된다
육아하면서 보낸 나의 30대의 기분을 표현하자면….
음...
코르크 마개가 입구를 꽉 틀어막고 있어
절대 맛 볼수 없는 포도주 병.
그것도 바람에 실려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중이었다.
매일 나에게 딱 붙어있는
아이 둘과 시작되는 똑같은 하루!
같은 회 뽀로로만 수만 차례 봤을까….
말은 당연히 어눌해지고 나는 ”유아 어른“이라는
신인류가 되었다.
그래도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같은 인간 딱 한 명만
보자고 하염없이 신랑을 기다린다.
느지막이 들어온 애 아빠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내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카톡에서 나와 비슷한
유모차 부대인 육아 맘들과 신세 한탄을 하며
내일 하루를 때우기 위한 약속을 한다.
신도시에 지어진 모습이 똑같은 아파트처럼
육아의 세계에 들어온 우리는 똑같은 열병을 앓았다.
“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
”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서로 수다 장전하고 억울한 거 외로운 거
연예인 가십거리 하나 가득 챙겨 만나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세계, 애 엄마 토크 시대가 열린다.
순진하게 내 차례를 기다렸다가는
입 한번 뻥긋 못하고 수다 폭격을 세차게 얻어맞는다.
그런 밤은 어김없이 두통약을 한 움큼 먹어야 잘 수 있다.
항상 우르르르 여럿 몰려다니다 보니 또 눈치 싸움이다.
살벌한 예능 토크쇼처럼 우리는 말하는 사람을 보며
숨죽이며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찾는다.
듣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내가 살고 보자고
답답한 마음을 말로 쏟아내고 찾아오는 해방감을 위해….
거침없이 토크쇼에 참전한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의 비움은 누군가에겐 채움이 된다.
듣는 이 하나 없는 수억 개의 말들이 공중분해되고
기억되지 않는 가벼움을 동반한 채 또 사라지고...
몇몇 힘이 센 말들은 수증기가 되어 자국을 남긴다.
말이 돌고 돌아…. 말실수가 되고….
뇌를 거치지 않고 배설된 말들이….
결국,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그 무렵부터였나 보다.
내 말을 지켜주고 싶다.
내 말이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스멀스멀 이런 바람들이 나의 뇌 속에
스며들기 시작한 순간이….
그리고 참 오래도 걸렸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조금의 여유가 생긴
마흔 줄에 들어서면서 나는 비로소
그 오래전 선언 같았던 마음의 결의를 실행했다.
글쓰기.
때론 마음의 배설을, 때론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수다 같은 나의 말들이 모여 글이 되는 기적.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도 나의 소소한 일상들을
하나씩 주워 담아 글을 짓는다
나는 저벅저벅 앞을 향해 걷는다.
특별할 거 없는 내 주변의 흩어진 것들이
새록새록 가치 있는 것이 되어 수면 위에 떠오르면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아, 참 좋다~
글쓰기 정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