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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별빛 Dec 17. 2020

그렇게 규칙을 잘 지켜요?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너지고 역시 돈보다 무서운 건 없다.


소신껏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닌 건 아니라고

뚝심 있게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

나는 줄곳 무리 지어 있는 곳에서 어떤 판단을 할 때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다.

사실 이런 행동은 어떤 분란도 초래하지 않는

둥글둥글하고 온순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절대 튀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가장 무난한 수많은 머릿수 중 하나가 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동이 그 무리의
도덕성과 윤리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그 일이 옳은 행동일 땐 문제가 아닌데
다 함께 규칙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
행동하게 될 때다.

'당기시오'라고 쓰여있는 식당 문을 모두가 밀고 있다면
똑똑히 빨간 글씨로 '당기시오'를 봤지만
나 또한 자연스럽게 밀고 있다.

또 아주 흔한 예로는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다.
파란불이 수차례 깜빡이다 급박하게 넘어간 빨간불을
인지했음에도 사람들이  행렬에  슬쩍 껴 걷는다.
파란 신호를 받은 자동차만이 어쩔 수 없다는
짜증 나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개인의 불법은 지탄받지만 다수의 불법에는
참 관대한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 특정 지어 짚어낼 수 없을 땐
규칙은 힘을 잃고 집단행동이 묵인되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나 혼자 규칙을 따르고 옳은 일이라 판단해
조금 돌아가는 수고를 했을 때

" 인생 거 되게 빡빡하게 사네.."
" 좋은 게 좋은 거지. 이 꽉 막힌 사람 같으니..

규칙이 어긋나는 일일지라도
같은 행동을 따라 하지 않을 땐 마치 무리에서

이탈되는 느낌, 노란색 티를 똑같이 입고 있는

공동체 집단에서 나만 파란색 옷을 입은 느낌이다.

이렇게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너진다
올곧은 성격이 팍팍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옳은 일에 길을 잃었을까.




호주는 벌금이 정말 세다.
사람들의 자율적인 의지와 행동을 지지하기보단
조용히 어마어마한 벌금을 매기므로
사회질서를 유지한다.

대표적인 예가 선거의 의무를 행하지 않을 
벌금형을 때리는 거다.

캠페인으로 투표를 장려하는 한국에서 볼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이지만
호주는 워낙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이런 강력한 규제가 때때론 필요하다.


그리고 코로나 락다운 때 멜버른은
호주 벌금 역사의 정점을 찍었다.


당시,  9913불(800만 원)의 버금가는 벌금을 맞은

사람의 뉴스 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자기  주변에는 맛있는 커피가 없다며 단골 커피숍에

갔던 한 여성은 집에서  5킬로 밖으로 나간

거리제한에 걸려  벌금,  
저녁 8시 통금시간을 어겨도 벌금,


Worker Permit (일 할 수 있는 허가서)

지참하지 않아서 벌금 ,

자동차 안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동승했는데 마스크 쓰지 않아 벌금.

이 사례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우리 신랑이 바로 200불 (166,000원)

벌금의 주인공이니까.


총 35만 건이 넘는  COVID 위반사례가

적자 난 국가 세금을 메꾸고 있었다.


규칙이 지배되는 락다운 기간 동안

사복경찰로 위장해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매기고 친구 집에 놀러 간 사람들을

불시 검문해 벌금을 때리고 ,
벌금에 의한 벌금을 위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일상이 무너지고 평범한 것이
특별해지는 이상한 나나들이었다.

왜 사람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벌금으로 사람을 구속하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어찌 되었건  4개월가량의 멜버른 락다운은

코로나 확진자 0명이라는
청정 숫자를 기어코 이루어냈다.

고공 행진하는 코로나 확진을 잡지 못해
타 지역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결국 락다운이라는 도시 봉쇄 끝에 얻은
지금의 결과에 어마 무시한 벌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요즘 미국 사람들이 코로나 청정지역인
호주로 이민 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알려나.

호주 멜버른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한순간 때려잡은 건
높은 시민의식도
자가격리를 통한 양심적인 행동도 아닌
어마 무시한 벌금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시
돈보다 무서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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