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발병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다시 멜버른 락다운이 시작됐다.5일간 시행될 스테이지 4단계. 오늘 그 첫날, 거리에 사람이 없다.
M1 고속도로도 듬성듬성 차가 다닐 뿐이다 날씨가 흐리다. 찌뿌둥한 몸을 쭉쭉 뻗어 스트레칭을 했다. 런데이 챌린지 앱을 켜고 몇 분 달렸을까.
빗방울이 머리 위로 툭툭떨어졌다.
운동화 뒤꿈치에서 튀긴 빗물이 다리 위를 적셨다.
문득, 오래전 서프라이즈에서 보았던
마라톤 선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스웨덴의 '미카엘 에크발'은 2km 지점부터 배가 아파 일촉즉발에 상황을 견디다 그대로 설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레이스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설사는
바지 아래로 흘러 그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 설사 사고는 세상에서 가장 창피한 사진으로 인터넷에 온종일 도배됐고 그는 '똥 싼 남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세상에 조롱거리가 된 그에게 기자가 물었다
"대체 왜 레이스를 관두고 씻으러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거죠?"
그가 말했다 "한 번 멈추면 그다음, 또 그다음 또 그다음에도 멈추게 되기 쉽잖아요"
겨우 단 한번. 그 단 한 번의 타협이 스스로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의 허용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참 쉽지않은가
이후 그는 스웨덴 국가 대표가 됐고, 스웨덴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의 성공은 어쩜 당연한결과였다.그러나 열아홉 어린 나이에 그가 감당해야 할 세상의 끔찍한 조롱은 어마어마한 일이 었을것이다.그러나 그는 그런 시선에 힘주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달렸다.
지루하고 느릿하고 반복적인 나의 달리기
8주 런데이 챌린지가 단 두 번이 남았다.
오늘은 25분간을 달렸고,곧 30분을 논스톱으로 달리게
될 것이다.1분 달리고 1분 걷고 한주 지나 1분 30초 달리고 1분 걷고그렇게 25분을 달리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지루했고, 느릿했고, 참 반복적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이 헐떡헐떡 뛰는 나를 번번이 앞질렀다.이 정도 속도라면 잰걸음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다.아주 아주 느린 달리기. 종종종 짧은 보폭으로 나아가는 내 달리기는 매일 포기하고 끝까지 완료하지 않는내 습관에 대한 일종의 처방약이었다.
시간과 완성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그저 완주를 목표로 끝까지 해내는 것.바로 그것이 두 달 반이면 끝낼 수 있는 런데이 챌린지가 4개월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느려도 절대 포기만은 하지 않겠다는 집념. 해가 다 진 컴컴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꼴찌 참가자라도 끝까지 완주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집념.
이런굳건한 마음가짐이한 번의 유혹에도 쉽게 타협하지 않고 수많은 조롱의 눈동자 앞에서도 묵묵히 달려 나갈 수 있었던 그의 삶의 태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