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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별빛 Jun 23. 2022

호주 경찰은 왜 그렇게 무섭지?

앞집에 police가 들이닥쳤다.

경찰차 두대가 좁은 골목길을 꽉  메우더니 검은 워커 발로 성큼성큼 집으로 들어갔다. 가슴팍에 선명하게 새겨진 police라는 문구가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거실 커튼 사이로 빼꼼히 앞집을 엿보던 나는 잠시 후, 그들이 집 밖을 나와 맥스네 아빠 차를 여기저기 뒤지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것을 보았다.


무장한 호주 경찰은 왜 이다지도 무서운 걸까!

다시 말 나는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그 존재만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일까!


사실 인권이 살아있는 호주, 그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매년 1.2위를 다투는 멜버른에선 경찰은  어떤 이유에서든 장애인이나 약자에게 관대하다.


쇼핑센터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던

백인 여자를 기억한다.

먼발치에도 그녀는 지적장애가 있는 다운증후군 여성으로 보였다.  그 곁에는 기골이 장대한  위협적인 체구의 경찰 세명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덩치가 우람했던 경찰들도 그 여성 앞에선 순한 양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


그저 다소곳이 그녀를 달래는가 하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물병건네주며, 그녀가 어서 진정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사람들도 그 괴성의 실체를 확인하곤  아무 일 없는 듯 금세 그 소음 밖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범죄자들에게 만은 자비가 없다.

약에 취해 경찰을 공격하는 남성이 그 자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마치 연출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뉴스 헤드라인을 종일 장식했다.

이층 카페에 앉아  상황을 얼떨결에  촬영한 어느 남성의 놀라는 음성이 그대로 녹화된 2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이었다.


! 빵! 두발이었던가

가슴팍에 정확히 꽂히던 두발의 총알.


일촉즉발의 상황이 파악되기도 전에 범죄자로 보이는 남자가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미디어에 그대로 노출된 호주 경찰의 정당 방위성 살인은

어떤 주저함도 없어 보였다.


그 두 얼굴에 나는 본능적으로 얼어버렸나 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야누스의 가면 속으로

진짜 얼굴을 숨기는 호주 police의 감색 제복은  

이질감을 짙게 드리운다.

이 땅에 소수민족으로 뿌리내린 한국인,  

비영어권에서 온 이민 1세대인  이 거친 삶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너무 익숙해버린 탓도 있다


아직도 그들이 나를,  내 가족을 보호해줄까 라는

날이 선 의심이 그 두려움의 원천일 것이다.


공권력이 약자를 보호하고, 시민을 지켜주고,

사회 악을 처단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경찰의 의무와 본질을 떠올려본다.  

호주의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 속에서도

소수 인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찰이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총을 겨누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은  왠지,  큰 인형탈을 쓰고  밝게 손 흔들어주던

한국 경찰의 마스코트, 포돌이 포순이가 떠올라

나도 모를 쓴웃음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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