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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Jun 03. 2022

이웃사촌.

파크 슬로프에서 일 년.

국민학교 시절 (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입니다.) 복도가  아파트에 살았다. 방과 ,  동네 오빠, 언니, 동생들 모두 가방은 대충 던져두고 주차장 앞마당을 뛰어다니던 추억이 있다. 회사로 출근한 차들 뒤로 남은 하얀 테두리의 주차칸을  개를 고르고 남아있는 양끝의  두대를 거점 삼아 뛰어다니는 삼팔선이라고 불렀던 게임은 아직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고 만화 영화 시간이 되면 뛰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하나  올라간다. 조용해진 주차장은 아빠와 함께 돌아온 차들로 다시 자리를 는다.

 

9단지 아파트 앞 주차장의 어린 시절 나와 동생.


브루클린의 파크 슬로프로 이사온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만으로 5살이 되는 아인이는 올해 9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한국처럼 여기도 살고 있는 주소에 따라 학교가 배정되는데 도로 하나를 사이로 동네에서 가장 좋다는 학교에 배정받기 어렵게 되었다.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의 기준이라는 건 평가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 동네에서는 ps 321이라는 학교가 좋기로 유명하다. 도심 속에 있는 오래된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변의 다른 학교들에 비해 한 학년에 10반 정도로 전교 학생수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나와 남편이 다니던 학교보다 오래되었을 이 학교는 겉보기에는 일단 크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연말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잠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나보다 아이 교육이나 환경에 너그러운 듯한 남편이 시설이 너무 별로라며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


이사온지 일년이 되어 마침 렌트를 옮겨야 했다. 학교 건물은 차치하고 선생님과 프로그램이 좋다는 학교의 학군에 속하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브루클린에서의  보금자리였던 벽돌벽이 예뻤던 집에서 10블록 떨어진 곳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교길의 익숙한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3층에 있는 집이다. 걸어서 10 거리도  되는 곳으로 이사를 했는데 파크 슬로프의 중심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밖으로 학교를 오가는 친구들을 내다볼  있으니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동네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진다. 아인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나가는데  건물에 산다며 또래의 아이 둘이 있다는 엄마가 반겨준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거리에 동네 사람들이 자주 모인다며 우리  벨을 누를 테니 내려오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이를 먼저 학교에 데려주고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 중인 아인이 학교 엄마와도 지나친다. 갑자기 이웃들이 많이 생긴  같아 든든한 기분이다.

아빠와 아인이의 등교길.

건물 1층에는 파크 슬로프 에일 하우스라고 불리는 펍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사  기념으로 인사하러 갔저니 환영한다며 맥주를 하나씩 서비스로 주었다. 우리 바로 윗집에는 아인이 또래의 여자아이와  동생이 살고 있는데 어느 주말엔 오늘 생일 파티가 있으니 시간이 있으면 올라오라고 해서  집에 갑자기 올라가서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이사  지도 3. 어느새 봄이 성큼 와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의  봉오리가 어느덧 꽃을 피우고 있다. 금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아래에서 맥주 한잔 하려고 내려갔는데 웬걸 우리 윗집 가족, 저번에 만났던  건물의 가족,    건물의 가족, 그리고 근처 이웃들이 잔뜩 모여 맥주도 마시고 아이들은 거리에서 뛰어놀며 벌써 북적북적 즐거운 금요일 저녁을 시작하고 있다. 아인이는 금방 언니  명을 쪼로로 따라가 놀기 시작했고 나도 주변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의 1층에는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조경가가 산다고 했다. 지금은 여행 중이니 다음에  만나보라고 다른 이웃이 언지해주었다.  위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금방 나온 신간인 그림책을 가지고 나와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나중에 들어와서 보니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였다. 다음에 사인이라도 받아야겠다.  아래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갔다가 갑자기 그림책도 하나 생기고 이웃 친구들도 생기고 아인이에게는 언니 동생들이 생겼다. 남편이랑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인이 내려보내 놓고   되었다고 부르면 아인이가 알아서 올라오는건가?”

봄을 맞이하는 집 앞 가로수.

어릴  생각이 다시금 난다. 엄마가 일이 있으실 때면 옆집이나 아랫집에 잠시 가서 놀고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과 뛰어놀던 앞마당 주차장, 정원, 놀이터는 물론, 아파트 복도에서도 자주 여 놀았다. 복도 물청소를  때면 수영복을 입고 나와 찰랑거리는 물바다를 기어 다녔던 기억, 어느 시기엔 병아리와 토끼가 뛰어다니던 복도, 어렴풋하지만 따뜻하고 기억이다. 새로운 , 그리고 학교와 동네에서 아인이가 따뜻한 어린 기억을 차곡차곡 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사하느라 힘들었지만 2주간 짐을 싸고 푸느라 손마디가 아프도록 일한 보람이 있다. (엄마가 맨날  손마디가 그렇게 아프다고 말하나 했는데 일을 많이 하면 정말 아프더라.) 브루클린에서 우리의 다음  년도 기대가 된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웃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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