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ler Aviation Museum / PALM
뮤지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트 뮤지엄 (Museum of Modern Art, Deyoung Museum) 이 아니어도 아이들을 위한 뮤지엄 (Childeren’s creativity Museum, Discovery Museum, Randall Museum, Palo Alto Junior Museum), 특별한 주제가 있는 뮤지엄 (Ice cream Museum, Disney Museum, Hiller Aviation Museum)등 주변을 둘러보면 뮤지엄이라고 불리는 곳이 많이 있다. 공원과 달리 대부분 돈을 내고 입장해야 하고 특별한 테마가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공원처럼 대중이 모여 편안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는 결을 같이 한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밖에서 꼭 놀아야만 하는 주말이 아니라면 우리는 미술관이나 뮤지엄에 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에 긍정적인 자극이 있는 콘텐츠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아이와 자주 뮤지엄을 찾는 이유이다. 개월 수에 상관없이 아기띠를 하고 유모차를 끌고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와 함께 뮤지엄에 많이 가기도 했고 생각보다 많은 곳이 뮤지엄으로 이름 붙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인이에게 뮤지엄은 주말마다 가는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되었고 놀이터만큼 흥미로운 곳이 되었다.
우리 이번 주말에 어디 갈까? 뮤지엄!
돌아보니 아인이가 걷기 시작하고부터 3개월에 한 번 꼴로 이미 다섯 번이나 샌프란시스코 모마에 다녀왔다. 모마뿐 아니라 다양한 뮤지엄에 갔지만 샌프란에서 가장 대표적인 아트 뮤지엄 중 하나기에 예로 들어본다. 실제로 주말에 갔던 곳 중에 두 번 이상 같은 장소에 간 적이 많지 않은데 (참고로 한 곳을 두 번 가기에는 아이와 가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최대한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나의 한두 해의 목표이다.) 한 장소에 다섯 번이면 많이 가기도 했다. 유명한 만큼 모마에는 아이와 어른이 관찰하고 경험하기에 다양한 콜렉션이 무궁무진하게 있다. 아직 만 나이로 3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참여 활동은 한계가 있어서 키즈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대신 아이와 함께 전시실을 걸어 다니며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외외로 제법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을 설명해주다 보면 내 나름대로 작품을 해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궁금해져서 나중에 작품 설명이나 작가에 대해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덕분에 외도치 않았지만 작가와 작품과 더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아이와 어떻게 뮤지엄에 가? 혹은 난 그림에는 관심이 없어. 관심 없는 주제야.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한 번쯤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가 없을 때 가봤던 뮤지엄을 다시 아이와 함께 방문하거나 그동안 궁금했던 뮤지엄에 방문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그래서 계획이 없던 어느 한 주말에 한 번쯤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항공 뮤지엄에 즉흥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베이 에어리아와 서부의 각 도시를 잇는 주요 고속도로인 101을 타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낮게 날아오르는 경비행기와 함께 자꾸만 눈에 띄는 항공 뮤지엄 (Hiller Aviation Museum)이 있다. 차를 타고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던 이 곳, 건물 앞까지 가까이 와서 주차를 하고 바라본 항공 뮤지엄의 첫인상은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밖에서 힐끔 들여다본 내부도 18불의 입장료를 내고 가기에는 조금 비싼 느낌이었다. 아인이와 둘이 들어갔다오라는 남편을 데리고 기대 반 의심반으로 항공 뮤지엄에 들어갔다. 입장료는 어른은 18불, 17세 이하의 아이들은 11불, 5세 미만의 아이들은 무료입장이다.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고 계신 할아버지께서 올리버를 소개해 주신다. 전시실 내부에서 올리버를 찾아보라는 작은 미션이 떨어졌다. 아인이에게 미션을 설명해준 뒤 전시실을 올려다본다. 헬리콥터, 전투기 등 커다란 비행기가 위아래, 좌우로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년 전에 헬리콥터의 선구자인 스탠리 힐러(Stanley Hiller)가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항공 뮤지엄. 헬리콥터를 만들고 각종 항공기들을 수집하던 그의 비전과 도전정신, 날고자 하는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과학과 기술이 초기 비행기부터 시작해 다양한 항공기들에 집약되어 있다. 그리고 전시 중간중간 직접 탑승해보거나 조정하며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서 비행기 착륙도 시도해보고 헬리콥터도 조종해 보았다. 조정에 실패하면 추락해서 망가지는 헬리콥터가 스크린에 보이는데 그 장면이 인상 혹은 충격적이었던지 아인이는 집에 와서 다음날까지도 헬리콥터를 탔는데 조정을 잘 못해서 망가졌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였다.
키즈 존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비행 테마로 꾸며져 있다. 장난감 낙하산을 바람을 따라 위로 올려 보낼 수 있는 실험 스테이션도 있고 연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 또한 있다. 주제가 항공, 과학, 기술, 인 뮤지엄인 만큼 주변 학교나 단체의 참여도도 높은 것 같은데 실제로 걸스카웃 몇 그룹의 투어가 진행 중이었고 개인적으로 들어가 볼 수 없는 전시 비행기에 투어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 그룹 투어, 캠프, 워크숍 등 아이들 관련 프로그램이 들이 다양하게 있다.
https://www.hiller.org/museum/special-programs/
신나게 구경하며 전시실을 한 바퀴 돌다가 조종사 옆에 앉아 있는 올리버를 찾았다. 입구의 할아버지를 찾아 올리버가 있던 전시물 번호를 이야기하니 선물로 낙하산을 타고 있는 작은 장난감을 주신다. 작은 선물이지만 아인이 뿐만 아이라 나에게도 재미있는 이벤트였고 전시실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뮤지엄이나 도서관등의 많은 공공기관에서 표를 검사하거나 관리하는 곳에 나이가 있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설명해주시고 맞아주시는 경우가 있다. 아마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일환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매우 좋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는 장소라는 점, 다양한 세대가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 작은 부분일지 모르겠지만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이것이 미국에서 대표적인 문화가 아닌가 싶다.
몇 주 지난 주말, 이번 주는 팔로알토 (스탠퍼드 대학교가 위치한 도시)에 있는 팔로알토 주니어 뮤지엄(Palo Alto Junior Museum- PAJM)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잠시 이전해 있어서 동물원은 잠시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 정보 정도만 가지고 갔는데 생각보다 콘텐츠가 새롭고 흥미로웠다. 전시물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거미나 나비 등의 곤충과 뱀, 쥐들 같은 작은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쥐, 뱀, 거미 등을 관찰할 수 있고 나비, 잠자리 등 지역 근처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종류의 곤충들이 채집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동물들을 구경하고 뮤지엄 안에 걸려 있는 동물들 옷을 둘러 입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두 번째는 에너지를 주제로 하여 수력, 바람, 태양에너지 등 그린에너지의 원리를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한 실험기 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키즈 파워라고 하여 아이들이 핸들을 돌리거나 공을 구멍에 넣으면 공이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는 기구였는데 아이들이 직접 조작할 수 있고 그 안에서 공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 함께 협동하여 공을 올리고 내리며 어울려 놀았다. 아인이도 전체 공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이런 실험 기구들은 몇 년 주기로 주제를 바꾸며 자체 제작하여 전시한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과학이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 흥미로운 것이며 자연스럽게 자연현상이나 원리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미션을 가지고 만들어져 개방되는 이 곳은 규모도 작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과학과 자연에 쉽게 접근하며 놀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작은 주니어 뮤지엄부터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항공 뮤지엄,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아트 뮤지엄까지 세상에는 뮤지엄이 너무나 다양하다. 아이와 뭐 할지 고민이 되는 주말이 있으면 주변의 뮤지엄들을 하나씩 방문해 보면 어떨까? 아기띠를 하고, 유모차를 끌고 가도 괜찮다. 전시되어 있는 것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도 괜찮다. 기프트샵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되고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여유를 부려도 괜찮다.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가 마음먹고 가는 곳이 아닌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즐길 수 있는 방문이 되었으면 한다. 또 한국에 다양한 주제의 뮤지엄이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곳에 다양하게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