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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Nov 25. 2019

허드슨 강변의 쉼터: Pier25 플레이그라운드

맨해튼 놀이터 탐험 시리즈 (2)

서울에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이 있다면...

맨해튼에는, 맨해튼을 끼고도는 허드슨강이 있다.


그리고 이 강변을 따라 항구와, 각종 공원, 하이웨이 등이 즐비한데... 오늘은, 그중에서 Lower manhattan에 위치한 Pier25 파크 공원 내의 놀이터를 살펴보려 한다.

Lower Manhattan에 위치한 Pier25 허드슨 리버파크

센트럴파크가 숲 속에서 뛰어노는 느낌을 선사한다면,

허드슨 강변에 있는 공원들과 놀이터들은 탁 트인 경치와 시원한 강바람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센트럴 파크의 헤셔 플레이그라운드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면...

오늘 살펴볼 허드슨 강변의 Pier25 놀이터는, 뉴욕에서 살면서 일상을 보내는 뉴요커 패밀리들을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들의 양육방식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자 이제부터, Timeout 매거진에서 선정한 뉴욕시 최고의 놀이터 중 하나로 뽑히기도 한 Pier25 놀이터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https://www.timeout.com/new-york-kids/things-to-do/25-best-playgrounds-in-new-york-city


놀이터 가는 길: 높은 접근도와 안전성

우선, Pier25를 포함한 허드슨 강변의 놀이터들은 모두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도 좋고, 아이들이 스쿠터나 스케이트 보드 등을 타고 접근하기에도 용이한 강변을 따라 쭉 놓인 길 바로 옆에 바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의 놀이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유모차를 끌고 가야 하는 경우라면, 놀이공간까지 가는 길이 평지인지, 길에 턱이 많지는 않은지, 여러 번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지... 등등 매우 사소한 요소에 따라서도 방문하는 빈도수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또한 이제 막 뛰어다니거나 스쿠터를 타고 달리길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라면 가는 길에 다른 위험요소(빨리 달리는 자전거, 전동 스쿠터 등등 )는 없는지 등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 강변 공원은 여러모로 매우 합격인 셈! 길의 폭이 많이 좁지도, 넓지도 않은 강가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놀이터를 만나게 되는지라 아이가 내 앞을 조금 앞서서 걷더라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대부분의 한강 놀이터나 서울 숲 놀이터 등을 떠올려 보았을 때 들어가서 조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야 놀이터를 만날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모든 시설 중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되는 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것이 바로 이 놀이터. 조금도 기다리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가장 가깝고 가장 빨리 다다를 수 있는 곳에 놀이터를 배치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는!


이 길 가 바로 옆에 위치한 놀이터. 사람들이 조깅이나 산책을 하는 길가 바로 옆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각자 또는 함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

우선, 이 놀이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영유아부터 좀 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아주아주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효율적으로 구획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단, 아래 그림을 기준으로 설명해 보자면...

* 물론, 실제 놀이터에는 이런 식으로 공간이 나뉘어 해당 영역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간단히 연령별로 주로 노는 공간의 위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인 점 참고 부탁드려요.

PIER 25 놀이터 구성도
Baby & Toddler zone
아주 작은 아이들(영유아)을 위한 블루존 (파란색 부분)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탐험'과 '안전' 이 두 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더 어린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더 높이가 낮거나, 모서리가 없는 시설이어야 하는 것은 필수인 동시에... 같은 놀이터에서 노는 더 큰 아이들에게 치이지 않고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체활동이 아주 기민하지 않은 약 만 4세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같은 놀이터 내에서 큰 아이들과 약간만 분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좀 더 안전해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부모의 품을 떠나 적어도 놀이터에서라도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바로 이러한 아이들의 연령이나 활동 수준에 따라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할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PIER 25 놀이터는 매우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파란색 : 영유아들이 주로 움직이는 동선/ 갈색 : 토들러 이상의 어린이들이 주로 움직이는 동선

그네와 같이 기구의 운영 범위 내에 아이들이 오가는 것이 위험한 경우는 아예 '영유아용 그네' 공간과 '유소아-초등학생용 그네' 공간을 펜스로 분리해 두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또한,  초등학생들이 활발히 뛰어노는 공간으로부터는 살짝 거리가 있고 영유아 그네 zone에서부터는 가까운 쪽에 영유아용 놀이 기구들을 비치하여 큰 아이들로부터 치이거나 다치지 않고 놀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동선이 형성된다. 그래서, 아주 작은 아이들은 [그네-모래놀이장-물놀이장-작은 미끄럼틀]로 이어지는 영유아들을 위한 범위 내에서 그들 나름의 신나는 세상 탐험을 시작한다. 

영유아들을 위한 키가 낮은 놀이터와 의자형 그네, 그리고 놀이 기구
Boys & Girls를 위한 공간 : 
신체활동이 활발한 조금 더 큰 어린이들을 위한 옐로 존(노란색 부분)

4세 이상으로 신체를 활발히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으며, 부모 손을 크게 필요치 않는 아이들의 경우 노란색으로 표기한 공간 내에서 자유로이 여러 가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다소 난이도가 있는 정글짐부터 다양한 형태의 철봉과 줄에 매달리고 기어올라볼 만한 놀이기구들까지 아이들이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여 도전해 볼만한 거리들이 가득하다. 이 놀이터를 수십 번을 갔는데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갈 때마다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의 키와 체력에 따라서 해 볼 수 있는 범위가 달라졌기 때문. 그에 따라 아이가 도전할 수 있는 범위도 달라졌기 때문에 매 번 새롭게 재미있고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워낙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 나이의 특성상 놀이터 전반에 놀 거리들이 전방위로 배치되어 있어 아이들이 쉴 새 없이 공간을 오가며 노는 것을 볼 수 있기도!

매달리고 도전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철봉과, 여럿이 힘을 합쳐서 돌릴 수 있는 원형기구
꽤 키가 높은 정글짐, 인공암벽에 매달리며 근력을 기르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는 아이들. 바닥은 모두 안전한 탄력재질로 되어있다.
통합 놀이공간, 핑크존 (분홍색 부분)

우선, 여름이면 운영하는 물놀이장. 그리고 사시사철 운영하는 모래 놀이터.

놀이터 자체가 외부인의 출입이나 동물(개/고양이)의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청결적인 면에서는 조금 더 안심하고 아이들을 놀게 놓아둘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가장 넓은 공간에 자리 잡은 물놀이장은, 놀이터를 방문하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공간!  벽 쪽의 높은 키의 물 바람개비나 스프링클러 쪽에서는 큰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한 편으로는 벤치가 길게 마련되어 있어 나무 그늘 아래서 바로 코 앞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볼 수 있고, 건너편 모래놀이 장에는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어 부모들에게도 쉼의 장소가 되어준다. 


'울타리와 안전문'으로 좀 더 안전하게, 그리고 좀 더 자유롭게!



대부분의 놀이터가 기본적으로 "울타리"와 "안전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 곳의 공공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 특히 레노베이션된 지 오래되지 않은 이 놀이터에서는(2018년 12월 레노베이션 완료), 맨해튼의 새로운 놀이터들에 적용하고 있는 가장 최신의 울타리와 안전문을 볼 수 있다. 

도심의 놀이터들이 이와 같은 시설을 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해칠 수 있는 외부 유해환경(아이가 없이 불순한 의도로 방문하는 성인, 동물 , 오염 등)으로부터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또한 동시에, 잠깐만 한눈을 돌려도 사라지는 아이들이 적어도 놀이터 외로 빠져나가 미아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Pier25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울타리는 어른 허리 정도의 높이까지 된 티타늄 철제 울타리가 놀이터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이 울타리를 나가기 위해서는 걸쇠가 있는 안전문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걸쇠는 문 바깥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보호자인 어른이 손을 문밖으로 넘겨 여는 것은 쉽지만 5-6세의 아이들이 직접 열기에는 어려운 구조.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이제 막 toddler 단계에 들어선 아이들이 열고 나가는 것은 상상불가다.


과거 주말에 한강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놀다가, 잠깐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 아이 때문에 정말 혼을 뺀 적이 있었다. 주말이라 인산인해인 놀이터였지만 동시에 놀이터 바로 옆의 공터나 도로에도 사람들이 넘쳐나던 그런 시간이었기에 당장 눈앞에 아이가 안보이자 정말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졌었다. 알고 보니 놀이터 큰 기구 뒤편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고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 었지만, 그 찰나에 얼마나 심장이 내려앉았는지는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 듯하다. 울타리가 없이 탁 트여있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놀이터였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아이를 누가 데려간 건 아니겠지' '다른 곳으로 걸어갔나...???' 같은 별별 걱정을 다 하며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이렇게 설치되어 있는 울타리가 놀이터 내의 아이의 안전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이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것 또한 이 울타리의 다른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아이가 이 놀이터 내에서 다른 곳으로 사라질 우려는 없다는 점 때문에 보호자들은 조금은 안심하고 그 안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아이 역시 한걸음 뒤에 늘 따라다니던 엄마가 조금은 더 떨어져서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자유로이 뛰어놀 수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인 편의 시설과 보호자를 위한 환경

아이들의 노는 곳에는 각종 스낵과 음료를 늘 구비하고 다니는 양육자들이지만, 한 가지 휴대가 불가능한 것이 바로 "화장실". Pier25 놀이터의 바로 정면에 마려된 공중화장실과 작은 매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센트럴파크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출입구 가까운 곳에 바로 위치하고 있는 이 곳 때문에, 갑작스러운 아이의 요청(?)에도 의연히 대처가 가능하다. 

좌측편의 놀이터 바로 건너편의 건물 (이미지 오른쪽)이 공중 화장실과 매점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보호자들의 쉬는 공간이 매우 충분하다는 점.

외벽이나 놀이터 울타리와 같은 잉여 공간과 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는 꼭 벤치를 만들어 두어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충분히 앉아서 쉴만한 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아주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깨알같이 이런 요소들을 반영하여 놀이터에 오는 모두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한국의 공공 놀이터들이 참고할만한 부분인 것 같다. 놀이터와 분리된 "정자" 형태의 쉼터를 만드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노는 곁에 앉아서 바로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부모도 아이도 더 편안할 테니!

물놀이장 가장자리의 벤치와, 철봉 근처의 나무 아래 쉼터
추가로... 아주 멋진 Photo spot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놀이터.

놀이터가 맨해튼의 아래쪽,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가까운 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끔 아이 사진을 찍어주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포함한 로워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바로 사진에 그대로 찍히는데, 이 또한 이 놀이터를 오가다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놀이터에서의 놀이가, 놀이터 밖으로 연장되는 곳.

Pier25 놀이터를 포함한, 허드슨 파크의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놀이터가 위치한 Pier25에서 아이들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볼 수 있다. 또한 놀이터 주변에 아이들을 위한 미니 골프장과 잔디구장이 이어지고 있어 놀이터를 나와서도 공원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놀이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콘서트일 때도 있고, 만들기일 때도 있고, 스토리타임일 때도 있는 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은 모두 허드슨 파크에서 주관하여 이루어진다. 

뉴요커들의 생생 육아 체험이 가능

과거 경험상... 실제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좋은 곳은 미드타운이 아닌  어퍼 웨스트나 이스트 근처의 센트럴 파크 놀이터 또는 맨해튼 하부의 다운타운의 곳곳에 위치한 놀이터가 훨씬 현지인의 비율이 높은 듯 하다. 즉, 우리가 이야기하는 "뉴요커"의 육아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나,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있었을 때 부모가 어떻게 관여하는지, 주로 아이들은 어떤 복장으로 놀이터에서 어떻게 뛰어노는지 등등을 관찰하다 보면... 한국과의 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중 바람직한 부분은 반영해 볼만한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나 또한 처음에 나도 이 곳으로 이사와 놀이터에서 머물고 관찰하면서... 내가 이 곳의 다른 부모들에 비해 아이에게 더 딱딱하고 무서운 어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또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먹는 스낵이나 입는 신발 등을 보며..'아, 저런 신발이 편하겠구나.' '내 아이에게 이런 스낵을 먹이면 되겠구나..'라는 작은 시장조사도 할 수 있었던 장소도 바로 놀이터였던 것 같다. 


그래서,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이 놀이터를 포함한 허드슨 강변의 놀이터들을 꼭 방문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이니!


놀이터 탐험 시리즈 (2)


* 본 글은, 브런치 북 "뉴욕에서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에 게재된 동일 제목의 글과 동일합니다. 

SEESAW 플레이 펀드를 통해 각국의 해외 특파원들이 업데이트 하는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매거진에도 공유되었던 내용으로,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부득이하게 매거진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매거진을 위해 복수 게재합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pickbysees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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