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대본부터
공연의 시작은 언제나 대본부터다.
다르게 표현하면 공연의 시작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모든 글은 어쨌든 무언가를 말한다.
그게 현실 재현이 되었던 작가의 의도 표현이 되었던.
나 같은 경우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꽤나 간단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로는 잘 안 나오니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형식이 내가 좋아하는 연극의 형식이었다.
내년 3월에 올리려 준비하는 연극 'a의 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의 일기'는 내가 살면서 두 번째로 쓴 장편 대본이다.
솔직하자면 원래 절대 비공개로 두려던 작품이었다.
'a의 일기'에는 일정 부분 자전적인 내용들도 꽤나 들어있어서 비공개로 하려고 했다.
그리고 순수하게 나를 위해 쓴 작품이라서 이런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읽히거나 보이는 게 좀 민망했다.
그런데 내 첫 연출 연극으로 'a의 일기'를 선정하게 됐으니 인생 참 모르는 일이구나 싶다.
이 책의 제목이 우당탕탕 공연 올리기인 만큼 내가 대본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논하자면:
1. 하고 싶은 말, 주제가 생긴다.
2. 그 주제와 걸맞은 소재를 생각한다.
3. 소재를 생각하고 이야기에 쓸 중요한 장면들을 상상한다.
4. 상상을 하며 나오는 대사들과 이미지를 메모장에 기록한다.
5. 3~4를 충분히 반복한다.
6. 반복함으로 이야기 소재가 잘 쌓이면 그때부터 초고를 쓴다.
7. 초고를 다 쓰고 나면 최소 5고를 한다.
8. 만질만큼 만졌다 싶어지면 퇴고를 하고 완고 한다.
이렇게 8단계를 사용해서 한 작품을 만든다.
일단 나는 이런 식으로 대본을 쓰는 편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다양한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a의 일기'는 주제도 소재도 아주 손쉽게 나왔다. 대사와 이미지도 아주 많이 나왔다.
오히려 대사는 너무 많아서 안 쓴 게 더 많다.
아깝긴 했지만 빼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특히 나는 전반적으로 텍스트가 많은 편이기에 빼야 했다.
어쨌든 2년 전에 나는 'a의 일기'를 퇴고 했고 지금은 완고 상태이다.
2년 전에 쓴 작품으로 지금 공연을 올리려 하고 있으니 신기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