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에게
네 글자를 쳤다.
아.들.에.게.
벌써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금요일, 닷새만에 돌아온 집에서, 빡빡머리 아들을 보고
스님이라고 웃는 나를 보고 네 엄마는 "여느 아빠들과 똑같네 아들 놀리는 건" 하고 핀잔을 주었지만,
아들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벌써 눈물이 난다.
진아,
미시간에서 살 때, 주말에 어쩌다 아빠가 골프 치러 가면
현관에서 아빠 다리 붙잡고 같이 가겠다고 떼쓰던 거 기억해?
그 조그만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나라를 지키러 간다니
이십 년을 키웠는데, 잠시라도 널 이제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네가 이만큼 컸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들지만,
그보다 걱정이 더 크단다.
이 나라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겪어야 하는 군복무이기는 하지만,
집과 부모를 떠난 1년 6개월의 집단생활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부모로서" 걱정이 된다.
그러나 부모가 아닌 너와 같은 "남자"로서, 너의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에 대해 걱정보다는 파이팅을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서 돌아갈 때까지 하루하루 평생 크고 작은 도전을 하며 살아간단다.
학교 입학, 대학시험, 입대, 입사, 결혼, 출산과 같은 큰 일도 있고, 하루하루 감당해 내어야 하는 크고 작은 일들. 우리는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살아진단다".
그러니 너무 걱정도 하지 말고, 너 자신을 믿고 충실하게 동료들과 함께 하루하루 살아가고, 또 때로는 살아지다 보면 곧 다음 월드컵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새로운 세계에서, 네가 잘하는 일도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을 거야.
잘하는 것이 있다고 자만할 것도 없고, 잘 못한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도 없어.
네가 그곳에서의 일을 잘 하든 잘하지 못하든 이미 너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아들이야.
그러니 너 자신을 믿으며 그냥 하루하루 충실히 지내면서 아주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거야.
아들아,
어제저녁, 산책하면서 아빠가 말했지
제일 중요한 건 네가 몸과 마음 건강하게 제대해서 돌아오는 거라고.
그게 효도다. 제발 효자가 되어서 돌아오너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