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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서 Jun 23. 2017

아름다운 동화 변주곡

별에서 온 아이 - 오스카 와일드

아름다운 동화 변주곡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라는 작가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영미 문학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작가이죠. 하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그렇게 유명한 작가는 아닙니다. 오스카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던 작가입니다. 시, 에세이, 동화, 소설, 희극 등을 집필했죠. 개인적으로는 그의 유일한 장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을 읽어보았네요.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오스카는 그의 몇 가지 특성으로 인해 매우 유명한 인물입니다. 먼저 오스카는 사상적으로 유미주의(唯美主義) 혹은 탐미주의(耽美主義)의 대표 인물입니다. (영어로는 Aestheticism) 다소 쉽지 않은 개념이지만 가능한 간단히 말하자면 예술이 다른 것에 얽히거나 하지 않고 그 자체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 Art for art's sake'이라는 표어로 압축할 수 있죠. 그런 오스카이기에 그는 아름다움에 매우 관심이 많았고, 그 스스로도 매우 화려한 언변과 외견을 유지하며 사교계를 주름잡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다른 특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렸지요.


  오스카는 결혼도 하였고 슬하에 자식도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기도 했죠. 하지만 오스카는 동성애자였습니다. 그는 ‘알프레드 더글라스’라는 동성 연인을 갖고 있었죠. 문제는 오스카가 살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19세기에 동성애는 죄였기 때문이죠. 오스카의 동성애가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그는 결국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재판에서 패소한 오스카는 수감 생활을 해야 했고 동시에 모든 재산도 잃게 됩니다. 이 당시 오스카가 보낸 편지가 따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할까요?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그의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에서 더 다뤄보고 싶네요.


  사실 오늘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다른 책 때문입니다. 우연히 중고 서점을 둘러보다 익숙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 책, 바로 오늘 소개할 책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별에서 온 아이』입니다.


  『별에서 온 아이』는 오스카 와일드가 썼던 단편집 두 권을 묶은 책입니다. 파트 Ⅰ은 『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로 그 안에는 ‘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 '나이팅게일과 장미꽃 The Nightingale and the Rose', '자기만 아는 거인 The Selfish Giant', '헌신적인 친구 The Devoted Friend', '비범한 로켓 불꽃 The Remarkable Rocket' 총 5편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파트 Ⅱ는 『석류나무 집 A House of Pomegranates』으로 ‘어린 왕 The Young King’, ‘공주의 생일 The Birthday of the Infanta’, ‘어부와 그의 영혼 The Fisherman and his Soul’, ‘별에서 온 아이 The Star-Child’ 총 4편의 이야기가 들어있죠.


  혹시나 목록을 보고 ‘어라?’하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개중에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작품이 하나 섞여있는 것 같지 않나요? 저 역시도 우연히 책을 구매 후 읽고 나서 알았네요. 바로 ‘행복한 왕자’ 이야기죠. 보석과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는 왕자가 제비에게 부탁해 자신에게 있는 값진 것들을 불쌍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이야기죠. 어린 시절 동화책이든 뭐든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신기했네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집었던 『별에서 온 아이』에서 ‘행복한 왕자’를 읽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찌 보면 작가 이름은 모르지만 대부분 그의 작품 적어도 하나는 읽어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어보기도 했습니다.


  『별에서 온 아이』가 동화 단편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성인이라면 더욱이 동화라는 장르에 손을 뻗기가 쉽지 않죠. 뭔가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저 역시도 동화에 쉽게 손을 뻗지 않는 거 보면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가 봅니다. 하지만 애초에 동화라는 장르임을 모르고 집었던 『별에서 온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입견도 없이 책을 펼 수 있었죠. 그리고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었어요. 동화라고는 예상도 못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읽다 보니 동화라는 장르 특유의 독특한 시선과 정겨움이 놀라울 정도로 반갑고 재미있었습니다. 이는 오스카의 독특한 시선과 유려한 문체 덕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의 동화는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읽고 나면 오히려 씁쓸해지거나 기분이 묘해지는 이야기도 있죠. 혹은 알쏭달쏭 한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마치 별 기대 없이 들어간 어린이 영화에서 예상치 못하게 울컥하게 되는 그런 경우랄까요. 제게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이 그랬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오스카 와일드가 그의 아이를 매우 사랑했다는 이야기처럼 『별에서 온 아이』에는 아이들만의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의 대다수 교훈조 동화들과 다른 위치에 서있다고 할까요? 게다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듯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제시하기보다는 그대로 보여주고,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화, 『별에서 온 아이』가 성인인 제게도 거부감 없이 그리고 의미 있게 읽힌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때로는 자신에게도 동화를 들려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은연중에 외면했던 것에서 뜻밖의 재미와 감동을 그리고 의미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오스카 와일드 『별에서 온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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