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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서 Nov 16. 2020

새벽 5시 50분, 104호의 미스터리

낱장 일기15

새벽 5시 50분 복도에서 소리가 들린다. 104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다. 옆집 사람이 일찍 출근을 하는 걸로 생각했다. 문이 닫히며 도어락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든다. 104호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우리 집 앞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문이 닫히고도 들려야 할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철컥. 쿵. 닫힌 문을 당기는 소리가 대신 들려왔다. 집을 완전히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철컥. 쿵. 다시 한번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철컥. 쿵. 철컥. 쿵. 몇 초 간격으로 소리가 반복된다. 3분 4분 혹은 5분이 지난다. 드디어 그 알 수 없는 소리가 그치고 대신 발자국 소리가 집 앞을 스쳐간다. 매일.

가만히 누워 소리를 듣는 나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하루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틀이라고 하더라도 조금 더 신중하신 분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흘, 나흘, 매일 새벽 소리가 반복되자 나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왜 저렇게 몇 분 동안이나 집 앞을 떠나지 않고 문을 확인하는 걸까? 사람이 나온 게 아니라 누군가 문을 억지로 열려고 했던 건가? 매일 새벽 같은 시간 같은 집을? 아니면, 그냥 단순히 도어락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데 그것도 이상하다. 그토록 오랜 기간 도어락이 이상하다면, 진작 고쳤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도어락이 문제가 있더라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문을 당기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한두 번도 아니고 십수 번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일상적인 소음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리가 매일 반복되자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신경을 거스르게 만든다. 이젠 아예 복도에 나가서 직접 확인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다. 화가 난 것은 아니다. 그건 정말 아니다. 이제는 그저 궁금할 뿐이다. 내 일상의 미스터리로 자리 잡아버린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답답한 것이다. 

이제는 소리가 어느 날 갑자기 멈춰 버릴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철컥. 쿵. 그 소리가 갑자기 멈춰버리면, 매일 새벽의 미스터리는 영영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많은 책을 뒤져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주변에 물어봐도 알 수 없는 최후의 미스터리. 오로지 나만 알고 들어 본 미지의 소리.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결말로 남아버리는 것은 아닐지.

오늘도 104호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는다. 철컥. 쿵.     


1106

* 과장 없는 실화다.

* 어김 없이 매일 새벽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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