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설정
나는 습관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청소를 한다. 마치 의식과 같은 것이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누구는 이것을 '회피'라고 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일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 치우는 행위를 통해서 이상한 만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 이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 이렇게 회피 본능으로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는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청소를 하다 보면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정작 중요한 일에 쏟을 에너지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 역시 많이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청소라는 것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청소를 하더라도 결국 깨끗한 공간이라는 것이 남는다. 이것은 좋은 기분으로 이어진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다가 인생을 낭비하더래도 나는 청소를 할 것이다. 한때는 '그래 청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야. 너저분한 것을 받아들이고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라고 나를 달랬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한 일의 결과가 좋게 나온 적이 별로 없었다. 비록 한 번 좋게 나왔더래도 반복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런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청소를 하자고. 그래서 결국에 무엇을 하든 청소를 먼저 하는 것은 내 삶의 디폴트로 정해졌다.
나는 이제 벽밖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략도 구상을 러프하게나마 마쳤다. 이제는 실행만 남은 것이다. 그 실행을 하기 이전에 나는 청소를 할 것이다. 이번의 청소는 그전과는 다르다. 그것은 바로 '환경 설정'이다. 외부의 혼돈으로 인해 내가 매일 부서질 것임을 미리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이제 환경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미리 혼돈에 대한 설계가 들어간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 어떤 혼돈이 와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본능적인 강박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설계된 청소 작업을 일단 진행하고 전략을 실행할 예정이다. 그것은 직관이 허락했기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