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담아듣기
나에게 부족한 능력은 바로 듣기이다. 어릴 때부터 잘 듣지를 못했다. 청력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머리에 꽉 차서 타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은 꾸준히 나의 단점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나도 고치려고 노력을 안 해봤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결국 잘 들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잘 듣지 않는 것이 긴 시간을 지나니 이득이 되는 점도 있었다. 그것은 자기 주관이 굉장히 확실해진다는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다 보니 쓸데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소음들을 기가 막히게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경우를 찾아냈다. 그것은 나의 목적과 그 화자의 목적이 일치할 때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애매하게 귀를 기울였다가는 대부분 결과가 좋지 못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귀 담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인이 많다.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정말 좋은 덕목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것도 어려운 결심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단점에 집중할 바에는 강점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나 자신이 되는 방법이다. 듣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만 듣겠다는 명료한 나만의 선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