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치고
루틴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도적 습관을 '매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의 상황은 언제나 변한다. 어느 날은 굉장히 바쁘거나,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하거나 아니면 아프던가 하는 제어할 수 없는 상황들은 늘 펼쳐진다. 그리고 결심한 것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늘 목격한다. 그래서 삶의 무지막지한 변동성으로 우리가 원하는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매일 이어갈 수 있을까?"
나의 결론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집중한다'였다. 한 마디로 습관의 퀄리티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한다는 것'이라는 형식에 포커싱 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했다 치고'의 개념이 나왔다. 예를 들어 매일 독서하는 습관을 루틴에 넣기로 했다고 치자. 그러면 분량과 상관없이 책을 펼쳐보는 행위도 했다고 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많이 읽을 수도 너무 바쁜 날은 한 장만 아니 한 줄만 읽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독서라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매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을 어떤 식으로라도 이어갔고 300일이 지났다. 결과적으로 나의 가설은 맞았다. 중단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라도 그 행위를 지속하다 보니 습관으로 장착이 된 것이다. 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운동 등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지속되었다. 가장 좋은 것은 그 행위들을 하는데 저항감이 사라진 것이다. 비로소 습관이 생긴 것이다.
형식을 맞추면 내용은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주 작게 루틴 안에 슬쩍 끼워 넣는다. 마음의 부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습관과 붙이면 사소하더라도 매일 하는 시스템이 구현이 된다.
중요한 것은 아주 아주 작은 단위라도 그것을 매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루틴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점점 견고하고 건강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나를 지탱해 주는 구심점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바빠서 책 13권을 1장씩 읽었다. 대략 2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몇 달 안에 나는 저 13권의 책들을 다 읽을 것이라는.
가랑비의 힘은 강하다.